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자고 26일 밝힌 가운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국정조사와 특별수사를 제안하며 윤 총장의 거취를 압박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단 하루 만에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은 내고 직무정지 취소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국정조사 환영, 대신 추미애까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 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 추진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판사 사찰 등과 같은 시대착오적이고 위험천만한 일이 검찰 내부에 여전히 잔존하는지 진상규명하고 뿌리 뽑아야 한다. 그에 필요한 일을 민주당도 함께 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재판부 불법 사찰은 단순히 징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낙연 대표가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저희는 환영하고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다.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받겠다. 그런데 추미애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해갈 수 없다”고 응수했다.

윤 총장은 전날인 25일 밤, 법원에 온라인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본안 소송인 직무정지 처분취소 소송은 26일 중 낼 예정이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밝힌 직무정지 사유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근거가 사실이라고 해도 직무정지까지 지시할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조사 검토하자던 민주당 하루 만에 “그런 뜻이 아니고…”

국정조사 추진을 강하게 언급했던 민주당은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정치적인 쟁점화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정조사로 나가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법사위 소속인 김종민 같은 당 의원 또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나 여러 가지 형태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지금 당장 국정조사를 하자말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당 지도부의 국정조사 추진 제안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미 법무부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을 하겠다고 했으니 징계 절차를 밟고 당사자가 자기 소명을 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필요하다. 이후에 어떤 절차를 밟을지 그때 가서 논의를 하는 게 맞다”며 “(당 지도부의 국정조사 추진 언급은) 문제가 상당히 심각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국정조사 추진에 한 발 물러서면 국민의힘은 추미애 장관의 주장 외에 직무정지 사유로 확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데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하자니까 민주당에서 뒤꽁무니를 빼고 있다”며 “이 문제는 어차피 검찰에서 PC까지 포렌식을 한다고 하니까 누구 말이 옳은지는 금방 드러날 일이다. (추 장관이 판사 사찰 문건이라고 한 보고서는) 대단한 문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대양당 국민 삶 배제한 채 권력 투쟁만 비판
김종철 “추–윤 싸움이 묻고 더블로 갈 사안인가”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요 개혁법안을 뒤로 미뤄놓고 법무부와 검찰 갈등을 정치 쟁점화하며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당을 겨냥해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싸움을 또 봐야 하나. 이제 그만하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 장관의 국정조사도 같이 하자며 “묻고 더블로 가는 전략”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싸움이 정치권에서 ‘묻고 더블로 가야 할’ 사안이냐”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지긋지긋한 ‘권력투쟁’에 우리의 일상은 없다”며 “매일같이 끼어 죽고, 깔려 죽고, 떨어져 죽어 나가는 노동자의 목숨, ‘중대재해 문제의 해결’이 우리의 문제다. 낙태를 결정해야만 하는 여성의 불안함이 오늘 우리의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토론해야 할 것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이고, 몸에 대한 안전한 보장”이라며 “이낙연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제 그만하시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받고 낙태죄 폐지까지 더블로 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