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 경제-위기관리력 최대변수
    2006년 10월 25일 0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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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 핵실험이라는 돌발 변수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겉으로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지만 속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북핵 문제가 어느 정파와 어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민감하게 사태를 주시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안보’가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문제는 더 이상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과거 남북문제는 안보와 이념의 문제, 미래의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문제는 현실의 문제가 됐고 위기관리의 문제, 경제의 문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 상승도 그런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최근 여론조사들에서 다른 주자들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이며 앞서 나가고 있다. 더구나 한길리서치에서 진행한 한나라당 대의원 조사에서도 35% 지지를 받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37%)와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내인 2% 포인트 차이로 끌어올린 상태다. 지난 7.11 전당대회 때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대의원 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51.8%, 이 전 시장이 27.5% 지지를 얻어 24.3%포인트 격차를 보인 것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
 

홍 소장은 “여론조사 실시 전에는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지지도 격차가 24.3% 포인트에서 20% 포인트 수준으로 조금 줄어들지 않겠냐는 정도의 예측을 했다”면서 하지만 큰 폭의 격차 감소에 “한나라당 대의원들의 표심이 짧은 기간 동안 크게 이동한 것에 놀랐다”고 조사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홍 소장은 “북한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외교적인 해결 등 한반도 위기관리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더불어 “집단심층면접(FGI) 조사 결과 사람들이 북핵 문제를 전쟁비용이 됐든, 통일 비용이 됐든 당장의 돈 문제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경제에 포지셔닝이 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연 지지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한나라당의 다른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나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 각각 대권 출마를 선언한 독일 방문과, 민생탐방 100일 이후 대권 주자로서 최악의 경제상황이나 최대의 위기라는 북핵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상대적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시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포용정책’ 강조와 개성공단 방문, 춤 문제 등과 관련 홍 소장은 “한나라당이 한 단계 더 나아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면 지금 열린우리당이나 범여권은 아직 권력투쟁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북핵은 여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면서 “DJ가 전면에 나오면서 여권 내 주도권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햇볕정책 논쟁, 정체성 논쟁”으로 “누가 진보개혁세력을 이끌어갈 정체성을 갖고 있나 하는 논쟁”이라는 설명이다.

홍 소장은 남북문제의 성격 변화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는 안보가 아닌 경제와 위기관리능력이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정치권 일각의 전쟁세력 대 평화세력 구도에는 대선주자 중 어느 누구도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홍 소장은 “이명박, 손학규는 해당되지 않고 박근혜도 설마 전쟁을 벌이겠냐는 생각이어서 먹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명박 전 시장이 경제를 선점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위기관리 능력의 경우 아직 주도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은 이미 카드를 내보였다”며 “이 상황을 보고도 (다른 대권 주자들이) 아직 반응을 못하고 대응을 못한다면 바보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방북과 관련해서는 “보수언론이 낙인찍기 하는 대로 (북에서) 지침만 받아오는 모양으로 비쳐지면 문제”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불식하고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큰 성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방북 결과로 당장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오히려 큰 틀의 연구를 통해 진보적인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안을 내 준다면 진보를 결집하고 중도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북핵에 대한 일반 여론은 어떻다고 보나.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

= 여론이 움직이려면 기본적인 가치관이라든가 진보, 보수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움직인다. 그게 아니면 크게 바뀌지 않고, 바뀌어도 다시 금방 돌아온다. 사람들 의식의 뿌리가 되는 게 정치적 정체성이다. 그런데 북핵이 발생한 후에도 그 생각이 안 바뀌더라. 2~3년째 진보, 보수, 중도의 비율은 3:3:3 또는 3:2.5:3 비율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진보, 보수 사람들은 그대로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 때는 진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고 지금 북핵 상황에서는 보수의 주장이 크게 들리는 차이일 뿐이다. 뿌리가 안 바뀌니까 당장은 북한 핵실험에 대해 제재 여론이 조금 늘어날 수도 있지만 몇 달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햇볕정책에 대한 대립이 팽팽하게 유지되는 것도 그 이유다.

– 북핵에 따른 사회 동요는 크지 않다고 하지만 대권 주자 지지도 등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지도 상승이 눈에 띄는데. 한길리서치 조사에서도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대표간 차이가 한나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도 큰 폭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 북핵은 차기 대권과 정치 질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또 남북문제의 돌발변수로 남북문제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도 보는데 차기 대선만 놓고 본다면 우선 여야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북핵문제가 터지면서 여당이 남북문제에 대해 무책임하고 안일하게 바라보지 않았나 하는 평가가 있고 열린우리당과 진보진영 후보들은 불리한 국면에 왔다고 본다.

그 세력 기반을 갖고 있는 고건 전 총리에도 불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여당 대권 주자들의 경우 이미 핵실험 이전 지지도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돼 있다.

막상 여론은 한나라당 후보한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남북문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카드였다. 그런데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문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갔다는 것이다. 핵 실험 이전에 남북문제는 미래의 문제고 안보나 이념의 문제였다. 통일비용도 지혜비용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하면서 남북문제가 현실문제로 바뀐 것이다. 북한을 연착륙시키고 외교적인 해결 등 한반도 위기관리능력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또한 추석 이후 집단심층면접(FGI) 조사를 해보니 사람들이 북핵 문제도 돈 문제로 보고 있었다.

전쟁을 해도 돈이 문제고 통일로 가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돈 문제로 보니 이명박이 더 눈에 띄는 결과를 준 거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에서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년간 당의 위기를 잘 관리해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위기관리능력’에서 이명박을 떠올리는 건 쉽지 않다.

한나라당 대권 주자들을 보면 박근혜는 포용과 안정, 이명박은 경제와 정책, 손학규는 개혁과 합리성 등에 포지셔닝 돼 있다. 여야 이념 갈등이 치열하면 박근혜가 유리하고 부정부패 청산과 개혁이 주된 아젠다가 되면 손학규가 유리할 수 있다. 북 핵실험의 위기 상황에서는 이명박 시장이 기업을 운영하고 서울시장을 지낸 대처능력이 있다고 바라본 것이다. 남자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사회가 가장 혼란스럽고 이념적으로 치우친 시절이었다. 박 대표가 포용의 이미지로 각광받았고 그 때가 제일 인기 있을 때였다. 고건도 비슷하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우니 사람들은 사회 갈등 상황은 이미 체념했다. 통합할 생각도 안한다.

고건이나 박근혜가 달라진 것은 없다. 이명박도 한 일은 없다. 가만히 있었다. 단 이미지 포지셔닝이 그렇게 돼 있었고 사회적 상황이 바뀌어 자연스럽게 혜택을 입은 구도다. 또다른 시대상황이 오면 거기에 포지셔닝 된 사람이 뜨게 된다.

FGI 조사에서 사람들은 최악의 경제라고 한다. 새마을 전이야 좋은 시절을 못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호경기를 지나고 맞는 불경기는 체감 불황이 굉장히 크다. 더구나 6.25 전쟁 다음으로 가장 위기 상황이라는 북핵실험까지 갔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될 사람들이 국민을 다독이고 정답이든 아니든 나름의 해법을 내놓길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가 어렵고 남북 상황이 위급한데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베를린까지 가서 하고 온 게 뭐가 있나. 메르켈 총리와 악수하고 여성시대 이미지 전이만 받고 왔다. 남북문제에 대해 박근혜식 구상으로 ‘베를린 독트린’이라도 내놓으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길 바라지 않았겠나. 손학규도 마찬가지다. 민생탐방 100일 끝났지만 이야기가 없다. 이명박도 독일을 방문하고 온다니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 이명박 전 시장이 독일 방문에서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의 전 총리들을 만나 북핵 문제와 통일방안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 그렇다면 상당히 감각이 빠른 사람이다. 그렇게 풀어나간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경제적 합리성에 부합하면 열린우리당 정도의 진보적인 시스템도 받아들이고 남을 사람이다. 이념보다는 대체적으로 개발 등 정책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박근혜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이미지는 있는데 그 이상의 메시지, 비전은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 지사의 100일 민생탐방도 실은 이미지다. 똑같은 탐방인데 손학규는 민생탐방이고 이명박은 정책탐방이다. 하나는 이미지에, 하나는 메시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거다. 그렇게만 놓고 본다면 손학규보다 이명박쪽이 시류 흐름을 잘 읽었다고 볼 수 있다.

   
▲ 좌로부터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김근태 의장 
 

–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 반면 열린우리당에서는 김근태 의장의 햇볕정책 지속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개성공단에서 춤춘 일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다.

= 열린우리당은 기본적으로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될지는 모르지만 범여권이 하나로 뭉쳐야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기려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한 단계 더 나가 국민들 대상으로 정치한다면 지금 열린우리당이나 범여권은 권력투쟁 단계에 있다. 당내 주도권 싸움 단계다.

정체성을 확인하고 호남표를 먼저 장악하고 그다음 수도권, 진보개혁 세력을 잡아가는 그 과정이다. 북핵은 여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DJ가 전면에 나왔고 정체성, 범여권 정치구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에 따라 여권내 권력 투쟁 내지, 주도권 논쟁이 벌어지는 거다. 햇볕정책 논쟁, 정체성 논쟁이라고 본다. 누가 진보개혁세력을 이끌어갈 정체성을 갖고 있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거다.

개성공단을 가니, 못가니 하는 문제도 가는 사람이 헤게모니를 장악할까봐 반대하는 부분이 있고 춤 문제 역시 주도권을 잡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더 강하게 비판하는 면이 있다. 결국 햇볕정책 계승자 논쟁이다. 계승자로 위치 지어지면 자연스럽게 호남을 장악하고 내부 권력 투쟁은 일단락된다. 국민들이 볼 때는 아직도 햇볕논쟁하나, 구시대적이다 비판해도 여권에서는 KO승이든 판정승이든 결판이 나고 압축이 돼야 하는 상황인 거다.

– 김근태 의장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춤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일각에서는 오히려 미시적인 문제제기가 김근태와 김근태의 포용정책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든 변수가 가능하겠지만 김근태 의장만 놓고 본다면 1차적으로는 타격이 클 것이고 위상이 위축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춤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런 효과를 낳을 수 있지만 당에서 제기하는 것은 김근태로 봐서는 더 뼈아프고 타격이 크다. 권력 투쟁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황논리에 가면 아무것도 해결 못한다. 저항은 있는 거고 극복해나가는 게 능력이다. 상황에 대처하고 위기를 관리하기에 따라 역상승 과정을 거쳐 더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경솔했던 부분은 일단 사과하되 주도권 논쟁에 대해서는 본인이 단호한 입장이 전제가 돼야 될 것으로 본다.

– 열린우리당에서 정체성을 통한 호남 장악이 우선이라고 했는데 호남은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햇볕정책은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햇볕정책과 현 정부의 포용정책을 분리한 한나라당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 한민공조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 DJ의 고민이라고 본다. DJ 필생의 작업이 남북관계가 진전돼 통일이 되고 통일 대통령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는 것이지 않겠나.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들어서고 고심이 깊어진 것 같다.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은 한국의 보수세력이나 미국의 지원 또는 묵인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래서 DJ는 고건을 통해 호남 정권을 한 번 더 잡는데 관심이 없다고 본다. 진보개혁 세력 통해 통일이 안 된다면 때에 따라서는 보수의 힘을 빌어서라도 통일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하는 거다.

DJ-박근혜 연대도 그런 추측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거다. 핵실험만 안 됐으면 동서 화합으로 이끌어내면서 보수 세력과 손잡고 남북관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핵실험 후 그 가능성이 많이 깨져버렸다. 그래도 완전히 소멸은 안 된 거다. 한민공조, 동서 지역주의 극복, 햇볕정책으로 DJ의 통일 과업을 이끌어가는 거고 저쪽에서 햇볕정책을 분리시키면 민주당은 다른 외교적 용어라도 썼어야 되지 않나 본다.

– DJ가 여권과 민주당 양쪽으로 주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인가.

= 두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본다는 거다. 다만 진보개혁 세력하고만 영원히 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거다. DJ는 남북문제 해결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의 역할을 인정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 같고 민주당은 DJ를 더 읽었을 수 있고 그래서 한민공조 나오는 게 아니겠나 추측이다. 그리고 DJ가 판단했다 치더라도 여권은 햇볕정책 적자로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것이다.

–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북핵 이슈가 내년 대선까지 장기화 될 거라고 볼 수 있나. 핵실험 전만해도 내년 대선은 경제가 이슈가 되는 최초의 대선이라는 말도 있었다.

= 북핵은 안보·이념의 문제에서 위기관리와 경제의 문제로 바뀌었다. 남북문제는 안보문제라고 보통 스트레오 타입으로 인식하는데 FGI 조사를 해보면 북핵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는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걱정하는 것은 북 핵실험으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경제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또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들인 북한이 봉쇄정책에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거다. 이런 상황이라면 위기관리를 어떻게 해서 충격을 최소화할 것인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북한의 연착륙을 위한 남북 커뮤니케이션, 물자 지원 등에서 현행법 체제로는 어려울 것이다.

개헌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어쨌든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변화의 분위기가 내년에 전면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본다. 남북문제는 이념적으로 대립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탈이념의 정치상황으로 간다면 한나라당의 합리적인 인사들과 열린우리당내 실용노선을 걷는 사람들이 기회를 갖고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내년 대선에서는 이왕의 경제 문제는 그대로 가는 거고 북 핵실험에 따른 위기관리, 외교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특히 외교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고 주변국가와 조율해가는 능력으로 주목받을 것이다. 반면 사회 통합, 개혁 아젠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는 현재 이명박 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은 아직 선점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이명박이 그렇지 않겠냐는 정도다.

– 열린우리당이 북핵을 통해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전쟁 대 평화로 몰아붙이면 박근혜는 걸려들지 몰라도 이명박, 손학규는 안 걸려든다. 그리고 설마 박근혜도 전쟁까지 일으키겠나 하고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을 놓고 정당 구조로 보면 전쟁 대 평화 구도가 맞아 들어가겠지만 열린우리당 생각이 안 먹히는 게 대선 후보들을 놓고 보면 그물망에서 다 빠져나간다.

– 이명박 전 시장이 실제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 있고 향후 전개 상황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변수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

= 소위 X 파일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개혁이나 도덕성을 강조하는 공간에서 큰 사람이 아니다. 구 관행의 개발 독재 시대 진흙탕에서 커왔다. 정치를 하는 이상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이명박에게 그런 부분을 높이 기대 안 해서 어지간한 똥물이 튀겨도 크게 문제되지 안 될 수도 있다.

반면 이명박 전 시장이 한 일이 졸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치명적이다. 청계천이 졸속이었고 1년은 가는데 2년은 못 간다. 엄청난 이권이 오고갔다는 점이 불거지면 가장 치명적이다. 이명박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게 ‘졸속 내지 아니다’는 생각을 주면 가장 큰 치명상이다. 이명박 뿐 아니라, 박근혜, 손학규, 김근태, 정동영 등도 가장 장점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 아니네’ 하는 상황으로 가면 가장 최악의 약점이 돼 버린다는 거다.

두 번째는 위기관리 능력을 선점한 사람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북핵 위기를 해결할 리더십을 가진 제3의 인물이 나타나면 달라질 수 있다. 경제 만큼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세 번째는 경쟁자들이 아직 메시지를 안내놨는데 이명박 이상의 메시지를 내주면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더 나은 상품을 선택하듯이 그리로 몰릴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대권 주자로서) 등장도 청계천을 완공하면서부터다. 불과 2년도 안된다.

나름대로 준비된 사람이 있다면 메시지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카드를 내보였다.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상대한테 안 보이는 것도 중요한데 이미 노출됐다. 이 상황을 보고도 (다른 대권 주자들이) 아직 반응 못하고 대응을 못한다면 바보들이다.

– 민주노동당이 논란 끝에 방북을 결정했다. 기대와 우려가 있다. 어떻게 보나.

=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갈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가서 무엇을 하냐는 거다. 유적지 탐방이나 2선 라인과 만나 사진만 찍고 오면 의미가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도는 굉장히 떨어졌다. 보수언론이 낙인찍기 하는 대로 국민들에게 북에서 지침만 받아오는 모양으로 비쳐지면 더더욱 문제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중요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자리가 돼 준다면 갔다 와도 무방할 것이다. 유적지에 가지 말고 춤은 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협을 불식시키고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큰 성과라고 본다. 하지만 방북 결과로 당장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방북과 별개로 북핵 상황이 올해, 내년 대선, 그 이후까지 갈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연구하고 진보적인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합리적이고 타당성 있는 안을 내 준다면 진보를 결집하고 중도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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