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와 생태 그 불편한 이중주
    [에정칼럼]코로나19 경기 부양책, 탄소 감소? 반등?
        2020년 11월 25일 09: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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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대외활동이 줄면서 정점을 알 수 없었던 탄소배출량이 극적으로 감소했다. 인간 활동의 감소가 인간이 침범하고 훼손한 자연생태를 회복시켰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성찰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일터가 문을 닫고, 일자리가 사라지자 성찰의 목소리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떨리기 시작했다. 이 두려움과 걱정이 현실적 고통에 발딛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자연스레 각국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탄소반등이란 현실

    쭈 리우 외 수 십명의 과학자들이 각국의 실시간 탄소배출 현황을 모니터링한 <실시간에 근접한 이산화탄소 배출 모니터링, 코비드 판데믹 영향>에 따르면 2020년 1월에서 7월까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전지구적 이산화탄소배출량이 8.8% 감소했다. 이는 과거의 경제 침체, 세계 2차대전 때보다도 더 큰 폭의 감소 수준으로 역대 최대규모라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월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면, 미국, 영국, 독일, 인도, 일본 등의 경우 3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가 관찰되기 시작했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과 이동제한조치가 시작되는 기간과 일치한다. 5월부터 이동제한조치가 완회되면서 전년대비 배출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반등이 시작되자 중국은 작년 수준을 넘어섰고, 독일과 프랑스는 작년 수준으로 일시적으로 회복되었다. 물론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면서 반등추세가 꺽일 가능성이 높다.

    카본 브리프는 각국이 정상 상태로 가려는 임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만큼, 탄소배출이 반등하더라도 올해의 반등보다 앞으로의 배출 궤적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탄소 집약적인 경기 부양으로, 감소했던 이산화탄소 배출은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오히려 이전 수준보다 더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도 이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1.5도 이하 지구온도상승은 어렵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당장의 탄소반등보다도 향후 탄소 감소 궤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 부양책, 탄소 감소인가 반등인가

    카본브리프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녹색경로인지, 그 반대인 갈색경로인지 비비드 이코노미에서 발표한 녹색경기부양지수를 인용한다. 이 지수는 G20 국가를 포함한 23개 국가의 경기부양책(재정지출)이 기후행동과 생물다양성을 강화하는지, 악화하는지를 평가한 지수다. 환경적으로 영향이 큰 농업, 에너지, 산업, 교통, 폐기물 부분에 투입된 재정(경기부양책)이 기후 및 환경에 긍•부정적으로 기여하는지 평가한 것이다. 가령 항공산업 등의 기업에 구제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 탄소배출 감소 조치를 조건화하는지, 무조건적으로 지원하는지, 재생에너지, 산림/습지 회복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지, 화석연료 사업을 지원하는지,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지 등을 평가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한 23개 국가의 재정지출 규모는 약 2,880억 달러다. 기후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곳에 1,950억 달러,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에 930억 달러를 투입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19를 통해 녹색전환을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석연료 소비 경로에 의존한 재정지출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경기부양 지출 규모가 가장 크지만 에너지, 산업, 교통, 농업 부문의 기후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규제 완화, 녹색화 조건 없는 항공산업 구제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경우 석탄 채굴 절차를 간소화하고, 내연기관에 대한 보조금을 강화했다. 미국의 행보와 중국의 탄소반등은 암울한 미래를 시사한다. 한편, 러시아와 멕시코, 남아프리카는 기존의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는데 재정을 지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친환경적 조치를 조건부로 비행기, 항공, 자동차 제조산업을 지원하고 있고, 독일의 경우 에너지와 교통부문의 녹색전환을 지원하는 조치를 담은 ‘미래를 위한 패키지’에 35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계획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한국형 뉴딜’을 통해 대규모 녹색산업에 재정 지출을 계획한 바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체 종합성적표는 부정적 영향에 투입하는 부양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녹색경기부양지수는 현재의 부양책에 대한 평가일 뿐 그것이 지구온도 상승 1.5도 억제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규모와 속도로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지, 그 과정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더 평등한 과정인지를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지표가 가리키는바 또한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미래가 더욱 암울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제와 생태 그 불편한 이중주

    녹색경기부양지수를 토대로 보면 중장기적 전환경로를 조건 짓는 현재의 경기부양책들은 전지구적으로 녹색전환을 향하지 않고, 부양책들은 단기적인 탄소반등 경로일 수밖에 없다. 만약 화석연료 시스템에 기반한 현재의 생산과 소비활동을 코로나19가 제지하지 않는다면(즉, 다행히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된다면), 현재의 각국의 경기부양책은 탄소감축 경로를 유예하는 길이 될 것이다. 녹색경기부양지수가 높은 프랑스와 독일조차도 즉각적으로 탄소배출이 예년 수준으로 반등되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즉각 작동되는 시스템은 현재의 화석연료 시스템인 셈이다.

    생산과 소비 활동의 축소는 즉각적인 탄소배출 감소와 강력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났고, 대규모의 즉각적인 생산과 소비활동의 축소는 사회경제적 충격을 발생시킨다는 점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코로나19는 인간에겐 불행이지만, 비인간자연생태엔 다행인가). 그렇다고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이 탄소반등 추세를 지속하는 것이 용인될 생태적 여력이 있을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 또한 제기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시대의 경제와 방역의 긴장처럼, 기후위기 시대의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인간의 생산소비활동 또한 복잡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마도 그 긴장점 어딘가에서 우리는 답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우리는 1년에 2달을 멈춰서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생산과 소비활동의 축소, 차별화된 책입에 입각한 고통과 불편의 분배, 사회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불평등 극복과 경제부양, 이 긴장점 사이 어딘가에 있는 길을 우리는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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