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관학교 출신 중용,
    참신함 사라진 장성 인사
    [국방칼럼] '2020년 후반기 군 장성급 인사'에 대해
        2020년 12월 15일 01: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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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3일 발표된 ‘후반기 군 장성급 장교 인사’는 육사 출신 신임 국방부장관과 육군 최초의 비육사 출신 참모총장이 취임 이후 관여한 첫 번째 인사발령이었기에 발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이번 인사에서도 예전과 같은 몇몇 발탁인사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사관학교에서 임관한 장교들의 탄탄한 기반을 재확인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보수언론들은 이러한 내용을 전하며 향후 인사에서도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 논조의 분석기사들을 내보냈다.

    국방부 보도자료에는 ‘비사관학교 출신 중 우수자를 다수 선발하여 사관학교 출신 편중 현상을 완화’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번 인사에서 육군의 중장진급자 6명 중 비육사는 2명, 소장진급자 11명 중 비육사는 3명, 준장진급자 52명 중 비육사는 17명으로써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군에서는 비공사 출신 준장의 발탁을 강조했는데 해당 진급자는 특수직인 법무장교이다. 방공유도탄사령관(소장)이 전역하게 될 공군은 이제 더이상 전투병과에서 비사관학교 출신 장성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특전사령관에 소영민 중장(학사11기)가 발탁됐으나 이미 남영신 참모총장이 비육사 최초로 특전사령관에 임명됐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정정숙 대령을 준장으로 선발하여 여성인력 진출 확대 기조를 유지하였다’고는 하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매년 2~3명의 여군을 꾸준히 장성으로 발탁해왔기 때문에 더 이상 여성 준장의 탄생이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번 중장급 이하 인사는 비육사 최초의 육군참모총장을 배출한 대장급 인사에 비해서는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비해사 출신 함대사령관이나 여성 출신 2호 소장의 탄생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비육사 출신 2호 특수전사령관 소영민 중장(수도방위사령관,1군단장, 5군단장 보직은 여전히 육사 순혈주의가 깨지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한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분석은 매우 대조적이지만 두 신문이 의도하는 점은 일치한다. 중앙일보는 국방부 보도자료의 내용을 근거로 보도했고(학사 출신 첫 특전사령관 나와…비(非)사관학교 출신 약진, ‘장성인사 파워게임’ 육사출신 장관, 비육사 육참총장에 밀렸다?) 조선일보는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사화했다(첫 장성인사 ‘선방’한 서욱 국방장관). 중앙일보는 현 정부가 ‘비육사 출신을 우대함으로써 육사 출신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고 한 것이고, 조선일보는 ‘앞으로도 이번과 같이 사관학교 출신 위주의 인사를 해서 군의 안정을 해치지 말라’는 훈수를 둔 것이다. 두 신문은 장성 인사에서 능력과 자질, 역량 등을 우선할 것을 강조했는데 이는 정부의 비사관학교 출신 기용의 확대와 같은 균형인사정책을 에둘러서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행정부 국방개혁의 최대 성과는 ‘장성 감축’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국방예산의 ‘군인건비편성기준’을 토대로 볼 때 2020년 12월 현재 군 장성인원은 390명이다. 이번에 통과한 내년도 국방예산의 장성인원은 375명으로 국방개혁2.0의 목표인 360명으로의 감축은 목표연도인 2022년까지 무난하게 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첫 해인 2017년 12월 군 장성이 43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46명의 별 자리를 감축했고 앞으로도 30명의 추가 감축이 예정되어 있다.

    지금까지 대장급 군사령부 1개, 소장급 기계화보병사단 3개, 준장급 동원보병사단 2개가 해체되었고 내년 말에도 중장급 군단 1개, 소장급 보병사단 2개의 감축이 예정되어 있다. 육군항공작전사령관과 육군인사사령관의 직위가 중장에서 소장으로 하향되었고 국군사이버작전사령관과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의 직위도 소장에서 준장으로 조정되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 전력정책관, 동원기획관, 군수관리관은 모두 소장급 현역 장성에서 민간공무원이나 개방형 직위로 전환되었다.

    해체된 20, 26, 30기계화보병사단의 마크 (휘하부대는 잔존 기보사단과 기갑여단으로 통합됐다.)

    육군의 경우 매년 57~59명을 배출하던 준장진급자가 국방개혁2.0 이후에는 52~53명으로 축소되었다. 31개로 줄인 소장급 사단은 2년 안에 28개로 더 축소될 예정이다. 이제는 소장으로 진급하더라도 사단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만약 보수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이번 인사 과정에서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의 갈등이 증폭되었다면 이는 ‘균형인사정책’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방개혁2.0에 의한 장성 감축’으로 인해 많은 장성급 직위들이 없어지면서 별을 달 수 있는 진급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개혁성향으로 불리는 경향신문은 비육사 출신 참모총장을 비판하는 기사(‘백골부대가 점령한 육군본부’···남영신 총장 영향력 강화, 우려 목소리도)를 추가로 내보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남 총장이 챙겼다는 간부들은 소장 1명, 대령 3명에 불과하다. 소장급 참모만 8명이 재직하는 거대조직인 육군본부를 소장 1명과 대령 3명으로 장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이 3사단에 재직하면서 남 총장과 인연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정작 참모총장과 출신을 같이하는 사람은 대령 1명뿐이다.

    전임 육군참모총장들은 어떠했을까? 지난 9월 국방부 장관으로 영전한 서욱 전 육군참모총장의 경우를 보자. 참모총장 재직 시 육군본부의 소장급 참모부장 8명 중 7명이 육사였고 당시 육군본부 비서실장은 현재 서욱 국방부장관의 비서실장격인 군사보좌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예비역 공군 소장 출신의 국방부 정책실장은 사직을 했으며 후임은 아마도 육사 출신의 예비역 장성이 임용될 확률이 높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출처: 네이버, 육군본부) 출신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같은 해에 임관했으며 중령 때 각각 1사단 11연대 2대대장과 3대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현재 육군본부 소장급 참모부장 8명 중에서 육사가 5명, 비육사가 3명이다. 남 총장과 출신을 같이 하는 학군 출신은 정보화기획참모부장뿐이다. 그는 임기제 진급자로 중장 진급이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중장 진급의 가능성이 큰 보직인 정보작전참모부장에는 3사출신을 보임해 육사순혈주의를 깨뜨렸으며 인사참모부장에는 3사단 재직 시 휘하 장교였던 육사 출신을 배치했다. 남영신 참모총장이 재임시절을 같이 보낸 장교들을 일부 발탁하기는 했지만 전임자와 비교해 볼 때 그는 ‘탕평 인사’를 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군에서는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장교(3사ㆍ학군ㆍ학사)를 ‘일반’”이라고 부른다는 중앙일보의 기사 내용 역시 매우 부적절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이 아니라 ‘사관학교 출신’들이 ‘비사관 출신’을 뭉뚱그려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인권침해적인 용어로 군인사법은 장교를 장기복무장교와 단기복무장교로만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들 기사를 통해 비육사 출신 참모총장을 바라보는 육사 출신들의 불안감이 예상한 것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일부 언론을 통해 ‘육군참모총장 흔들기’로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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