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박주민-임이자
    발의 중대재해법 쟁점들
    각 당의 당론 여부가 법 제정 좌우
        2020년 12월 04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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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한 첫 공청회기 열린 데 앞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까지 중대재해법 발의에 동참했다. 원내 3당 모두 보건·안전의무 수칙을 지키지 않은 기업과 경영자를 수위 높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중대재해법 제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 법사위엔 총 3개의 중대재해법이 올라와있다. 지난 6월 1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외에도 지난달 12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이 있다. 지난 1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의 명칭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이다. 재계가 적개심을 느끼는 ‘처벌’이라는 표현을 ‘책임강화’로 순화해 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철민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회부돼있다.

    3개 법안은 안전·보건 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과 경영진에 대한 하한형 처벌, 원청 책임성 부여 등 중대재해법의 대원칙은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다만 법의 실효성 여부를 결정지을 일부 쟁점 사항에선 다소 차이를 보인다.

    원청 책임성 문제

    첫 번째 쟁점은 경영책임자와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이다. 재계가 가장 크게 저항하는 지점이다.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경총 측 관계자는 직접적인 행위자가 아닌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대로 현장의 안전관리자만 처벌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사위에 올라온 3개 법안 모두 경영책임자와 사업주, 기업이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경우 유기징역 또는 수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임이자안’은 안전 의무를 위반한 경영책임자와 사업주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 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3개 법안 중 가장 높은 형량이다. 양형기준은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국회 내에선 큰 쟁점이 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조치 의무 범위 문제

    두 번째 쟁점은 안전조치 의무 범위다. ‘강은미 안’은 노동자와 시민이 안전 또는 보건상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와 사업장에서 취급하거나 생산·제조·판매·유통 중인 원료나 제조물에 따른 유해 위험을 방지할 의무 등 범위를 보다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주민안’도 유사하다.

    반면 ‘임이자 안’은 안전·보건 의무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조직·인력·예산 편성 및 정기적 운영 점검 ▲근로감독관의 권한에 따라 시행된 감독의 지적사항 ▲자신이 관리하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및 제조물에 대한 점검 등이다.

    구체적으로 안전보건 조치에 필요한 조직과 인력, 예산을 편성하도록 적시한 방안은 노동계 내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의 권한에 따라 시행된 감독의 지적사항’에 관한 내용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근로감독을 받는 사업장의 비율이 1%도 되질 않는다. 근로대상 사업장 자체가 협소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며, 또한 “지금까지 근로감독관과 기업 사이에 유착 사례가 많았고 근로감독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량이나 벌금 액수를 아무리 높게 부과해도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희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선 보건·안전의무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돼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학계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최 실장은 “경총은 산안법에 구체적인 예시가 너무 많아서 지키기 어렵다고 하면서 중대재해법은 또 포괄적이라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변화하는 고용구조와 산업 현장의 여러 유형들로 인해 법에 모든 것을 담아낼 순 없다”며 “예를 들어 2인 1조 작업과 같이 사망사고를 유발함에도 법 규정엔 없는 상황을 예방하려면 보건·안전의무는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처벌 및 징벌적 손배 조항 여부

    이 밖에 공무원 처벌조항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포함 여부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은미안’과 ‘박주민안’엔 공무원 처벌조항과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담겨 있는 반면 ‘임이자안’엔 해당 내용이 모두 빠져 있다.

    ‘박주민안’에 담긴 50인 미만 사업장 4년 적용유예는 정의당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 중 하나다. 실제로 영세해서 안전의무를 지킬 여력이 없는 사업장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음에도 고의로 안전의무를 위반하는 사업장이 있다. 예컨대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가 사업장 감독을 나온 근로감독관에게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거짓 진술을 한 이후 메탄올을 몰래 사용해 노동자를 실명하게 만든 사건이 있다. 노동계에서 사업장 규모와 관계 없이 전면적용을 주장하는 이유다.

    그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 있어왔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에선 별다른 지원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최 실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단에 밀집돼있기 때문에 공단 전체를 대상으로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고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강조했다.

    노동계는 3개 법안 모두 일부 미흡한 지점이 있지만, 중대재해법의 대원칙을 담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 평가하고 있다. 향후 이 법의 실제 처리 여부는 당론 여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일찍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1인 시위, 정당연설회, 국회 농성까지 돌입했다. 반면 민주당은 연내 처리 불가 방침을 밝히며 당론 확정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의도연구원 주최 간담회에서 정의당과 중대재해법 제정에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진통이 예상돼 당론 결정은 희박해 보인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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