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법 공청회,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나.
    안전·보건의무 위반 경영주와 기업으로 인한 산재는 “기업범죄”
        2020년 12월 03일 08:1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이 과잉입법이라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정치권과 재계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산업안전에서 위험을 만드는 주체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해 산재 예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더 나아가 기업의 안전 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중대한 재해를 ‘기업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일 중대재해법 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법학, 안전공학, 재계 등 관련 전문가 4인의 진술을 들었다. 이 가운데 명시적으로 중대재해법에 반대한다고 밝힌 임우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안전보건본부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2인의 전문가들은 중대재해법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을, 1인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후 중대재해법은 보완적 요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 측을 대변한 임 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중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공청회 모습과 중대재해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안전·보건의무 위반한 경영주와 기업으로 인한 산업재해는 “기업범죄”

    최정학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10분 가량의 진술 내내 산업안전·보건의무를 위반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한 형사처벌”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산업재해 발생 시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은 구약식 처분이 80% 이상이고, 법원에 가서도 실형 선고 되는 경우는 2%대로 거의 없다. 60% 이상이 벌금형인데 평균 벌금액도 개인과 법인 보두 400만원대”라며 “(산재에 대해) 처벌을 안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 사법기관과 법원부터 인간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대하는 산업재해는 행정범이 아닌 형사범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장 행위자 뿐 아니라 경영자와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산안법 위반을 기업범죄와 안전범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는 “단순히 형량 강화가 아니라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은 안전범죄가 (노동자 개인의 실책이 아닌) 구조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구조적 책임은 기업과 기업경영자에게 있다. 예를 들어 안전시스템 관리 유지, 안전교육, 안전검점, 안전예산 확보 등”이라며 “산업재해에 관한 기업의 구조적 책임을 인정하는 모델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 실효성이 없어 산안법 개정으로?
    “산안법 개정, 기껏해야 현장 책임자만 처벌”, “장철민안은 부족한 점 많다”
    “중대재해법,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에 역할할 것”

    중대재해법 제정이 가시화되자 일각에선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산재 예방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로 산재를 줄이는 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합류해 민주당 일부에선 벌금을 높이는 방식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500만원, 법인은 3천만 원으로 벌금의 하한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철민 안’이 산재를 예방할 수 없다고 봤다. 최 교수는 “산안법은 범죄 결과에 대해 직접 원인을 제공한 현장행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껏해야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만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 사고 이후 교체 대상인 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만 처벌하는 것은 산재 예방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국에선 산재 예방과 그 위반에 따른 책임의 핵심 법률이 기업과실치사법이 아니라 보건안전법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경영주에 대한 처벌에 있어) 상한 없는 법률 조항과 보건안전청의 안전감독관에게 기소권과 작업중지명령권을 부여해 안전보건조치 위반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 병행하고 있다”며 “한국의 산안법이 중대재해 예방과 위반에 따른 처벌에 대해 과연 영국의 보건안전법과 같이 기능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이 산재를 막기엔 미흡한 지점이 있다며 기존 산안법의 엉성한 지점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정 교수는 “너무 엉성해서 경영자나 대기업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던 산안법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중대재해법을 제정하게 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장철민 안은 많은 부족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기존 산안법 개정으론 한계가 있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고 산안법을 개정했지만 매일 6명이 산업현장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며 “2007년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이 실효성이 없어서 중대재해법도 그럴 것이라고 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법은 산재 포함 중대재해 방지하기 위한 유효하고 적절한 대처법으로 인식된다”며 “실제로 원하청 모두를 산업현장 등의 위험을 만든 주체로 처벌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하는 데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에서 원·하청한테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과한 규정을 언급하며 “현행 산안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진 처벌은 과잉입법?

    중대재해법의 최대 쟁점은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다. 재계는 기존 산안법도 지키기 벅차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만으론 사망사고 줄이는 데에 한계있다”며 “(산재에) 사업주의 책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은 산업발전 정도, 안전기술 수준, 국민들의 안전문화 의식 수준, 현행 산안법 작동 여부, 정부의 전문성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임 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경영계가 보기엔 선진국에서 유례 찾기 힘든 과도한 형벌 규정이 있다”며 “기업 경영을 총괄한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으로 법을 위반한 사람보다 과도하게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정학 교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처벌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업의 벌금은 결국 누구의 돈도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현재도 높지 않은 기업의 벌금을 기업 비용으로 처리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기업범죄를 예방하려면 자연인으로서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형사법 체계에 비춰 봐도 안전·보건의무를 위반한 경영진을 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교수는 “안전의무 위반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다. 안전의무를 경영자와 기업이 고의로 위반하고 이로 인해 중한 사망 결과 더해지는 결과적 가중범”이라며 “안전의무를 위반하면 위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라 과실치사와 비교할 수 없다. 사람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는 폭행치사와 상해치사와 비교가 가능한데 두 범죄는 모두 3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윤 교수 또한 “음주운전의 경우 개별 행위자한테 그 의무 부과하고 위반했을 때 법정형이 높다. 그러나 (산재 문제에 있어서) 법인과 행위책임자, 경영책임자가 안전의무를 지키며 최우선적으로 사업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아무런 의무조항이 없다”며 “고의로 안전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일으켰는데 과실범(의 형량)과 비교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경영진, 보건·안전수칙만 지킨다면 처벌 안 받아”

    재계는 안전 의무를 지키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때와 마찬가지 논리다. 그러나 재계는 수년 간 같은 형태의 중대재해 발생에도 실효성 있는 안전교육 조차 하지 않았다.

    “개별 기업은 못하더라도 경총 등에서 산재 발생 이후 교육을 마련할 수 있지 않느냐”는 소병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임우택 본부장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산재 예방을 위해 재계 차원의 노력이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재 사고가 나면 무조건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이라는 일부 오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윤 교수는 “(중대재해법 중) 경영자 책임의 5항은 면책조항이다. 법인에 대한 면책조항도 있다”며 “기업이 안전의무 조치 충분히 했다면 전부 면책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해당 규정에 따라 기업이 선제적으로 안전조치를 취한다면 법인이나 경영자 모두 면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