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진교 후보 18.5% 득표 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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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7일 12: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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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남동을 재보궐 선거에서 배진교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를 제치고 18.5%의 득표율로 2등을 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글의 필자는 배진교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은 자신의 지난 지방선거 시기 선거 전략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글의 필자는 지난 5.30지방선거에서 서울시 성동구에서 왕십리/행당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정당은 결국 선거를 통해 ‘정치적 평가’를 받는다. 민주노동당은 그간 많은 선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론’에 대한 이론적 축적이 별로 없는데, 필자는 이 글에서 배진교 후보의 선전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여 민주노동당 전체가 공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1. 배 후보 선전이 당내에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

    배진교 후보의 선전은 당내에서 작지만 상당히 뜻 깊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배진교 후보가 객관적 환경이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첫째, 배진교 후보는 6.5%의 낮은 정당 지지율이라는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18.5%의 높은 득표를 하였다. 이는 정당지지율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그동안 당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을 ‘당 지지율의 한계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의 변명을 무색하기 만드는 대목이다.

    둘째, 재보궐 선거의 특성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전통적 지지층의 선거참여가 낮은 가운데 선전했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권자층은 20대~40대 중반 이하 ‘남성 직장인층’이다. 그러나 이들은 재보궐 선거에 대한 참여비율이 낮다.

    셋째,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사표율이 높다고 거론되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였다.

    넷째, 수도권에서 있었던 선거라는 점이다. 이는 물론 경험적 자료에 불과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그간 경기동부 지역과 공단지역의 특성을 가지는 부평을 제외하곤 수도권 선거에서 선전을 한 적이 없다.

    다섯째, 지방선거 패배, 당내 북핵 논란을 비롯한 당내 분쟁, 무기력한 중앙정치 활동 등 전반적으로 민주노동당이 ‘침체기’인 상황 속에서 선전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이다.

       
      ▲ 천영세의원,  김성진 최고위원과 함께 선거유세 중인 배진교 후보 (사진 = 배진교 후보 홈페이지)

    2. 객관적 ‘전력’의 불리함 주체적 ‘전략’으로 극복 가능

    그동안 민주노동당에는 후보의 낮은 득표율 원인으로 ‘외부환경 탓’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04년 총선 때는 탄핵 때문, 06년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 테러 때문, 재보궐선거의 특성 때문 등등등… 그러나 그런 와중에 주체적 요인에 대한 분석과 성찰, 그리고 혁신에 대한 노력은 게을리한 측면이 있다.

    우리는 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한다. 그런데 역사상 전쟁(전투) 중에는 객관적 전력이 불리함에도 승리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12척의 배로 500여척의 왜선(倭船)을 상대로 승리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이 있고, 그 밖의 20세기 최고의 전략가라고 불리며 ‘유격전’의 개념을 개발한 모택동의 홍군과 장개석의 국민당과의 전투 역시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정치와 관련, 근래의 사례로는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이 5%에 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북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였던 조순형 의원의 선거승리 경험도 이런 사례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승리하는 핵심에는 바로 <전략>(지략)이 놓여있다. 지형지물을 비롯한 객관적 지형을 면밀히 과학적으로 살펴 아측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할 때 우리는 객관적 전력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다.

    3. 인천 남동을의 ‘객관적 지형’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형’이다. 흔히 선거에서 ‘구도’라고 불리는 지형은 정당구도와 후보(인물)구도로 구분할 수 있다. 정당구도가 불리해도 후보구도(인물)를 잘 활용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성북을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다.

    한나라당의 후보는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정당구도와 후보 구도 모두에서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약 58% 득표)

    반면 열린우리당의 박우섭 후보의 경우 ‘외지’에서 급히 데려온 후보라는 점, 후보 공천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다는 점 등으로 인해 결집력이 이완되었다. 결과적으로 정당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12.2%밖에 얻지 못했다.

    배진교 후보의 경우, 04년 총선 출마와 06년 구청장 출마로 인해 인지도가 확보된 점이 열린우리당 박우섭 후보에 비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진교 후보의 경우 몇 가지 ‘불리한’ 객관적 환경에 직면해 있었다. △6.5%에 불과한 ‘낮은’ 당 지지율 △재보궐 선거의 특징으로 인해 20대, 30대 남성 직장인 유권자의 투표참여가 적다는 점 △데모하는 정당, 북핵 실험에 동조하는 듯한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이미지 등이 그것이다.

    4. 불리한 객관적 지형을 ‘컨셉과 전략’을 통해 돌파하기

    흔히 컨셉 또는 선거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선거에서 무엇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지는 다양한 전술적 선택이 가능하다. 무엇을 전면에 내세우느냐에 따라서 △정당 △인물 △정책 △이슈 등이 있을 것이다.

    2002년 대선의 경우에는 부유세, 무상의료, 무상교육이라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고 2004년 총선의 경우 민주노동당은 ‘당과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다. 반면, 얼마 전 성북을 보궐선거에서 조순형 후보의 경우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을 택했다. (필자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물과 정책’을 기본으로, 동별 특성에 맞게 국지적인 ‘이슈 파이팅’을 결합했다.)

    배진교 선본의 입장에서 △낮은 정당지지율 △남성 직장인의 낮은 투표율 △북핵 실험에 동조하는 듯한 당의 부정적 이미지라는 3대 약점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3가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거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 수립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캐치프레이즈와 전략 타겟층 설정, 핵심 정책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배진교 후보는 ‘인물’을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선거 전략을 수립했다. 그 결과 ‘인천대공원을 되찾은 남동일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그리고 전략적 타겟층으로 20대, 30대 여성층을 상정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전략적 타겟층의 정치적 욕구에 맞는 아토피 예방법과 전염병예방법 등 최근 통과된 민주노동당의 민생 입법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유의할 것은 ‘인천대공원을 되찾은 남동일꾼’이라는 일종의 ‘인물론’과 전략적 타겟층으로 20대, 30대 여성층을 상정했다는 점이다.

    당내 좌파 일부는 마치 ‘민주노동당’이라는 다섯 글자를 전면에 강조하는 것만이 ‘당 중심성’이고 인물을 강조하는 것은 ‘당 중심성’과 배치되는 것인 양 사고하는 경우도 있는데, 배진교 후보의 사례는 그러한 견해가 매우 우둔하고 경직된 견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소위 ‘계급투표’ 노선이라는 레토릭 하에 ‘객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남성 직장인’ 유권자층을 핵심 타겟층으로 상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된 선거의 낮은 득표율은 인물론의 취약함도 있겠으나 계급투표 노선의 편협한 적용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수도권의 재보궐 선거에서 30대, 40대 남성 직장인층이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객관적 외생변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배진교 후보의 경우 인물론과 정책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민생 일꾼’을 핵심 컨셉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정치’란 이중적이다. ‘혐오스러운 정치’가 있고, ‘기분 좋은 정치’가 있다. 혐오스러운 정치는 정쟁적 이슈이고, 기분 좋은 정치는 민생사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배진교 후보의 경우 북핵 실험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 제기 등의 ‘험오스러운 정치’를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아토피예방법, 전염병예방법 등의 ‘기분 좋은 정치’를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거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표현한다면, ‘非정치적 정치 이슈’(즉, 민생정치) 컨셉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당 전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5. 공중전과 지상전의 결합 – 혹은 컨셉과 득표전략의 결합

    컨셉의 핵심이 ‘민생 일꾼’이었다면, 득표 전략의 핵심은 유권자에 대한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배진교 후보의 또 다른 장점중 하나는, 비교적 풍부한 선거운동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평일 선거운동에 결합한 인원은 대략 30여명에 이르고, 주말 결합은 1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배진교 선본은 이들 선거운동원들을 통해 ‘연고자 확보’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확보된 연고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락을 꾸준히 진행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확보된 연고자가 최종적으로 8,000여명에 이르렀다.

    배진교 후보의 또 다른 장점은 민주노동당 의원단을 비롯한 중앙당의 적극적인 지원이었다. 이는 당 차원에서 출마한 후보가 한명이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막판 세몰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  선거 자원봉사자의 신나는 율동 (사진 = 배진교 후보 홈페이지)

    민주노동당의 후보는 ‘마이너 정당’의 후보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전의 차원에서 다른 유력정당에 비해서 더욱 규모 있게 투입되어야 마이너 정당의 열세를 상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지방선거 등에서 ‘다수자 출마’ 전략이 아니라 ‘선택적 집중 출마’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내부 이견으로 불가피하다면 모를까.)

    별도로 후보와 의원단과의 결합방법에 있어 그동안 연설원 중심으로 결합했는데, 보건복지위원회라는 특성을 살려 현애자 의원을 지역보건복지단체와의 간담회 중심으로 결합한 것은 진일보한 결합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나 교육위, 보건복지위 등의 의원은 지역밀착성이 큰 상임위라고 할 수 있다.)

    6. 몇 가지 시사점 혹은 교훈

    앞서 거론했던 점들을 종합하여 몇 가지 시사점과 교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민주노동당의 낮은 정당 지지율 하에서도 ‘선전’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선거전략’의 중요성이다.

    둘째, 낮은 정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을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인물 △정책 △이슈 등의 방법을 지역적 특색에 맞게 적용하면 된다. 즉, 전략은 일관되게. 전술적 선택은 유연하게.

    셋째, 지역구 후보의 경우 ‘계급투표 전략’과 ‘지역투표 전략’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에서 통용되는 계급투표 전략이란 사실상 ‘30대, 40대 남성 직장인’ 유권자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정치정보가 ‘직장’에서 형성되는 사람들이다. 반면, ‘지역’에서 형성되는 정치정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30대, 40대 주부 △자영업자 △어르신들이다. 선거의 득표목표에 따라서 전략 타겟층은 ‘유연하게’ 설정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 재보궐 선거 또는 기초의원/광역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가 30대, 40대 남성 직장인을 전략적 타겟층으로 설정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이며 계급투표를 편협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중앙당이 고공전을 통해서 수행해야 할 임무이다.)

    넷째, 면대면(face to face) 접촉의 중요성이다. 지역밀착형 사업을 통해 인물 브랜드(이번 배진교 후보의 사례처럼)를 축적하고, 연고자 관리를 통한 지속적인 신뢰관계 형성, 그리고 사업/선거를 매개로 하는 새로운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은 ‘다수자 출마 전략’이 아니라 ‘집중적 출마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과거 당의 인지도가 낮은 2% 정당시절의 당이 아니다. 인지도는 충분히 임계치에 있다.

    당 지지도를 올리는 활동은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선거시기에는 △인물 브랜드 △정책 △이슈 등의 방법으로 낮은 당 지지율을 ‘상쇄’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재정, 조직, 운동원 등의 면에서 최대한 ‘집중적인 물량 투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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