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기지역 내 대출 규제
    민간임대사업자에게만 예외 허용, 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2] 심각한 정책적 오류
        2020년 12월 07일 10: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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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회의 글 “박근혜 정부를 능가하는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특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임대사업자 문제 (3)

    1.

    한국처럼 모든 것을 구도와 진영으로 설명하는 나라에서 정책 평가가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칭 타칭 선거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선거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라고 말한다. 구도와 진영만이 중요한 실정에서 정책의 타당성과 방향을 따지는 것이 현실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한 사회의 방향을 바꾸거나 향상시킨 중요한 어젠다는 분명히 있었고, 그것은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강렬한 욕구를 반영한 것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사실이다. (농지개혁이나 토지공개념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구도나 진영이 현실을 삼키는 것 같지만 여전히 노선과 방향은 장삼이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다. 필요한 노선과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서 이 글이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족할 것으로 생각하고 임대사업자 문제에 관한 졸고를 힘겹게 더 진행시켜 본다.

    민간임대사업자의 의무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임대차 3법에도 강화되어 들어간 부분이기도 한데 전월세 상한제 문제다. 전월세를 1년에 5% 이상 올리지 않겠다는 의무를 말한다. 요즈음처럼 전세값이 폭등하는 시기에 이 전월세 상한제가 빛을 발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 전세에서 전세값 폭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적정가격의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수반되지 않는 세입자 보호 대책은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어찌되었던 전세값이 폭등하기 이전으로 한 번 돌아가 보자.

    원래 5%의 상한이라고 하는 것이 지난 30여년간 우리 경제에 일반적이었던 인플레이션이 지배할 때 의미가 있는 정책이다. 물가상승이 일반적일 때야 연 5%로 묶어 놓으면 획기적인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몇 년전부터 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고, 2017년 시점에서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은 1%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금리가 낮을 때 전월세 상한 연 5%가 임대업자에게 부담이 될 리가 없다.

    게다가 4년 임대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단 1회만 계약을 갱신하면 될 뿐인 것 아닌가. 실제로는 임대업자에게 무거운 의무를 부과한 것도 아니었는데 건강보험료까지 깎아주는 희대의 특혜를 부여한 것이다. 이제는 수도권이나 투기지역만이라도 공정임대료를 정하여 긴급한 경우 이 이상으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정책적 방향을 잡고 인프라를 구축할 때가 아닌가 하다.

    2.

    무언가 이상한 정책이 나왔을 때는 그 근저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상투적인 음모론처럼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분명히 이상한 정책의 근저에는 무능과 탐욕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운이 좋을 때는 관료집단과 권력집단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 낸 무능과 탐욕의 그림자의 한 자락이 필부의 눈에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지나치게 이상한 표현인지는 몰라도 이 임대사업자 문제도 현 정부와 관료들의 무능과 탐욕이 기묘하게 드러난 사례가 아닐까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해 본다.

    1. 31. 금융위원회는 ’은행업 감독규정‘ 중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을 개정한다. 그런데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도 한참을 지나 알게 되었다.)

    참고로 2018. 1. 31. 이전에는 관련 규정이 아래와 같았다.

    O 은행업 감독규정 2018. 1. 31. 이전

    “7.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제한) 금융기관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다.”

    라고 되어 있었는데 1. 31.에 다음과 같이 개정하였다.

    O 은행업 감독규정 2018. 1. 31. 개정

    “7.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제한) 은행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 등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다. <개정 2018.1.31.>”

    문구상의 의미를 보면 투기지역에서는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 대출을 금지하는 것에서 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의 경우에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허용해주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노무현 정부 시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기준”(이른바 LTV, DTI 정책) 도입된 이래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조항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개정한 것이다. 이 의미는 과연 무엇이길래 무능과 탐욕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일까

    3.

    필자와 같이 경제의 금융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금융 관련 내용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 할 수 없이 비전공자인 필자가 이해하는 범위 내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오히려 필자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비전공자들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은행업 감독기준에 적정담보 확보기준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도 존재한다.) 금융기관이 담보를 잡을 때, 예금, 국채는 액면가의 100/100(전액)을, 공공기관이 발행하거나 보증한 채권은 액면가의 100/110을, 그 외 일반 자산은 가격의 100/130을 잡도록 한 기준이다. 은행이 담보를 잡는데 자산가격에 비하여 과도하게 담보가치를 산정하면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은행이 부실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두도록 한 것 같다. 예금이나 국채는 지급이 확실하기 때문에 전액을, 공공기관 채권은 이보다 조금 낮은 비율을, 그 외 자산은 100/130을 잡도록 한 것이다.

    그 외 자산에 부동산도 들어가므로 부동산의 경우 가격의 약 80%(100/130을 환산하면 약 78% 정도 된다)를 담보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중 주택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라는 획기적인 대책을 도입하였다. 이 대책 때문에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충격에 그나마 한국이 충격을 덜 받았다는 평가도 있었고, 이후 정부들은 이 틀을 기본으로 하여 주택수요를 조정하였다.

    한마디로 주택의 경우는 투기지역 내 위치하는지 여부 등을 따져 가치의 40-60%만 대출을 해주는 1차 제한을 하고, 자신의 연간대출원리금 상환액이 자신의 1년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2차 제한을 한 것이다. 한마디로 투기지역 등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원래 대출 가능액수의 절반까지로 줄이고 그 액수도 자신의 소득범위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획기적 제도를 시행한 것이다.

    원래 투기지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기업대출을 금지한다고 규정한 이유는 LTV와 DTI가 가계대출에 적용되고 기업대출에는 적용되지 않는데 기업대출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으면 LTV와 DTI를 회피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투기지역에서는 주택을 담보로 기업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4.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토교통부의 2017. 12. 13. 자 대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투기지역 기업대출 허용이 2018. 1. 31.부터 시행되었다. 이 말은 민간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 기업대출을 투기지역에서 받을 때 LTV, DTI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적정담보 확보기준으로 가격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민간임대사업자가 만약 현금 6억원이 있다면 은행 대출을 끼고 투기지역의 6억원짜리 주택 5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 이미 일반시민들은 온갖 금융규제로 투기지역에서는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다.

    필자가 누군가의 탐욕이 드러난 정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정부 부처 어느 곳의 보도자료에도 왜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투기지역에서 주택 가격의 80%까지 담보대출을 해주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7. 12. 13.의 임대사업등록 활성화 방안에도 단 한 줄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2018. 1. 31. 자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이 2017. 11. 27. 자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임대업 이자 상환비율 도입 등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내용만 들어 있지 임대사업자에게 무제한 아파트 담보대출을 해 준다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심지어 금융위원회가 2017. 12. 20. 입법예고한 내용에도 제목만 보면 마치 대출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정부는 이 중요한 예외를 만들면서 복잡한 규정 속에 최대한 안 드러나게 숨겨 놓은 것은 아닌가. 탐욕이 느껴진다.

    O 2017. 12. 20. 금융위원회 입법예고

    “라.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제한

    은행이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하는 경우에 있어 그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을 인정”

    2007년 노무현 정부가 DTI, LTV를 도입한 이래 2018년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이 투기지역에서 무제한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유일한 해이다. 건강보험료 40~80% 감면이라는 역대급의 특혜에 이어 투기지역 무제한 주택 담보대출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시전한 것이다. 이것을 무능과 탐욕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5.

    이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수십 번의 표면상의 강력한 부동산대책과 난생 처음 보는 대출규제와 이를 뚫고 솟아나는 브레이크 없는 벤츠 같은 주택가격 앙등이었다. 지난 편에서 본 것처럼 2018년 동안 임대사업자수는 59%, 등록임대주택 수는 39%가 늘었다. 정책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놓고 결과적으로 대출규제로 일반 시민들만 괴롭힌 꼴이 아닌가 말이다. 이 결과 무슨 일이 심각하게 일어났다는 것을 9개월만에 당국도 알아차린 것이다. (아니면 양심이 돌아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0. 25. 금융위원회는 은행감독업규정을 다시 개정한다. 80%까지 인정했던 투기지역에서의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으로 40%로 낮추고 일정한 경우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신규 담보대출을 금지시킨다. 신규담보대출을 금지시키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O 2018. 10. 25. .은행감독업규정 별표 6

    “(1) 이미 주택임대업대출, 주택담보대출 또는 주택을 담보로 기업자금대출을 받은 주택임대사업자가 투기지역 소재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2) 주택임대사업자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소재 고가주택을 신규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즉, 역으로 이야기하면 주택임대업자들이 이러한 행위를 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이다. 주택을 담보로 기업자금대출을 여러 건을 이미 받았고, 심지어 투기지역에서 고가주택을 구입했다는 말이다. 조선에서 9개월이면 세상이 9번은 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자금력이 있는 임대사업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로서는 이들이 이 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대출을 받아 투기지역에 얼마나 많은 주택을 매입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역시 또 눈썰미 있는 국회의원 하나가 아쉽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고시가 금지한 행위가 빈번히 일어났을 수 있다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다. 9개월 동안 정부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대출을 다 막아 놓고 주택임대업자한테만 무제한으로 대출을 허용한 것이다. 이렇게까지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수도권에서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 정부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주택가격의 안정인가 아니면 주택가격의 인상 후 하락방지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6.

    2020. 7. 5.이 되었다. 코로나와 더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던 여름이었다. 지원자에게 출연자들이 집을 알아봐서 구해주는 “구해줘 홈즈”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왔다. “선유도역 10분 거리 8평 전세 2억 9천, 당산역 10분 거리 9평 전세 3억 2천, 망원동 9평 전세 3억 6천 9백”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기념비적인 특혜 정책은 마치 IMF 직전 마치 종합금융회사 사태를 보는 듯 하다. IMF 직전 종합금융회사라고 하는 금융기관들이 있었다. 지금은 우리종합금융 1개만 남아 있다고 하는데 해외에서 단기저리로 자금을 빌려와 국내기업에게 장기고리로 자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저리로 빌려와 고리로 빌려주니 땅 짚고 헤엄치기 같지만 단기자금은 만기가 빨리 돌아오니 국내기업으로부터 자금 회수가 안되면 급격하게 유동성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은 금융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종합금융회사의 행태를 그대로 조장, 방치한 것이 우리가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을 환란을 겪은 하나의 원인이 되었듯이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어마어마한 특혜가 1988~1989년 자고나면 수천만원씩 아파트가 올랐다는 주택가격 폭등 이래 두 번째 주택 가격 폭등을 맞은 하나의 원인이 된 것은 아닌가 하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가 전형적인 금융사기로 형사범죄라고 한다면, 민간임대사업자 특혜문제는 형사범죄까지는 아닐지라도 사기에 준할 정도로 심각한 정책적 오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역대급 조세감면도 모자라 감경자체가 지극히 이례적인 건보료 감경, 투기지역에서의 무제한 대출까지, 이는 정책적 판단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스캔들 수준의 행태고,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는 정책을 무슨 의도로 밀어 붙였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

    최고 권력층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인 것이고, 무능한 사람을 이용해 이익을 본 그룹이 있다면 탐욕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차라리 경기부양은 일반적으로 효과라도 있다. 이 정부가 한 것은 다수 시민을 희생하여 다주택자인 민간임대사업자를 부양한 것에 다름 아니다.

    후세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 받아들여지지는 않겠지만 국정조사를 해서 최초 정책적 판단의 근거, 그 근거를 뒷받침하는 이론이나 연구결과의 적실성, 이후 발생한 사태 및 그 통계, 그 이후 대책 수립 및 정책결정과정 전반에 대해서 밝히고 후세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 승냥이와 이리가 싸우는 것이 전부인 세상 같지만 그래도 후세를 위하여 충심으로 이 사태의 전말이 규명되기를 바란다. <계속>

    필자소개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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