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개월 동안 노동자 4명 자살한 병원, 왜?
    By tathata
        2006년 10월 26일 03: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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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간호사, 소독기사 등 4명이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로 자살한 병원이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이 병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70%가 폭언, 폭행에 성희롱까지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구성원들의 정신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자들의 정신건강이 이렇게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있는 곳은 전남대병원이다. 보건의료노조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10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이 병원 노동자 49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사의 23.3%인 115명이 신체적인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이 중 3.0%(15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신체적인 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 109명, 의사 18명, 동료 9명 순이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4명의 노동자가 직무관련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한 병원으로, 자살자 중 2명은 산재 승인을 받았다. 이들은 부서 내에서의 극심한 갈등, 동료들과의 과도한 경쟁, 비인간적 행위와 모멸을 당했으며, 산재 후 완치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복귀하여 전환배치를 강요받았다.

    욕설을 포함한 폭언의 경험은 조사 대상자의 절반인 50.9%(251명)가 경험하였으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폭언을 경험하였다는 응답도 13.4%에 달했다. 가해자는 환자 및 보호자(197명), 의사(66명), 수간호사등의 관리자(19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번 이상 성희롱 발언이나 신체적 접촉의 경우가 있다는 응답은 15.5%였으며, 인격을 무시하는 ‘야, 너’와 같은 반말 경험은 조사대상자의 53.6%를 차지했다.

    노동자의 정신 건강수준을 ‘정상군’, ‘요주의군’, ‘질병가능군’으로 구분했을 때, 요주의군은 21.5%, 질병가능군은 16%로 나타나 37.5%인 185명이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었다.

    이처럼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할 병원에서 정작 노동자는 죽어나가거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병원이 노동자들에게는 병을 키우는 곳이 되고 있다.

       
    ▲ 전남대병원은 지난 10월 4일(1004) ‘천사의 날’을 맞아 환자에게 등 주물러주기, 격려편지 전달하기, 어린이 환자 동화책 읽어주기 등을 실시했다. (사진-전남대병원 홈페이지)
     

    최금종 보건의료노조 전남대지부장은 “환자들은 의사에게 해야 할 얘기를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욕설과 반말로 털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 또한 빨리 일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차트를 던지거나, 의자를 발로 차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사간의 단체협약에는 하루 8시간 근무가 명시돼 있지만, 하루 평균 9~10시간을 근무하면서도 수당은 지급되지 않으며, 보고서와 독후감 작성 등을 위해 퇴근 후에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노조는 전했다. 최 지부장은 “여름 휴가철에도 출근해야 할 만큼 업무량이 많다”며 “최근에는 친절서비스 강화 등 노무관리 자체도 매우 폭압적”이라고 말했다.

    전남대병원은 최근 ‘3CS 고객감동운동’을 벌여 병원노동자로 하여금 직원헌혈운동, 전 직원 환자 안내하기, 건강상담(내원 고객 혈압재기, 혈당 검사 해주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 지난 10월 4일(1004)에는 ‘천사의 날’을 맞아 1천여명의 간호사가 참여하여 어린이 환자 동화책 읽어주기, 선물 전달, 노인환자 어깨와 등 주물러주기, 환장에게 격려 편지 전달 등을 시행했다.

    이같은 친절서비스는 노동자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기 보다는 강요된 ‘감정 노동’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채 환자들에게 친절서비스만을 강조하는 것은 이중의 부담을 떠안게 하기 때문이다.

    임서영 보건의료노조 노동안전부장은 “병원이 환자 치료를 고객서비스 차원으로 접근하는 추세가 늘어감에 따라 친절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압박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병원노동자의 스트레스는 비단 전남대병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4명의 노동자의 자살사건과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직무로 인한 자살이나 스트레스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상호간에 존중하고 서로 단합하여 화목하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고, 언어순화와 성폭력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만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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