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주택자 아닌
    다주택자 급증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④]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
        2020년 12월 09일 05: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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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회의 글 “’보유세‘ 강화, 문재인 정부의 외면과 주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보유세 문제 (2)

    1.

    대명천지에 세금 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국 청나라 전성기라는 강건성세를 이끌었던 강희제가 조세를 면제하자 사람들은 강희제를 칭송하며 축제를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요즈음은 현대화폐이론(MMT)의 부상되면서 조세의 기능 중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다. 그 이론에 의하더라도 조세는 특정 목적을 위해 부과할 수 있는 것이고, 무슨 이론에 근거하더라도 조세 부과를 좋아하는 개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종부세 납세의무자야 당연히 달갑지 않다. 하지만 종부세는 대토지, 다주택을 억제하기 위하여 1990년대 종합토지세에서 연유하고 2005년에 노무현 정부가 주택에 대한 과세를 추가함으로써 현재 모습을 띠게 되었다. 즉, 한국에서 종부세는 대토지, 다주택을 억제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고 정권의 부침에 따라 약화되기도 했지만 결코 그 주요기능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종부세 세수가 1조 8천억 정도 되는데 1조 4천억은 토지분이고, 4천억은 주택분이다. 단순하게 세수 액수로만 보면 노태우 정부가 시작한 종합토지세에 약 30% 정도를 발전시킨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민주당 계열 정권의 조세 트라우마는 바로 종부세인 듯 하다. 많은 분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이 정권 내부에서는 “종부세 때문에 권력을 잃었다”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때문에 박정희 정권이 몰락했다고 보는 것이 일면적인 것처럼 종부세 때문에 민주당이 정권을 잃었다고 하는 것은 과장된 인식이다.

    어찌되었던 부동산 정책의 역사에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주택분,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총부채 상환비율제도(DTI) 등 세 가지 새로운 수단을 만들었는데 정권이 누구에게 넘어가건 이 정책의 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2.

    30여년 전 만 해도 교수 전문가 중에 보유세 실효세율 1%는 되어야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 종부세 비판의 선봉에 서고 있는 보수언론에도 이런 주장이 심심치 않게 소개되었지만 지금은 이런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실효세율 1%면 실제 만약 30억 아파트 소유자라면 재산세+종부세 3,000만원 내야 한다는 말인데 여러 변수에 따라 0.3% 넘기기도 쉽지 않다. (고령자나 장기보유자는 더 적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실효세율 1%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글줄이나 배운 사람들이 모두 권력과 자본에 포섭된 것인가 아니면 토지-주택문제가 획기적으로 해결된 것인가. 당연히 후자는 아닐 것이다.

    OECD 통계를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부동산 보유세 항목이 별도로 있는데(4100번으로 분류된다) 2017년 통계를 보면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 평균이 1.1%이고 북유럽과 스위스 등에 존재하는 부유세까지 합하면 약 1.3% 정도 된다. 한국은 0.8% 정도다. 그 경향을 보면 영미권 국가인 미국(2.7%), 영국(3.1%), 캐나다(3.1%), 뉴질랜드(1.9%), 호주(1.6%)로 높은 편이고 유럽국가들은 1% 대로 낮은 편이다. 이웃 일본은 2.6%이다. 아마 실효세율 1%가 달성된다면 미국이나 영국에 준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1990년대 실효세율 1%를 주장했던 그 많은 교수들은 아무 근거도 없지만 혹시 미국 유학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3.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4% 정도 된다. 주택이 모자라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2019년 통계를 보면 집이 없는 세대가 43%이고, 서울은 51%, 수도권은 47%에 달한다. 반면에 2012년~2019년 사이 1주택자의 수가 16% 늘어난 반면에 2주택자의 수는 38%, 3주택 이상인 사람의 수는 무려 47%가 늘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보면 18%, 37%, 63% 각각 늘었다. 즉, 최근 7년 사이 1주택자 증가보다 2주택, 3주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부여하고, 이명박 정부 이래로 종부세를 약화시키고, 이 정부 또한 보유세 강화를 주저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다주택자들의 수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고 주택 공급만 늘이면 결국 신규주택은 다주택자 손에 들어가고 다주택자의 수는 더 증가할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권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에는 토지공개념이 들어가 있었다. 필자는 이것을 보고 우려를 금할 수 없었는데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의하면 토지공개념은 우리 헌법에 이미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 시기 일부 토지공개념 관련 법률이 위헌 결정을 받은 이유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처럼 상한이 너무 일률적이라거나 토지초과이득세법처럼 미실현 이익 과세 시 토지가격 하락에 관한 부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어서 이를 수정하여 합헌인 법률을 만드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헌법 개정안까지 넣은 것은 역으로 헌법 개정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아니나 다를까 이 정부는 토지, 주택문제에 대해서 기존에 있던 종부세조차 강화할 의지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정책의 적기를 놓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언제 효과를 발휘할지는 모르겠지만 효과를 발휘할 시점에는 누군가가 경제 활성화 필요성을 제기하면 아마 다시 완화될지도 모른다. 사실 그것이 우리 부동산 정책 역사의 악순환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잠시 주춤했던 다주택자의 수는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정부가 머리를 짜내서 만들어 공급된 주택은 무주택자에게는 얼마 돌아가지 않고 결국은 돌고 돌아 다주택자의 수중에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의외겠지만 홍준표씨가 15년 전 “1인 1주택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었다. 세대 기준으로 하면 복잡한 문제가 많으니 그냥 간명하게 1인당 1주택 외는 보유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1세대 1주택, 예외적으로 2주택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답이 없는 시대, 발상의 전환을 할 때 아닌가 싶다. <계속>

    필자소개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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