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여섯에 해고, 35년째 복직투쟁
    시민사회 “김진숙은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2020년 12월 01일 07: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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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노동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정년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암 재발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35년째 복직 투쟁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과 함께 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김진숙의 복직은 한 인간의 파괴된 삶을 치유하고 보상하는 사회적 의식이자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역사적 의식”이라며 복직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연대회의, 전태일재단 등 89개 단체와 105명의 개인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물여섯에 해고된 김진숙에게는 한진중공업 정년 나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김진숙은 자신의 목표는 정년이 아니라 복직이라고 호소한다”며 “김진숙은 반드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노동과세계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사인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조 선전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만으로 1986년에 해고됐다. 그의 해고 사유가 된 A4 용지 한 장도 채 안 되는 20줄 분량의 선전물엔 노조의 공개운영, 생활관과 도시락 개선, 산재 환자의 불이익 처우 문제 등에 대한 집행부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담겨 있었다. 김 지도위원은 이후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기도 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6살이었다.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에 머무르며 35년간 투쟁을 이어왔다. 2010년 12월 한진중공업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생산직 노동자 400명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결정하자, 이듬해 1월부터 한진중공업 내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2011년 11월, 정리해고를 철회하는 내용의 노사 합의에 따라 김 지도위원은 309일간의 고공 농성을 마치고 크레인에서 내려왔다.

    정부 차원의 복직 요구도 있었지만 한진중공업은 수용하지 않았다. 2009년 11월 2일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는 한진중공업에서의 노조민주화 활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으나 거부했다.

    올해 들어 국회는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병모 한진중공업 대표이사에게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송옥주 환노위원장도 지난달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권고한다는 여야 합의된 의견을 밝혔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배임 문제를 거론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병모 대표이사는 당시 국감에서 “복직이 결정되면 퇴직금 지급 등으로 인한 배임으로 해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5년간 급여 동결부터 삭감, 전원 휴직까지 온갖 고통을 겪어온 현재 직원들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각계 단체와 국회,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단 한 발짝의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년을 한 달 앞둔 김 지도위원은 최근 암이 재발했다.

    회견 참여 단체들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반대한다고 핑계를 대던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산업은행이 노사 합의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자 이번에는 매각을 핑계 대며 배임 운운하고 있다”며 “부당한 해고에 대한 복직과 그에 따른 정당한 보상, 노사의 자율적 합의는 사법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더 이상 핑계 대지 말고 하루속히 김진숙을 복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서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은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만들고자 투쟁했던 스물여섯 청년이 해고되고 복직되지 않은 채 환갑이 됐다. 암투병을 하고 있는 김진숙 노동자가 동료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진중공업은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김진숙 복직 요구를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외쳐야 하는지,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게 왜 이토록 어려운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며 “시대를 바로잡기 위해,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의 복직을 올해가 가기 전에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의원장도 “34년간 법은 그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그를 일터로 돌려보내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민주화된 것이냐”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일할 권리를 사회가 지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호규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은 “김진숙 해고노동자는 더 이상 정리해고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다. 그의 운동은 민주노조 운동의 뿌리”라며 “그가 복직되지 못된 채 떠날까 두렵다. 그가 한진중공업 조합원으로서 퇴직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는 투쟁과 저항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김진숙의 복직은 한 인간의 파괴된 삶을 치유하고 보상하는 사회적 의식”이자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역사적 의식”이라고 규정하며 “김진숙의 복직은 김진숙 개인만의 소망이 아니다”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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