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공수처 출범에는 필사적
    중대재해법은 핑계뿐 “연내 처리 불가”
    중대재해법 제정 운동본부, 민주당사 앞 농성 돌입
        2020년 11월 24일 01: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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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해 공청회 등 제정법 절차를 감안하면 연내 처리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미 19대 국회 때부터 발의돼 오랜 기간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친 법안임에도 절차 문제를 이유로 들어 또 다시 내년으로 처리를 미루겠다는 것이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법 개정까지 시도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내 출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이 쏟아진다.

    공청회 때문에 연내 처리 어렵다는 민주당
    구체적 시한과 내용 언급 없이 “처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4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중대재해법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긴 물리적으로 어렵다.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해나가는데 공청회, 논의, 법안소위, 전체회의, 본회의가 있기 때문에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인호 같은 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20일 확대간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정법이기 때문에 공청회 등 국회법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통과시키지 못 하지만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당은 당초 중대재해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주신 책임에 부응해 공수처 출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공정경제 3법의 처리 같은 개혁 과제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차질 없이 매듭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사흘 만에 연내처리 불가로 당의 방침을 바꾼 셈이다.

    당 지도부가 공수처 출범 시한을 못 박고 비토권 무력화 등을 통해 연내 처리를 서두르는 것과 비교하면, 중대재해법에 대한 여당의 관심은 미온적이다. 법 제정을 지연하며 중대재해법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동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아래는 중대재해법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 모습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 출범은 변하지 않는 민주당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야당의 의도적 시간 끌기에 공수처 출범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공수처 출범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도 “25일 열리는 법사위에서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인 공수처를 연내에 반드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처리 시점과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인터넷기자단 합동 인터뷰에서 “산재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민주당 내 이견은 없다. 관련법들이 제출됐고 해당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해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의 법안 발의로 논의가 확산됐을 당시에도 중대재해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나온 질의에 대한 답변이 중대재해법에 대한 민주당 원내대표의 첫 입장이었다.

    정의당, 민주당에 법 처리 일정과 내용 공개하라 요구
    “절차 핑계로 법 제정을 미루는 지금도 하루 7명 산재 사망”
    노동·시민사회도 연내 처리 요구하며 집회, 기자회견, 농성 돌입

    진보야당과 노동·시민사회계에선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 대표 체제 들어 민주당은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제정 공언→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연내 처리→연내 처리 불가’로 수시로 입장을 번복하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번째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국민께 설명해야 한다”며 “제정법 특성상 처리 기한과 공청회 등의 일정을 이유로 든다면 그것은 이 법 통과 의지를 의심케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한 법들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방편을 마련하면서, 하루 평균 7명이 산재로 사망하는 촌각을 다투는 일에는 이리도 태평한지 모르겠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민주당의 원칙이 무엇인지, 법안 처리 일정과 내용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공청회 등 제정법 절차를 이유로 연내 처리가 불가하다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의지가 없다는 집권여당의 솔직한 자기고백”이라고 질타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중대재해법은 지난 20대 국회 당시 고 노회찬 의원이 이 법을 처음 발의한 이후 사회적으로 많은 토론과 논의를 통해 충분히 숙성돼 발의된 법안”이라며 “공청회는 상임위 전체 결정으로 생략할 수 있는 등 과정과 절차는 정치권의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압축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국회는 이미 그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은 사람이 먼저인지, 절차가 먼저인지 국민 앞에 분명하게 답하라”고 말했다.

    노동·시민사회계도 집회, 기자회견, 농성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민주당에 연내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집중집회’를 열고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입법에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며 산재사망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실종시켰다”며 “국정 운영에 책임과 권한이 있고 174석의 여당이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도 오후 4시부터 민주당사 앞 농성에 돌입한다.

    참여연대 또한 전날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대표가 이번 국회 처리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정작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에 대한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초당적 협력이 가능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즉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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