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유죄' 판결
    “의미 있지만, 형량 지나치게 낮아”
    조영대 "헬기사격 인정...역사적 진실 밝혀가는데 중요한 모멘텀"
        2020년 12월 01일 12:0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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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 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해 쟁점이었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집행유예에 그친 낮은 형량에 대해선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된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이자 전두환 씨를 고소한 조영대 신부는 1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은 조비오 신부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5.18 진상규명을 위한 단초로서 굉장히 역사적인 재판이었다”며 “재판에서 헬기 기총 소사는 있었고 그러므로 (전두환 씨가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은 유죄라고 선언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역사적인 진실을 밝혀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법원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인 5월 21일과 27일에 실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5월의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다. 특히 재판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전두환 씨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신부는 “헬기 기총 소사는 5월 21일뿐만 아니라 전일빌딩 탄흔으로 봐서 5월 27일에도 분명히 있었다(고 재판부가 인정했다). 광주를 진압하기 위해 헬기가 여러 날 광범위하게 기획적으로 사용되어졌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전 씨 측은) 자위권 발동이었다고 주장했는데 그 주장이 뒤엎어지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장이 (전 씨에게) 광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한 말씀은 광주 시민들과 국민들의 여망을 담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5.18 민주화운동 이후에 40년 동안 논쟁의 영역이었던 헬기사격을 사법부가 공식으로 인정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헬기 사격 명령을 누가 내렸는지, 어떤 작전의 과정에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선 어느 정도 규명이 됐음에도 헬기사격 자체가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작전에 대한 부분들을 공식화 시키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다. 이번에 헬기사격 자체가 인정됐기 때문에 진전된 조사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원이 처음으로 헬기 사격을 인정한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다수지만,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선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따른 실형 선고 사례만 봐도 전 씨가 받은 형량은 턱 없이 낮다는 것이다. 지만원 씨가 5.18 유공자를 북한특수군이라고 주장해 징역 2년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징역 8월을 받은 바 있다.

    조 신부는 전 씨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에 대해 “검사 구형대로 1년 6개월이라도 그대로 나올 줄 저희들은 기대했는데 광주시민들은 굉장히 아쉬움을 넘어 분노했다. 그가 벌였던 여러 거짓말과 망언, 죄악을 놓고 보면 이렇게 형량이 적을 순 없다”며 “형량 부분은 재판부가 역사적인 의미들을 고려치 않았다는 차원에서 굉장히 서운하고 아쉽다”고 말했자.

    김 교수도 “전두환 씨가 회고록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총체적으로 부정했고 어찌 보면 80년 당시 희생된 유가족들에 대한 폄훼였다. 특히 재판이 진행되는 2년 7개월 동안 전두환 씨 변호인들은 재판정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고 하고 전 씨는 재판에 나올 때마다 자는 등 2, 3차 가해를 해왔다”며 “그들이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고 법원이 헬기사격을 인정했기 때문에 엄정하게 사법적 단죄를 내려 줄 필요가 있었다.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은 너무 아쉬운 선고형량”이라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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