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창당 3년 사실상 해체 수순 접어들어
        2006년 10월 26일 11:5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열린우리당이 10.25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가 범여권 통합의 방법론으로 재창당을 공식화하는 등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만에 사실상 해체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재보선 결과가 확정된 직후 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창당이든 개혁세력 통합이든 결국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하는 개인과 집단, 세력들이 합의할 수 있는 노선과 비전을 갖고 통합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지금의 여당 간판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 열린우리당 초선의원 모임 ‘처음처럼’ 소속 의원들이 10.25 재보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재보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힌 ‘처음처럼’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조기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당내 초선의원 모임인 <처음처럼>도 2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기 전당대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늦어도 1월까지 앞당길 것을 촉구한다"면서 "전당대회는 당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새롭고 폭넓은 세력 연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태도에선 ‘예견된’ 참패를 정계개편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김근태 의장은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결과에서 분명히 확인된 것처럼 국민들은 믿고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당을 포함해서 어떤 정당도 국민에게 듬직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세력의 대결집을 이뤄냄으로써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리는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정계개편을 통해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은 조만간 정계개편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5일 전당대회와 관련, "빠른 시일 내에 지도부 토론을 통해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의장도 26일 "당내 합의가 모아지는 대로 빠른 시일내에 흩어진 전열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희망의 길을 구체화하는 당내노력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초선의원들도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 정치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가세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서 통합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 등 여당 주류세력은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듯 하다. 김 의장은 이날 "우리당의 기득권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은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민주당이나 고건 전 총리 등을 지금 여당의 틀 안으로 불러들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통합’ 그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여권 통합의 가장 큰 변수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같은 이는 노 대통령 배제를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여당 주류는 노 대통령을 배제하는 형태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듯 하다. 이는 친노직계 의원들이 현 여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의 입장 차이는 각자의 정치적 생존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여당이 구상하는 정치 일정대로 ‘통합’의 파트너들이 움직여줄 지도 미지수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번 재보선 참패의 결과에서 보듯 여당의 기력은 이미 소진될만큼 소진된 상태다. 시간은 여당의 편이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이나 고 전 총리는 보다 유리한 ‘딜’을 위해 당분간 ‘여당 흔들기’와 ‘독자행보’를 병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