• 이명박, '대세론' 문턱에 걸터 앉았나
        2006년 10월 27일 09: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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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세론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추석 전후 주목받기 시작한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2, 3위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고건 전 총리와의 격차를 10% 포인트 이상 벌려가고 있다.

    특히 1, 2위 대권주자를 둔 한나라당의 경우 당내 기류의 미묘한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민심은 물론 이미 당심마저 장악해가고 있다며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는 반면 상대 진영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거품일 뿐이라며 본 게임을 위한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민심, 당심 장악 대세론 굳히기 주장

    추석을 앞두고 언론사들이 일제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5개 언론사조사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2위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거나 최대 6% 포인트 이하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는 정도였다.

    하지만 추석과 북핵실험을 거치면서 1, 2위간 지지율 격차는 10% 포인트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31.7%의 지지를 얻어 19.4%의 박근혜 전 대표를 약 12% 포인트 가량 앞섰다.

    1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이 34.1% 지지를 받아 박 전 대표(22.6%)와 지지율 격차를 확인했다. 13, 14일 한길리서치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이 32.1%, 고 전 총리 23.5%, 박 전 대표 19.5%로 추세를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언론과 여론분석전문가의 분석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추석 연휴 ‘구전 여론’ 효과와 북핵 실험의 여파가 이야기되고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최근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북 핵실험으로 위기관리능력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라 기업, 서울시장 경력에 남성인 이 전 시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또한 “남북문제가 당장의 돈 문제로 인식되면서 경제를 선점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추석과 북핵에 앞서 이미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고 박 대표의 지지도 하락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KSOI 김헌태 소장은 “추석, 북핵으로 갑자기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전부터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청계천 완공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  운하 필요성을 설명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북핵-추석 요인 작용 vs 지속적 상승세 결과

    김헌태 소장은 “이명박 시장의 이미지는 일관되고 누적된 성과에 기반하고 있다”며 “성과 이미지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축했고 내륙운하 컨텐츠를 내놓는 등 어느 다른 주자들보다 빠르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전 시장 측에서는 추석 효과에 무게를 싣는다. 이명박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 시장 지지층은 40대, 고학력 등 오피니언 리더들로 이 시장을 지지하는 이유가 확실한 확신범들”이라며 “추석 교류를 통해 충성도 높은 지지층들이 (이 시장에 대한 지지를) 빠르게 확산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입’으로 불리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청계천 완공 이후 5월까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는 10% 포인트 이상이었다”며 “6월 박 대표 테러 이후 역전 됐다가 추석, 북핵 등을 거치며 다시 정상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 원인 분석은 다양하게 나오지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이같은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성과’에 기반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는 경우는 물론, 돌발 상황인 북핵 문제 역시 내년 대선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이러한 지지율 격차가 1달 이상 지속될 경우 이것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대세론’이다.

    특히 여론동향이 한나라당 당원이나 대의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그동안 이명박 전 시장은 민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당심에서 우위를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한나라당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전 시장이 박근혜 전 대표와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내인 2% 포인트로 좁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시장의 경선 지도에 파란불이 들어온 셈이다.

    대구 경북에서 박근혜 누른 것 주목해야

    더구나 박 전 대표의 강세 지역인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앞서고 있다. 지난달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의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이 34.5%로 32.2%를 얻은 박 전 대표를 조금 앞지른데 이어 이달 한길리서치조사에서는 37.4%대 28.9%로 약 10% 포인트의 차이를 나타냈다.

    김헌태 소장은 대구·경북 지역 지지도 변화와 최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 지지도 격차의 상관관계를 주목하기도 했다. 김 소장은 “최근 이 전 시장의 지지도 상승에 따른 대세론과 경북 운하 구상, 북핵 상황 등으로 한 달 전부터 대구, 경북 지역의 이 전 시장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또한 영남 쪽 지지도 유입은 박 대표의 지지도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도 격차의 폭이 커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주요관계자는 “당심이 민심으로 수렴해가는 것 아니겠냐”며 “(당심이) 북핵 등 특정 사안보다는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는 것 같고 여론의 동향을 유권자의 평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측은 이러한 당심 변화를 바탕으로 한나라당 경선 통과에도 낙관적인 분위기다. 한나라당 현행 경선제도는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경선단 30%, 여론조사 20%로 수치상 당심과 민심을 50대 50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당심에서 우위에 있던 강재섭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현행 경선 방식은 당심의 지지를 탄탄하게 다진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 전 시장이 개방형 예비경선제도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현행 경선 방식으로도 해도 무관하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 시장은 한 달 전부터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도 앞서고 있다”며 “지지층 여론은 당원 여론이라고 볼 수 있고 대의원 조사에서도 오차범위내로 격차를 좁혀 민심은 물론 당심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나라 국회의원들 "어느 줄에 서지" 동요

    이같은 여론의 흐름에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런 기류 변화가 읽힌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민감하게 보고 있다”며 “대부분 특정 후보 지지를 아직 밝히진 않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이동은 없지만 심정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시장 측근인 정두언 의원 역시 “여론에 따라 줄서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의원들의 동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 ‘내 마음 알겠지’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며 “지금 박근혜 대표 가까이에서 일을 돕고 있지만 사실은 이명박 시장을 지지하는 마음을 이 전 시장이 알아줄 것이라는 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 한나라당내 다른 대권주자 측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의 최근 지지율이나 당내 기류 변화가 ‘본 게임’ 시작 전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절하하면서 대세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측에서는 갑작스레 벌어진 지지율 격차에 당황하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캠프에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실장은 “(지지율 격차가) 절대적인 정치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직 정식 게임이 시작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유 실장은 이 전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실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핵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대선 주자들의 위기관리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없었고 그저 이 전 시장이 남성이어서 막연한 판단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의원들의 기류 변화에 대해서도 “정치인들은 작은 일을 엄청나게 의미를 부여한다”며 “심정적으로 흔들린다는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쪽 "거품 들어있을 수도"

    하지만 캠프 관계자의 반응은 좀더 심각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긴 한숨부터 쏟아냈다. 이 관계자는 “그런 흐름이 있다면 현실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1~2주만에 지지율이 치솟은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박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 피습 때 ‘전방은요?’, 지방선거에서 테러를 당한 후 ‘대전은요?’라고 말했는데 더 이상의 위기 관리가 어디 있냐”며 북핵 상황에서 위기관리능력을 이유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거품일 수 있다”면서 또 “조사 기법이나 대상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측도 “아직 본격적인 경쟁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비전과 철학을 알리고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현재 지지율을 현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1~2달 뒤면 6개월째 이명박 시장이 앞서는 것”이라며 “이 구도가 그대로 굳어지는 것 아닌가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필승 전략은 구도 격차가 너무 나는 것보다 이 구도로 잘 가다나 한 명을 선출하고 박수치고 끝나는 것”이라며 조기 대세론에 우려를 표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당의 중립적인 의원들은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대선 승리에 유리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세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무엇일까. 정치분석전문가들은 크게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 이명박 전 시장의 X-파일, 둘째 다른 대권주자들의 약진, 셋째 대형 돌발 이슈에 따른 정국 변화다.

    진흙탕에서 성장해 소소한 충격에 타격 입지 않아

    먼저 이명박 전 시장의 X-파일은 이 전 시장과 관련한 각종 비리나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지율의 조기 고공행진은 네가티브의 등장을 불러온다”며 경계심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소한 충격에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헌태 소장은 “샐러리맨 신화, 청계천 신화 등 누적된 성과에 기반한 이미지여서 작은 충격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도 “진흙탕에서 성장한 이명박 시장한테는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아서 어지간한 똥물이 튀겨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관계자 역시 “황제테니스 때 이 전 시장 지지율은 적게는 오차범위 내인 3% 포인트에서 많아도 7% 이내에서 빠졌다”며 “X 파일이 있다면 진작 들고 나오지 않았겠냐”고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 시장 X 파일의 최대치는 ‘청계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형식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이 만든 청계천이 졸속이었고 1년은 가는데 2년은 못 간다, 엄청난 이권이 오고갔다는 점이 불거지면 치명적”이라며 “가장 장점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 아니네’ 하는 상황으로 가면 가장 최악의 약점이 돼 버린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는 다른 대권주자들이 이명박 시장 이상의 컨텐츠를 제시하거나 당 안팎의 세력을 규합하는 가능성이다. 김헌태 소장은 “박근혜 대표 스스로 컨텐츠를 갖고 움직일 수도 있고 조직을 정비할 수도 있고 외부 세력과 연대하는 방안도 될 수 있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층은 유동적 호감층이어서 다른 주자들의 전개에 따라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러한 요구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더욱 크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한나라당은 마지막까지 본선경쟁력이 높은 최선의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박근혜 대표 측에서 판도 변화를 위한 행보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전략팀들을 보면 역량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근인 유정복 실장 역시 “그동안 활동을 자제해 왔지만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지사측도 민심대장정 이후 활동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전 시장 측이나 당 바깥에서는 이들이 컨텐츠를 공급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있다면 왜 아직 안 내놓았겠냐” 하는 주장과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박근혜, 손학규 11월부터 본격 행보

    마지막으로 대형 돌발 이슈에 따른 정국 변화다. 북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문제의 가능성이 크게 꼽힌다. 홍 소장은 “북핵 위기를 해결할 리더십을 가진 대권 주자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이것은 경제 이상의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김헌태 소장 역시 “한반도 문제의 긴급한 상황에서 이명박 시장 특유의 경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희석되거나 가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여권의 제3후보, 제3세력이 주목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만간 두 번째 변수의 영향력을 실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전 지사가 11월부터 본격 행보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미 박 대표가 재보선 지원 유세,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작은 걸음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며 “국감이 끝나는 11월부터 활동을 재개하며 현안과 관련된 생각, 비전과 구상을 천천히 내놓을 것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 전 시장과 지지율 격차를 더 이상 벌려서는 안된다는 압박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박 전 대표 측이 선거전략, 공보 쪽을 보강한 것으로 안다”며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도 100일 민심대장정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관련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드러낼 제2의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캠프 핵심 관계자는 “11월경에 국민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소통대장정’ 또는 ‘정책대장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명박의) 경북 운하가 책상머리에서 전문가가 만들어준 내용이라면 손 지사는 소통을 통해 민심과 유리되지 않은 비전과 철학을 알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명박 전 시장은 물론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지사의 행보와 이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어디로 흐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이명박 대세론을 뒤엎을 또다른 변수가 등장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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