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를 능가하는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특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1] 건보료 감면까지
        2020년 12월 03일 12:12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김정진 변호사(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의 개인 페이스북 연재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심도 있게 짚고 있다. 계속 이어진다. 페북의 1회 글과 2회 글을 먼저 묶어서 올린다. <편집자>
    ——————————–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임대사업자 문제 (1)

    1.

    승냥이와 이리가 싸우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이 시점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부동산 정책은 이 정권만 실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세에 반드시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이 정권 관련자들은 유동성이 풀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실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임대사업자 문제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이준구 교수도 주택임대업자에게 이렇게 과도한 특혜를 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고, <시사인>에서도 상당한 분량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자세한 것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임대사업자 문제에 대해서 실수가 있었던 것을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임대사업자가 받은 특혜가 어느 정도이길래 과도한 특혜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일까? 왜 정부는 이렇게 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었을까? 그리고 그 특혜의 효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2.

    먼저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임대사업자 문제가 이른바 임대차 3법과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즉, 민간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은 다음과 같은 표면상의 이유가 있다. 임대주택 중 일정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어 등록을 유도하고 대신 계약기간을 장기로 하거나 전월세 인상에 상한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즉 임대차 3법을 소규모로 시행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민간임대사업자 제도의 핵심인 것이다.

    임대차 3법은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부동산거래신고법 등 두가지 법률에 관한 것이고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는 전자에, 전월세신고제는 후자에 규정되어 있는데 언론에서 3가지 주요한 제도라고 하여 임대차 3법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전월세 신고제는 현황파악을 위한 부수적 제도이니 이 중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경우에도 임차인에 일종의 자동연장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제에 계약갱신청구권이 처음 도입된 것은 2001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영세중소상인들의 지위가 매우 흔들렸는데 사업을 위해 많은 자금을 투여한 임차인이 임대인의 횡포로 단기간에 점포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 5년간 계약 갱신을 보장하였다.

    상인단체들은 이 기간의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답보 상태였는데 한 기념비적인 임대인이 오랫동안 장사를 한 기존 임차인에게 기존 임대료의 4배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임차인을 내보내려다가 오랜 갈등을 빚다가 임차인이 망치로 임대인을 가격하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2018년 전격적으로 이 기간이 10년으로 상향된다.

    3.

    주택의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주안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개정 이전에 계약기간은 2년인데 이에 대한 갱신제도는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취지의 법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가보다 높지는 않았다.

    원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전두환 정권 당시 처음 도입되었는데 계약기간에 관한 조항은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1989년 당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는 조항이 통과되었다. 당시 주택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임대인들이 2년간 보증금을 못 올리게 되자 계약기간이 끝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3배로 올려달라는 일까지 발생하여 일가족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일어나는 등 그 부작용이 심각하였다.

    1990년 당시 보증금 50만원, 월세 9만원짜리 집에 살던 일가족 4명이 자살하였는데 가장이 남긴 유서 내용이 당시 신문기사에 나와 있다.

    “전세금을 마련할 길이 더 이상 없었다. 나 혼자 세상을 떠나려 했다. 가족을 동반해 목숨을 끊는다는 게 얼마나 큰 죄악인가. 그러나 이 각박한 세상에 떨어져 남게 될 처자식의 앞날은 얼마나 고생스러울 것인가…. 매년 오르는 집세도 충당할 길 없는 서민의 비애를 자식들에게는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이 때가 노태우 정부에서 토지공개념을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시절로 주택 2백만호 건설도 추진되던 시점이다. 물론 임대차보호법이 비극적 일이 발생한 유일한 원인은 아니겠지만 당시 계약기간을 2년으로 올릴 때 정부나 국회에서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을 심층적으로 따져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가 좋으니 해당 조항을 넣은 것인데 부작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관여한 한 교수는 충격을 받아 대외활동까지 중단했었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지금과 달리 그 때는 일반인들이 변호사 얼굴 보기도 어려운 시절로 임대인이 심지어 법을 위반해도 임차인이 여기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주택임대차보호법이나 2001년 제정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에 번 임대차 3법을 제외하고 계약기간이나 보증금 보호 관련된 조항을 기존 존재하는 임대차 계약에 적용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임대인들은 법정 계약기간이 늘어나는 경우 법 시행 당시 기존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때 이를 보증금이나 월세에 반영하여 올렸고, 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별다른 대책을 쓴 일이 없었다.

    헌법에 소급입법 금지 조항이 있다고 하여 모든 소급입법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형벌이나 조세에 관한 법률이 아닌 한 헌법재판소도 예외적으로는 소급입법이 된다고 보는 입장이었는데 임대차보호 관련 법률에서는 그 필요성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도 1981년부터 2019년까지 한 번도 기존계약에 이를 적용한 적이 없었다.

    4.

    이런 혼란을 거친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오히려 상가에 관해서는 2001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되면서 5년까지 계약갱신이 도입되고 이제는 10년까지 가능하게 되었는데 주택은 1989년 계약기간이 2년으로 고정된 후 2020년까지 전혀 변경이 없었고, 우선적으로 보호되는 임대차보증금의 범위만 확대되는 식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이후 정부는 등록된 민간 임대주택에 눈을 돌리게 된다. 모든 임대주택에 대해서 계약기간을 늘리는 식의 보호가 어렵다면 점진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고 이 등록에 일정한 혜택을 부여하면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거대한 허점인 이른바 민간임대사업자 특혜 문제에 대한 최초의 문제의식이었다. 이 문제의식은 일부 수긍할만한 부분은 있겠지만 2017-2019년의 부동산 비극 중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는 도저히 그냥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20. 7. 21 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촉구 기자회견(사진=참여연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평가 – 임대사업자 문제 (2)

    1.

    승냥이와 이리의 싸움이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 지금 이 글을 계속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필자의 분석이나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다른 분들이 반박을 할 것이고, 그것이 이 사회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지적 능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글을 계속해 보기로 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에 관한 정부의 표면적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어차피 전체 임대주택 중 공공적 성격을 가지는 주택의 비중은 얼마 되지 않고 대다수가 민간임대주택이니 이들에게 일정한 인센티브를 주고 등록하게 하고 대신 계약기간이나 전월세 인상율에 대해서 제한을 두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 급격한 제도 변경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적 의의는 분명히 있다. 문제는 그 인센티브가 도를 넘어서서 역대급이었다는 데에 있었다.

    2.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적극적으로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였다. 주택을 다수 보유하면 세금에서 가장 부담되는 것이 2주택 이상 중과하는 양도소득세, 합산하여 누진과세되는 종합부동산세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소득세, 법인세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된 것이 (1) 3호 이상 보유하고, (2) 5년 이상 임대하고 (3) 기준시가 3억 이하이고 (4) 국민주택규모 주택인 경우에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소득세와 법인세액의 20%를 깍아주기로 하였다. 이것이 점점 확대되어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 12.에는 기준시가가 6억으로 인상되고, 임대기간 4년으로 하면서(준공공임대주택은 8년) 소득세 법인세액의 30%를 깍아주는 것으로 하였다. (준공공임대주택은 75% 감면)

    양도소득세는 여러 감면책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이 장기보유특별공제액 상향이다.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부동산 같은 자산의 경우 보유기간이 오래될 경우 그 기간 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분이 누적되었고, 누진세 구조 때문에 세 부담이 늘어나 거래 자체가 위축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유기간에 따라 과세표준의 일정 비율을 감해주는 제도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장기보유 특별공제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일정한 임대주택 중 8년 이상 임대하고 (2) 임대료 제한조건(1년에 5% 인상) 준수하면 50%의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해 주고, 10년 이상 임대하면 70%까지 공제해 준다는 것이다. 즉, 일정한 임대주택의 경우 양도소득세의 50%~70%를 감액해준다는 의미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예를 들어 민간매입임대주택의 경우 (1) 5년 이상 임대하고 (2) 공시가격 6억 이하인 경우 종부세 합산을 배제하도록 하였다,(이 외에도 추가적 혜택이 많으나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소개한 것이다.)

    즉, 이 제도를 보면 임차인에게 임대기간을 장기(4년, 5년, 8년)로 하거나 전월세 인상율을 소정 비율(5%)로 할 경우 등록된 임대사업자에게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감액해준다는 것이고, 이미 박근혜 정부 때도 상당한 특혜를 부여한 것을 알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이렇게까지 특혜를 주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지만 이미 이러한 화끈한 특혜로 박근혜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수와 등록주택 수는 급증한다.

    연도/ 임대사업자수/ 증가분/ 증가율

    2012 54,000
    2013 79,000     25,000   46.3%
    2014 104,000   25,000   31.6%
    2015 138,000   34,000   32.7%
    2016 202,000   64,000   46.4%
    2017 259,000   57,000   28.2%
    2018 407,000   148,000 57.1%
    2019 481,000   74,000   18.2%

    연도/ 등록임대주택수/ 증가분/ 증가율

    2012 400,000
    2013 430,000    30,000    7.5%
    2014 460,000    30,000    7.0%
    2015 590,000    130,000  28.3%
    2016 790,000    200,000  33.9%
    2017 980,000    190,000  24.1%
    2018 1,362,000   382,000  39.0%
    2019 1,508,000  146,000 10.7%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참조, 천 미만 숫자는 보도자료에 표기되어 있지 않아 0으로 하여 사용)

    위 표를 보면 박근혜 정부 시기에 등록 임대사업자 수는 매년 30% 이상씩 증가하고 등록임대주택 수도 마찬가지로 증가한다. 정부 의도대로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사업은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등록 임대주택 사업자 수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연도는 2018년도이다. 임대주택사업자수는 무려 57.1%가 증가했고, 임대주택수도 무려 39% 증가하여 증가폭으로 하면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입버릇처럼 되뇌이지만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시정하기는커녕 이를 강화시키지 않고서야 어떻게 1년만에 임대사업자 등록이 최대로 증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저 기간이 수도권 주택값 폭등하던 시절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알 것이다. 도대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3.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꼭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이렇게 큰 혜택을 주어야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과 전월세 상한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2020년 하반기에 정부가 한 것처럼 만약 모든 주택임대차에 대해서 상가처럼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하고 그 기간 동안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아니 표준건축비도 존재하는데 표준임대료나 공정임대료를 정하여 최소한 수도권 지역에서 강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공시지가도 없었던 나라에서 이를 몇 개월만에 만들어 종합부동산세의 전신인 종합토지세를 만든 것이 지금부터 30년전인 1989년의 대한민국이었다.

    이미 모든 임대차계약서는 확정일자를 받기 위하여 주민센터나 등기소에 제출되는데 임대시장의 상세한 현황을 파악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과연 1989년보다 어려웠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이미 국세청은 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전자세금계산서 때문에 국민들의 거의 모든 소비영역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고, 이것이 K-방역에 기초자료로 쓰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람들이 느끼는 필요성을 수용할 수 있는 정치세력의 존재 및 의지와 관련된 것일 뿐이다.

    1989년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토지-부동산 규제책인 토지공개념-종합토지세가 생긴 것은 노태우 정권이 그 필요성을 가장 강력히 느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권의 핵심부에서 토지-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믿었고, 그것이 그 당시 시점에서 보면 절대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또한 노태우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상황에서 협소한 지지기반을 벗어나기 위하여 이른바 ‘보통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여야 했다.

    참여정부 시절 발간된 실록 부동산 정책 중 관련 내용이다.

    이동성 전 건설부 주택정책과장의 증언이다.

    “당시 민심이 극도로 흉흉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당시 성남에는 강남 부유층 아파트로 파출부 나가는 아줌마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이 바뀌면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몇 호는 파출부 누구 몫이다’는 식의 괴담이 돌았고, 이런 소문이 정보라인을 통해 청와대까지 보고됐다. 당시 문희갑 경제수석은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난다’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한국에서 주택은 임대료 수입의 수단이라기보다는 엄청난 시세차익의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상당수 다주택자는 어마어마한 주택의 시세차익이 목적인 것이지 기껏해야 은행에 전세보증금을 맡겨 나오는 이자나 월세수입이 주목적은 아닌 사람들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이렇게 어마어마한 특혜를 주면 이 임대사업자들이 기존의 다주택을 등록하는 것을 넘어 새로이 주택을 더 사들이거나 다주택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주택을 추가로 사들여 민간 임대사업에 뛰어들 위험은 없었던 것인가?

    만약 이 부분이 현실화된다면 주택가격은 올라갈 것이고 세입자의 주거안정이라는 정책목표도 궁극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주택값이 오르는데 세입자의 주거안정이라는 것은 허망한 약속일 뿐이다.

    민간임대사업자들이 실제로 주택을 더 사들였는지 아니면 등록을 할 사람들이 신규로 임대사업자가 되었는지 여부는 공개된 자료로는 검증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2017년의 정부의 민간임대사업자 대책을 보면 다주택자들이 민간임대사업자 제도를 주택투기의 수단으로 활용했을 강한 개연성이 있다.

    (필자가 국회의원이라면 아마도 건교부를 압박하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제시했겠지만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다. 참으로 눈썰미 좋은 국회의원 1명이 아쉬운 시대다.)

    4.

    이제 문제의 2017년 12월 3일로 가보자. 정부가 발표한 수십 번의 부동산 정책 중 이미 일부가 이미 발표된 시점이다. 이 날 발표된 것이“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필자는 이 대책이 문재인 정부의 판도라의 상자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끝이 안 좋다면 아마도 부동산 정책 때문일 것이고 그 출발점은 이 대책일지도 모른다.

    앞에서 본 것처럼 박근혜 정부도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어마무시한 특혜를 부여하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여기서 한 술이 아니라 한 백 술 정도 더 뜨는 대책을 제시한다.

    가장 주요한 것을 한 번 그대로 소개해 본다.

    1) 지방세 감면 확대
    -‘21년까지 취득세․재산세 감면
    – (8년 임대 시) 40㎡ 이하 소형주택
    – 재산세 감면 호수기준(2호) 폐지
    – (8년 임대 시) 다가구주택(모든 가구당 40㎡ 이하)도 감면

    2) 임대소득세 감면 확대
    – 1주택만 임대해도 감면
    – 필요경비율 차등화 (등록 70%, 미등록 50%)

    3) 양도세 감면 확대
    – (8년 임대 시) 양도세 중과배제
    –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

    4) 종부세 감면기준 개선
    – (합산배제) 5년 → 8년 임대 시

    5)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 (4년 임대) 40% (8년 임대) 80% 감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부여한 특혜를 더욱 강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특기할만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는 3주택 이상 임대해야 소득세법, 법인세법을 감면해주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1주택만 임대해도 세금을 감면해준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주택자도 자신은 전세로 살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권이 국정농단 사범 몇 명은 감옥에 집어넣기는 하였지만 이명박근혜 시절의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액수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한 액수보다 더 적다고 한다. 한마디로 토건개발은 문재인 정권이 한 수 위라는 것이고 아마도 가덕도 신공항으로 그 화룡점정을 찍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도 문재인 정권이 한 수 위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청산한 것이 아니고, 정책의 차원에서는 계승 강화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아마도 가장 허위와 위선에 가득찬 문서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2017년 문재인 후보 대선 공약집일지도 모른다.)

    5.

    문재인 정부가 부여한 인센티브 중에 가장 놀라운 것은 건강보험료를 40% 혹은 80%를 감면해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특정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하여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종부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조세감면 자체가 별다른 투자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많지만 산업정책적 이유로 한 조세감면 자체를 아예 터부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조세감면의 필요성이 적은데 지나친 특혜를 주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과문한지는 몰라도 특정 산업분야에 대하여 조세는 감면해주는 경우는 있어도 건강보험료를 감경해주는 경우는 유사 이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범한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이 세금, 공과금 중에 가장 액수가 큰 항목이 대개 건강보험료이다. 심지어 소득세와 달리 건강보험료는 저소득층이라고 감면해주는 구조도 아니다. 저소득층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된다면 아예 의료보호로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건강보험료도 그 저소득인 수준에서 보험료를 낸다.

    심지어 2018년 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전 전에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나이까지 점수로 환산하여 보험료를 부과하였다. 즉, 대한민국의 건강보험료는 인두세적 성격이 있었던 것이다.

    2014년 2월에 송파구 세 모녀가 극단적인 빈곤상태를 이기지 못해 자살하였다. 남긴 것은 죄송하다는 유서와 밀린 공과금을 내기 위한 돈 70만원이었다. 기초생활보장대상수급자가 되지 못한 이 모녀가 남긴 70만원에는 아무런 소득과 재산이 없어도 납부하여야 하는 건강보험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현재에도 건강보험료 경감대상자 고시라는 것이 있어 일부 사람들에 대해서 건강보험료를 경감해주고 있다. 그 대상자를 살펴보자.

    1) 먼저 세월호 피해주민이다. 2014년 4월부터 9월분까지 경감해준다. 사망, 실종, 부상은 50% 경감해주고, 생존자는 40% 경감해준다.

    2) 다음으로 개성공단 중단으로 인한 경감이다.2016년 2월부터 7월까지 하고 경감율은 50%이다.

    3) 세 번째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으로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보험료이다. 경감율은 2019년 50%, 2020년 10%이다.

    4) 네 번째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취약계층들이다. 기준에 따라 30~50% 감경을 해준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민간 임대사업자이다. 4년 임대는 보험료 40%, 8년 임대는 80%까지 감면해준다. 감면기간도 4년 또는 8년이다.

    박근혜 정부 이래 존재했던 조세감면을 더 강화하고, 그 혜택을 받으려면 임대주택도 단 1호만 있으면 되고 심지어 송파구 세 모녀한테도 감경해주지 않았던 건강보험료의 80%까지 감경해준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정책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송파구 세 모녀한테도 깎아주지 않았던 건강보험료를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에게 감면해준다는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그야말로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역대급 특혜가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계속>

    필자소개
    변호사. 전 민주노동당 정책부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