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중동, 이번엔 간첩사건 색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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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7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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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간첩 사건 색깔론인가.

    27일자 조간신문들은 전날 간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민주노동당 이정훈 전 중앙위원과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체포) 등 386 정치인의 간첩사건 수사내용을 1면과 해설면에 비중있게 처리하면서도 신문사별로 차이를 나타냈다.

    공안 당국이 북핵사태를 맞아 공안 정국의 분위기로 몰아가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혐의자들의 과거까지 들추며 색깔론 논쟁의 불을 지폈다.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지금와서 이들을 체포하고 언론에 알린 점을 들어 수사의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 "국정원 ‘이 사람 아시죠? 고정(간첩)입니다’ 수갑채워…부인 처남도 간첩전력"

    조선일보는 1면 <"노동당 입당 충성서약 암호로 북에 기밀제공">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의 간첩 혐의 사건을 수사중인 국정원과 검찰은 26일 미국시민권자인 장민호 씨가 89-93년 사이 북한에서 간첩 교육을 받고 충성서약과 함께 조선노동당에 입당한 뒤 10여 년간 고정간첩으로 활동한 혐의를 확인했다"며 "국정원은 장씨에게 포섭된 이정훈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과 사업가 손정목씨가 최근까지 국가기밀을 수집해 북한 공작원 등에게 제공한 혐의에 대해 수사중"이라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0월27일자 1면  
     

    또한 조선은 "이들 세명이 이날 구속수감됐다"며 "국정원은 최기영 민주노동당 사무부총장과 학생운동권 출신 이모씨를 체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씨에 대해 공안당국은 북측과 접촉한 386세대 운동권들의 연결 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고 조선은 전했다.

    조선은 1면 기사와 함께 4면 전체를 할애해 386 운동권출신 간첩혐의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4면 <정치권 재야 10여명 적힌 ‘포섭 리스트’ 압수>에서 조선은 국정원 요원들이 24일 오전 이 전 위원과 손 씨의 집에 방문 "이 사람 아시죠? 고정(고정간첩)입니다"라며 이들에게 수갑을 채웠다고 전해 사실상 혐의를 확정짓기도 했다.

       
      ▲ 조선일보 10월27일자 4면  
     

    조선은 이어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번 수사의 핵심은 민주노당당 간부 2명"이라고 전하며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이 전 위원을 지칭한 얘기다. 이들은 청와대와 여권에 포진한 핵심 인사들과 폭넓은 인맥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면 <추가체포 최기영 부인 처남까지도 94년 간첩 유죄>에서는 최 사무부총장의 부인 처남의 과거 ‘남매간첩단 사건’ 사건까지 소개했다. 조선은 <정치권 청와대 관계자들과 친분>에서는 "이들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과도 운동권 인맥을 중심으로 폭넓은 교분을 가져왔다"며 "현재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9명을 포함해 청와대 국회 등에 100여 명의 전대협 출신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해 전대협 출신 386 정치인 전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조선은 <간첩에 돈까지 주는 정부?>에서 "이 전 위원과 최 사무부총장이 정부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명예회복 조치와 함께 생활지원금 수천만원을 받은 것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국가 기밀을 북한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에게 정부가 생활비까지 지원해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조선은 왜 이들이 명예회복 및 사면복권됐는지에 대해서는 전하지 않았다.

    "햇볕 아래서 서울거리 활보하던 간첩들"

    조선은 사설 <햇볕 아래서 서울 거리 활보하던 간첩들>에서 "이번에 체포된 간첩 혐의자들은 대부분 40대 초반의 386 운동권 출신들이다. 이들이 활동하던 80년대 중후반은 반미와 자주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주체사상파가 대학의 학생운동을 장악했던 시절"이라며 "그 대열에 직접 서 있었거나 그들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386세대가 지금 나라 요소요소에서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에 이렇게 인연을 뱆었던 동조자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썩히고만 있겠는가. 국정원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10월27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1면 기사와 함께 4면 전면을 할애했다. 동아도 <2명 85년 미문화원 점거 구속전력/장씨 미해병대 복무중 투옥된 적도>를 통해 혐의자들의 과거 전력을 소개했다.

    중앙일보도 1면 기사와 함께 10면 해설 기사 <현 정권 386 타격 가능성>과 <겉으론 "신 공안 정국" "위기오나" 속앓이>를 전했다. 중앙은 사설 <386 간첩 혐의 사건의 충격>에서 "이들 핵심운동권에서 교육받고 이들 기구를 위해 활동했던 운동가 중 상당수가 노무현 정권의 주요 부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안 당국은 피의자들이 정계 권부 등에 포진한 386 운동권 출신들과 어떤 연계는 없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도 1면 머리기사 <진보단체 간부들도 북 접촉>과 3면 해설기사를 통해 자세하게 사건경위를 전하는 한편, 사설 <간첩수사 외풍에 흔들리지 말아야>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만 해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들"이라며 "수사 당국은 철저한 수사의지를 다져야 하고 무엇보다 외풍으로 이번 수사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한국 "북핵실험 등 미묘한 시점에 불거진데 의구심"

    반면, 한겨레는 11면 <단순 접촉? 간첩 활동? 논란일듯>에서 "이번 사건이 북한 핵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불거진데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며 "장씨가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한 게 99년인데, 6년이 지나서야 구속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검찰이 수사내용을 이제서야 언론에 알린 데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4면 <운동권 출신 재야에 불똥?>에서 "북한 핵실험 후 보수 목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건이 불거졌고, 일부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진실게임’과 함께 사회전반에 걸친 ‘사상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4면 <386 운동권 인사들 연계 여부 관심>에서 "공안당국은 예전 간첩단 사건처럼 계보도를 그리고 동시 다발로 신병 확보에 나선 모양새"라며 "일부에서는 북한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와중에 사건이 불거진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처럼 단순히 북측 인사와 접촉한 것을 간첩사건으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과 국민일보는 관련소식을 각각 사회면과 2면에 사실 위주로 보도했다.

    조중동 "광주는 친북세력의 해방구"? 김용갑 발언 보다 이종석 반박에 무게

    전날 통일부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겉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유지, 공동번영이니 허울 좋은 말로 국민에게 최면을 걸어놓고 실질적으로는 통일의 주도권을 김정일에게 넘기고 대한민국을 팔아먹는 것 아닌가.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 목표는 김정일 정권 살리기를 통한 분단고착화와 친북 세력 기반확대를 통한 체재 훼손, 그리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고립 등을 통해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6.15 남북공동행사 때 광주는 완전히 해방구였다"는 도에 넘는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작게 처리하면서(6면 하단 <사표 쓴 이종석, 김용갑에 ‘반격’>) 이를 반박한 이종석 통일부장관에 대해서만 ‘색깔론 맞대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은 김 의원의 발언도 일부만을 전해 사안을 축소시키려한 듯했다.

    중앙일보도 4면 하단에 <떠나는 이종석 작심한 듯 ‘국감 반격’>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동아도 관련 기사에 대해 6면 <사표낸뒤 돌변한 이종석>으로, 국민도 4면 <사임 앞둔 이종석 통일 김용갑 의원에 날선 반격>으로 제목을 뽑는 등 김 의원의 발언 보다는 이 장관의 반박에 무게중심을 뒀다.

    반면 한겨레는 6면 <김용갑의원 발언에 국감 중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해 대조를 보였다. 한국일보도 <김용갑 "대통령은 북 대변인" 발언 통일부 국감 파행>으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이를 6면 <김용갑 이종석 또 ‘날선 공방’>이라는 머리기사로 처리하는 등 가장 크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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