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한 반려동물’은 뭘까
    [그림책 이야기]『완벽한 바나바』( 테리 펜, 에릭 펜, 데빈 펜/북극곰)
        2020년 11월 30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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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실의 바나바

    바나바는 비밀 실험실에 살고 있습니다. 바나바는 처음 보는 반려동물입니다. 몸집은 생쥐만한데 몸매와 팔다리는 코끼리를 닮았습니다. 귀는 생쥐처럼 동그랗지만 코는 코끼리처럼 깁니다. 그야말로 반은 생쥐를 닮고 반은 코끼리를 닮았습니다.

    실험실은 <완벽한 반려동물>이라는 가게 아래 땅속 깊숙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이 비밀 실험실이 완벽한 반려동물을 만드는 곳이지요. 바나바와 친구들은 각자 작은 유리병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연두고무들이 가져다주는 치즈와 땅콩을 먹고 살았습니다.

    다행이 바퀴벌레 쫑알이가 바깥 세상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호수, 푸르른 나무, 하늘까지 뻗은 산 그리고 빛나는 별에 대해서요. 바나바는 자신도 언젠가 풀밭에 앉아 별을 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쫑알이는 불가능하다고 쫑알대지요. 바나바는 불가능은 없다고 받아칩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론 쫑알이 말이 맞을까 두렵습니다.

    언젠가 바나바는 풀밭에 앉아 별을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 바나바는 완벽한 반려동물일까요?

    유전공학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그림책

    반려동물에 관한 그림책은 많습니다. 북극곰 출판사에서 출간한 그림책만 해도 여러 권 있습니다. 『안 돼!』, 『흰둥이』, 『우리 가족이에요』, 『누누 똥 쌌어?』처럼 웃기거나 찡한 가족 드라마입니다. 더불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관한 그림책도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는 소재와 유전공학이라는 이슈를 결합한 그림책은 아마도 『완벽한 바나바』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스스로도 더 예뻐지려는 욕망 때문에 성형외과를 찾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더 귀엽고 더 예쁜 반려동물을 갖기 위해 유전공학의 힘을 빌리는 날도 올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 종자가 개량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충격적인 상상은 반려동물을 ‘완벽한 반려동물’이라는 상점에서 공산품처럼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유전공학과 자본주의의 잘못된 만남입니다. 같은 생명체로서 생명에 대한 존중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무생물인 인형을 판매하듯이 상자에 담아 진열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반려동물

    펜 형제의 놀라운 상상은 자연스럽게 수많은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완벽한 반려동물은 무엇일까? 우리는 완벽한가? 생명체에게 있어서 완벽이란 무엇일까? 반려동물은 상품인가? 아니면 가족인가? 반려동물이 가족이라면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상점은 노예시장과 무엇이 다를까? 동물권이란 무엇일까? 반려동물을 위한 공공의료보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말이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완벽한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숨을 막히게 만듭니다.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반려동물이 존재할까요? 만약 존재한다면 도대체 완벽한 반려동물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크고 둥근 눈? 보들보들 부드러운 털? 누구나 품에 안을 수 있는 적당한 크기?

    하지만 한번이라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외적인 조건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완벽한 반려동물과 완벽한 외모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완벽한 반려동물은 그냥 내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입니다, 완벽한 짝꿍이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다!

    바나바가 살고 있는 실험실은 실험실에서도 실패한 반려동물을 모아 놓은 실험실입니다. 실패한 반려동물은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여기고 만드는 사람들에게 선택 받지 못한 반려동물입니다. 저는 이 실험실을 보면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떠올렸습니다. 지금 우리 교육은 학생들을 성적으로 평가하고 서열을 매깁니다. 이것은 분명 사람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등급을 매기는 자본주의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비인간적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획일화된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판단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태어난 모습 그대로 완벽하며 저마다 다른 영혼과 취향을 지닌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가둘 수 없고 아무도 우리에게 어떤 것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바나바는 자신의 모습을 타고난 그대로 사랑했습니다. 더불어 불가능은 없다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완벽한 생명체의 모습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바나바는 완벽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믿고 도전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입니다.

    『완벽한 바나바』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실패한 바나바와 실패한 친구들을 보면서 함께 연민을 느끼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저항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실패했다고 낙오자라고 떠들어댄 사람들에게 말할 겁니다. 이제 우리는 자유롭고, 우리는 아름답게 태어났으며,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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