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세‘ 강화
    문재인 정부, 외면과 주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3] 종부세는 세금폭탄? 자동차세는?
        2020년 12월 08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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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투기지역 내 대출 규제, 민간임대사업자에게만 예외 허용, 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보유세 문제 (1)

    1.

    한국의 양대 정당은 10년 주기로 집권하면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 정권 탓을 하곤 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문제에서 보듯이 정책이 연속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있지만 그 정권 하의 고유한 요인에 의하여 생긴 문제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분양제도 관련된 공급 부분, 조세와 금융 관련된 수요 부분에 모두 허점이 없어야 제대로 작동하는데 하나라도 구멍이 뚫리면 봇물 터지듯이 터져버린다. 부동산은 1960년대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래 불패의 신화를 자랑했고, 한국의 거의 모든 자산가들이(심지어 재벌조차)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마트에서 물건 사는 사람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이 정권의 결정적 패착인 민간임대사업자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우대책은 상당 부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4년간 임대한 경우와 아파트를 임대하는 경우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등록한 사업자에 대한 그 어머어마한 특혜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건강보험료 감면도 예정대로 시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4년 내지 8년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 부분은 이제 이야기하고자 하는 보유세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당분간은 보유세가 증가해도 기존의 민간임대사업자는 기존의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가 유효하기 때문에 아무런 타격도 없고 매각의 유인도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임대사업자들도 정부정책을 믿고 최대한 자기에게 유리하게 행동한 것이니 일정한 퇴로를 열어주면서 매각을 유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주택을 매각하게 하기 위한 정책은 쓰지 않으면서 기존 임대사업자의 신뢰 보호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잘못 맞춘 단추로 인해서 주택이 없는 일반시민의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

    해마다 11월 말이 되면 정부에서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납세자에게 발부한다. 때를 맞추어 일부 유력 언론에서는 무슨 작전이라도 짠 듯이 세금폭탄이 떨어졌다고 하면서 단골로 소득이 없는 고령의 1주택자 부부를 등장시켜 종부세가 두 배가 되었느니 하면서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낸다. 재미있는 것은 문제의 세금폭탄을 맞은 집주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가격은 얼마가 올랐는지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기사를 읽다 보면 고령의 노부부는 수십억 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연희동에 사는 전두환씨처럼 아파트 외에는 29만원 밖에 없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한국의 보유세 논란은 팩트에 기반하지도 않았고, 저자산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제 전반의 체제와도 맞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2000만원대 소나타 승용차의 소유자가 1년의 자동차세를 50만원 이상을 내는 현실에 대해서는 비분강개하는 신문기사는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신문기사만 보면 한국은 고령 자산가의 나라임이 분명하다.

    부동산 정책에서 보유세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 인상 및 대토지 및 다주택자 보유 억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를 비판하는 언론기사를 보면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은 한국에만 있는 세금이라고 격렬하게 비판하는데 이것은 역으로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제도의 90% 이상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그 제도 자체가 최초 개발된 나라에서 “원래 이런 것인데 한국은 왜 이러냐”라는 주장은 사실 정부 수립 후 72년이나 된 시점에서 무의미한 논리이다.

    왜냐하면 그 기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제도는 이미 한국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기준금리를 정할 때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 지표만 고려하면 되지만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는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를 내는 다수의 사람들의 처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는 ’원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라는 주장은 한국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국의 일부 국가에서는 보유세가 지방정부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통적 세제에 불과하겠지만 한국에서는 부동산 가격 인상 및 대토지 및 다주택자 보유 억제를 위한 세제로 기능한지가 1990년 종합토지세 도입 이래로 이미 30년이 되었는데 “종부세는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라는 비판은 무의미한 것이다.

    3.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집값 폭등이 가시화되던 시점에서도 이른바 보유세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특히 종합부동산세 주택분의 세율에 대해서 인상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주택분의 최고세율은 3%였는데 이명박 정부 시기 종부세법에 대한 위헌 결정을 기화로 이를 2%로 대폭 하향하였는데 문재인 정부가 2018년도 말에 한 것은 이 세율을 3.2%로 한 것에 불과하다.

    주택값이 오를 대로 오른 시점인 2020. 8.에 이르러서야 세율을 대폭 상승시켜 3주택 이상(조정대상 지역 내 2주택 이상)의 경우에는 최고세율을 6%로 상승시켰던 것이다. 물론,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8년간 합산배제는 계속 유효하기 때문에 실제 효과는 2018년 이후 8년 이후인 2025년 이후에야 효과가 제대로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왜 보유세 강화를 왜 이토록 주저했던 것인가? 세법 개정은 주요한 것은 대부분 법률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2020년 6월 이전에는 국민의힘 반대 때문에 할 수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2018년 주택가격 폭등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종부세 강화 정책은 거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총선 때는 강남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1주택자 종부세 완화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종부세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 밑에서 비서실장을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정책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 정부는 최소한 보유세 대해서 2020. 8.에 썼던 정책을 2년 전에 쓸 수는 없었던 것일까?

    4.

    세금과 관련하여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계열 정당이 가진 트라우마가 별도로 존재한다. 사실 과거에 한국 정치에서 세금은 큰 이슈는 아니었고, 그냥 (구) 재무부에서 알아서 만들고 조정하는 그런 분야였다.

    한국 정치에서 세금이 정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된 최초 계기가 부가가치세 문제였다. 이미 10월 유신이 된 상황에서도 야당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세법 개정안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본회의에서 전원 반대 표결하였고, 심지어 유신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한국노총조차 반대 입장을 밝힐 정도였다. 이 세제에 대한 찬반을 떠나 민주주의가 거의 정지된 시절이었는데도 여론의 반발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한 번 실시된 정책은 다시 물리지 않았다는 박정희 대통령조차도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는 비밀리에 재검토를 지시했을 정도였다.

    박정희 정권 몰락의 전조가 되었던 부마항쟁 당시 일반 시민들이 “부가가치세를 철폐하라”고 외쳤다는 증언이 있다. 그 진위 여부를 떠나 보수 정권 내부에서는 박정희 정권 몰락의 한 원인으로 부가가치세의 무리한 도입(도입 시기가 유럽하고 몇 년 차이가 나지 않는다)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가가치세법 세율이 제정 이후 전혀 변동이 없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민주당 계열 정권이 가진 세금에 관한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계속>

    필자소개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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