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가서 꼭 해야할 쓴소리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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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6일 09:3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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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가서는 북한에 쓴 소리를 해야 한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 선언 파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전달해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핵실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이 핵보유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주장과 실제행동은 다르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던지는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 1991년 12월 채택되고 1992년 2월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파기했다.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남한 대북정책의 전제로 작용해 왔던 원칙을 무너뜨렸다.

    이 사태는 반전반핵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남한 평화세력의 근거를 허무는 행위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파기한 북한에 강력한 유감을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적 대중 정당의 명분을 유지할 수 있다.

       
     ▲ 2005년 방북당시 민노당 대표단, 北 김영남과 면담 (사진 = 판갈이)
     

    둘째, 북한은 추가적인 긴장조성 행위를 중단하고,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핵문제의 해결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국과 북한 누가 더 책임이 있는지 이른바 ‘책임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교는 상호 작용의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미룰 수 없다. 북한은 9.19 공동선언 채택이후 미국의 태도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미국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BDA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도덕적 접근에 사로잡혀 있으며,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진실만큼이나 정체성이 중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어 지는가? 교착의 상황에서 먼저 선을 넘은 것은 북한이고, 그것은 북한에 대한 오래된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확인시켜주었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하고 싶겠지만, 미국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당분간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 네오콘의 북한에 대한 ‘악의적 무시’전략이 상정해 놓은 ‘예상된 시나리오’를 북한은 충실히 따르고 있다.

    무시하면, 북한이 선을 넘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의 합의를 통해 봉쇄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일본은 신났다. 오죽했으면 아베 정권이 공개적으로 북한에 감사를 표시하겠는가?

    9.19 공동성명의 교착국면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해서 주장을 계속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워싱턴에서 협상파가 입지를 유지할 수 있었고, 6자회담에서 일본이 설 자리는 사라졌을 것이다. 북한은 미국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중 양국처럼 평화적 해결방침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참여국들의 입장을 왜 고려하지 않은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축적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대화가 이루어져도 협상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여론이 중요하고, 여론은 ‘정체성의 정치’라고 표현할 만큼 ‘인식되어 지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고 해서,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은 북한에 대한 고정된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바라보는 북한에 대한 인식론은 공화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봉쇄가 아니라, 협상이라는 다른 방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는 ‘북한과 대화하라’는 여론에 실체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전향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할 필요가 있다. 왜 북한은 먼저 움직이지 않은가? 미국을 움직이는 것은 벼랑끝 전술이 아니라,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라는 점을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셋째, 선군정치로 남한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제발 그만두라고 말해야 한다. 선군정치야 북한내부에서 통하는 말이지,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민주화의 경험을 가진 남한에서는 부정적 단어일 뿐이다. 그리고 북한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남한의 시대착오적인 극우세력의 사회적 기반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한 발언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체제존중과 내정간섭금지 조항을 명백히 훼손하는 발언임을 분명하게 지적해 주어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왜 남한 체제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가?

    협상을 통한 해결의 과정에서, 미국의 태도변화가 중요한 것만큼 북한도 변해야 한다. 대꾸하지 않은 미국에 대해 북한이 정당성을 주장하려면, 협상장에 나와서 말해야 한다. 다자회담은 양자회담에 비해 합의하는 것은 어려워도 일단 합의하면 쉽게 깨기 어렵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도, 미국∙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도, 에너지협력을 포함한 경제협력도 다 들어 있다.

    민노당의 방북이 6자회담 재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보수와 진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다층적 분열이라고 할까? 존재하는 모든 단위들 내부에서 분열중이다. 솔직히 필자 같이 민주노동당 사정에 어두운 사람은 북핵 실험이후 당 내부에서 겪었던 대립을 잘 모른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의 이름 모를 댓글이라면 모를까,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의아스러울 뿐이다. 이번 방북이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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