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숙 복직이 배임?
    "황당···복직은 법적 의무"
    "문재인 정부, 김진숙 복직 외면하면 반인도주의 정권 낙인 찍힐 것"
        2020년 12월 03일 03: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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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한 마지막 투쟁에 나선다. 특히 이번 복직 투쟁엔 금속노조를 넘어 조선업종 노동자들까지 노숙농성을 벌이는 등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연내 복직을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김진숙 복직 외면하면 반노동·반인도주의 정권으로 낙인찍힐 것”

    금속노조는 3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문제에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만큼 청와대가 나선다면 연내 복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은 배임 주장을 내세우면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과 부산지역에서 함께 노동운동을 해온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지도위원이 해고되고 87년 노동자대투쟁 때 한진중공업에서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민주노조 들어서 지금까지 왔다”며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금까지 복직하지 못한 것은 민주노조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부채감과 깊은 상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부산에서 인권 변호사를 하면서 김진숙 지도위원을 자주 접했다. 청와대의 깊은 곳에 있더라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현재 어떤 상태이고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문재인 정부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직접 챙기지 못하면 반노동 정권, 반인도주의 정권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도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에 대한 책임은 청와대가 져야 한다”며 “한때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으로 함께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유하라

    김진숙 복직이 배임 행위?
    법조계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너무나 황당한 주장”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과 보상이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복직을 촉구하는 환노위원들에게 “복직이 결정되면 퇴직금 지급 등으로 인한 배임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법조계의 견해는 다르다. 금속법률원장 김유정 변호사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한진중공업의 주장은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너무나 황당한 주장”이라며 “업무상 배임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회사의 임직원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가 이득을 얻게 해 회사에 손해를 가해야 설립되는 범죄다. 임직원이 회사 명의로 부실 기업을 인수하거나, 임직원이 저지른 범죄행위를 변호하기 위해 회삿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청탁에 따른 부정채용 등이 배임죄에 해당한다.

    부당 해고된 노동자의 복직은 배임과는 전혀 무관한 문제다. 대법원도 복직 문제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가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협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해고자 복직은 노사 자율 합의할 사항일 뿐,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법 어디에도, 어떤 법원도, 어떤 법학자도 해고자 복직을 두고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거나 주장한 사례는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성립된 법리적 상식”이라며 “쌍용차, KTX 승무원, 콜텍 등 고용관계 소송에서 노동자 패소한 사례에서도 노사 합의로 복직한 사례가 있고, 이로 인해 임직원이 업무상 배임으로 수사를 받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2009년 법에 따라 설립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해고 사유가 된 행위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며 한진중공업에 직접 복직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엔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셈이다.

    김 변호사는 “법적 기관이 한진중공업에 복직 이행에 대한 법적 의무 부여했고, 부산시의회와 국회도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배임 운운하며 복직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한진중공업은 헌법과 법률을 우롱하는 무식한 주장을 그만두고 복직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중공업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반대로 김진숙 지도위원을 복직시킬 수 없다고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거짓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김진숙 복직을 산업은행이 반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이동걸 산업은행장한테 질의했다. 이동걸 은행장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산업은행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여러 차례 한진중공업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얕은 거짓말로 대화를 피하는 한진중공업은 김진숙 지도위원의 정년 시한까지 한 달만 버티자는 심산”이라며 “한진중공업은 더이상 핑계도 대지 말라. 부당해고는 30여년이 지나도 부당해고이며, 복직만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노동 넘어 시민사회와 정당까지 연대 투쟁
    “해고 35년…노조탄압에 연대해온 김진숙, 이제는 후배노동자들이 나선다”

    조선업종 노동자들은 이달 중 서울로 상경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투쟁에 연대한다. 오는 7일부터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상경투쟁에 돌입하고 이달 중순부터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호중공업을 비롯해 금속노조 소속이 아닌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도 청와대와 산업은행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김호규 위원장은 “민주노조운동을 향한 모진 탄압 과정엔 늘 김진숙 지도위원이 있었기에, 이젠 후배 노동자들과 조선소 노동자들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을 위한 마지막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김진숙과 같은 사람들이 뿌리째 뽑혀나가지 않도록, 이달 내 복직할 수 있도록 투쟁하고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조합 외에도 시민사회계와 정당까지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민사회연대회의, 전태일재단 등 89개 단체와 105명의 개인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파괴된 삶을 치유하고 보상하는 사회적 의식”이자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역사적 의식”이라며 연내 복직 촉구했다.

    배진교 의원은 “35년의 세월동안 김진숙 지도위원은 그와 같은 노동자와 연대해왔다”며 “그의 해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다면 정치와 국회는 존재 의미가 없다. 국정감사에서도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국회의원이 복직을 지지했다. 한진중공업의 전향적 판단과 산업은행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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