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병원 동원엔 소극적!
    컨테이너 임시병동 도입?
    "정부, 일 년간 병상동원, 인력확보, 공공병상 확대 계획 등 준비 없어"
        2020년 12월 14일 05: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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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면서 공공병원 중심의 위기 대응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컨테이너 임시병동을 도입하는 등 전체 90% 병상을 가진 민간병원 동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정부가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도 민간병원의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민주노총, 민교협,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6개의 각계 단체들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초 병상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는 일 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병상동원 계획, 인력 확보방안, 중장기 공공병상 확대 등을 준비하지 않았다”며 “결국 지금 병상 부족 현상은 현실화 됐고 시민들이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사진=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더 큰 문제는 인력 확보 방안 등조차 준비하지 않은 정부가 확진자 폭증 상황에서도 민간병원 병상 동원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전날 긴급의료대응책을 발표해 하루 확진자 1,000명 발생을 가정해 3주간 1만 병상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하루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안일한 목표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단체들은 “대형민간병원을 동원하지 않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위기에 대응하는, 한계가 명확한 해결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감염병전담병상 2,260병상은 거의 모두 국립병원만을 동원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중환자 치료병상도 대형민간병원 병상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지난 대유행 시기에도 국내 10% 미만인 공공병원에만 코로나19 대응을 맡겨 놨다. 병상 부족으로 이로 인해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하고 집에 머물다 사망하는 환자가 나오는가 하면, 최근엔 중앙보훈병원이 코로나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 병원 입원 환자들이 강제 퇴원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인력과 자원이 충분한 대형 민간병원을 동원하는 대신, 공공병원에서 치료받던 의료 취약계층을 배제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컨테이너 임시 병동 설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수만에 이르는 상황을 버텨온 것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구분하지 않고 병상을 동원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한국은 정부가 민간병상을 활용하는 데 소극적이고, 대형민간병원들도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책임을 회피하면서 확진자 수 백명 수준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만 2,000병상 이상의 민간상급종합병원이 10개가 넘고 300병상 이상 병원은 수십 개에 달한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민간병원을 활용한다면 병상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며 “역량을 갖춘 민간병상과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컨테이너 설치를 대안으로 준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간병원을 동원할 법적 근거도 충분하다. 국회는 지난 7월 감염병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기관 병상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 법 개정안을 활용하지 않고 컨테이너 설치, 기존 공공병원 입원환자 강제퇴원 등의 반인도주의적 방역대책만 구사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정부는 민간병원의 눈치보기를 그만하고, 곳곳에서 절규하는 시민들의 외침을 뼈아프게 들어 민간병원이 병상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긴급 명령을 시행해야 한다”며 “민간병원도 병상과 인력을 적극 제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몇 개의 병상만을 내놓는 수준이 아니라 1개 병동을 비워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그 중에 발생하는 중증환자를 감당하는 종합적 치료대응능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대구 유행 당시부터 빗발쳤던 공공병원 확충 요구에 대해 정부는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한 후에서야 답변을 내놨다. 전날인 13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지방 공공병원 병상 5,000개 확충 등을 골자로 한 공공의료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공공의료 강화방안엔 ▲2025년까지 20개 내외 지방의료원 등 400병상 규모로 확충 ▲지방의료원 예비타당성 조사제도 개선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시도 지역 3년 간 국고보조율 10%p 인상 ▲지방의료원 35개 전체에 감염병 안전설비 확충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필수의료 분야 간호사 충원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를 위한 예산 등이 불분명해 정부가 실제 정책 이행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재원을 어느 정도의 규모로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제시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책을 뒷받침할만한 재원 마련의 의지도, 제도개선의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요구에 기반해 또다시 발표된 공공의료 확충의 대책이 수년째 되풀이되는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입증된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도 이번 방안이 그 진정성과 의지를 다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 정부는 깊이 자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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