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마음속에 새겨진 분단의 흔적
    [책소개] 『갈라진 마음들』(김성경/ 창비)
        2020년 11월 20일 1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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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단이 파고든 일상은 어디에나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노골적으로 어기고 그 방역활동을 방해함으로써 다시금 전국민을 코로나19 재확산의 위험에 빠뜨린 어느 개신교 교회의 목사와 신도들은 자신들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이 북한의 바이러스 테러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처럼 ‘북괴’에 맞서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태극기를 휘두르는 어르신부터, 북한을 한국 경제의 ‘먹거리’로 해석하는 중장년층, 북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성원 모두는 분단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70년간의 분단은 단순히 정치적?경제적 분단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식과 감정의 분단을 만들어냈으며, ‘종북’ ‘빨갱이’ 등의 기표가 지칭하듯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근원에 분단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껏 북한/분단 관련 담론이 주로 정치외교적 관점에서 다뤄진 것에 비해 『갈라진 마음들』의 저자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분단 문제를 사람들의 경험, 인식, 감정 등의 층위에서 분석하면서, ‘분단적 마음’이 현 상태를 재생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힌다. 분단체제가 한반도 주민에게 남긴 영향을 일상과 정동의 영역에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분단 문제에 무감각해왔던 독자들은 새삼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분단체제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외교적·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왔던 분단 문제에 심리/문화/여성의 관점을 도입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책이다.

    ‘분단적 마음’의 탐색, 우리 모두의 근원적 변화를 위한 시발점

    남과 북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며 살아왔다. 경제성장을 통해 체제 우위를 선점하려 한 한국과, 식민 청산과 반제국주의를 앞세운 정치시스템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증명하려 한 북조선 모두에서 체제경쟁이 격화될수록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한국의 시민들이나 반제국주의 투쟁이라는 미명하에 생존과 자유를 억압받는 북조선의 인민들이나 그들의 힘겨운 삶은 분단이라는 동일한 원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경험과 사회구조는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분단적 마음’을 공유하게 했음을 역설한다. 이는 단순히 북조선에 대한 적대감 같은 정치적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와 인식, 이념이라는 문제에 지독히도 매몰되는 습성, 외부의 영향을 위협으로 인식하는 민감한 감각, 과도한 민족주의적 감성, 불안정한 개인성과 집단 의존성의 공존, 거기에 분단 문제에 대한 의도적인 무관심까지 한반도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생활세계 곳곳에서”(33면) 작동한다.

    이같은 문제적 마음을 생산하는 분단은 일상에 깊게 내재되어 있다. 사회 전반에서 ‘별 생각 없이’ 이루어지는 수많은 상호작용이 실상 분단이라는 규범 아래 수행되고 있는 실천인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일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분단을 포착하여 드러내는 작업을 중심으로 한국 시민의 분단적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색해간다. 이를 위해 인류학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관찰, 연구 참여자와의 심층면접, 조·중 접경지역 현지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해 활용했다. 또한 한국의 대중문화 속에 암호화되어 있는 분단적 마음의 일면을 분석하거나, 북조선의 문학작품, 기록영화, 방송 보도 등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한 마음의 발현을 포착했다.

    남한사회의 감정: 무감각과 적대감, 그리고 무시와 우월감

    저자에 따르면 분단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확인되는 가장 가시적인 반응은 무감각증이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둘러싸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조선 국무위원장 간에 오가는 살벌한 언설로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서울로 몰려든 외신은 긴장이 한껏 고조된 한국사회를 기대했지만, 그들이 본 것은 놀라우리만큼 태연한 한국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한국의 시민들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불안과 긴장감에 떨기보다 차라리 분단에 대해서 감정적 거리를 둔다. 그러나 분단 폭력이라는 것이 일상 곳곳에 존재하는데도 “일상에서 작동하는 폭력을 감각하여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폭력 없는 세상을 기획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51면) 그러므로 분단에 대한 무감각은 평화에 대한 불감증의 자원이라는 것이다.

    북조선에 대해 한국사회가 갖는 또다른 대표적 감정이 적대감일 터, 저자는 이같은 부정적 감정은 사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정치의 산물임을 역사적 실례를 통해 고찰한다. 독재정권 아래서의 많은 간첩 사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용공 매도, 이른바 ‘금강산댐’ 수공 위협 등을 통해 특정한 정치적·사회적 목적하에 생산된 감정이라는 것이다. 북조선에 대해 한국사회가 갖는 또다른 감정은 무시와 우월감이다. 인도적 지원 사업에 종사하는 활동가들이 북조선의 실상을 “한국의 60년대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등 선한 의도로 북조선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이는 발견된다. “우월감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큰 권력이 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90면) 때문에 저자는 인도적 지원, 관광 및 경제협력, 평화경제와 같은 ‘기획’이 좌초되어온 것이 혹여나 우리의 우월감에 대한 북조선의 반발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사회가 이들과 동등한 관계를 구축할 마음을 한번이라도 먹은 일이 있는지 자문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분단을 소재로 한 다수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분석하며 한국사회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을 어떻게 상상하는지 살펴본다. 「공조」(2016) 「강철비」(2017) 등에 등장하는 북조선 남성은 사실 분단이나 민족 문제라는 외피를 쓴 채 한국사회의 젠더와 가부장의 문제를 내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백두산」(2019)에서는 남북이 백두산 화산 폭발의 상황을 맞아 자신들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 핵무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이같은 상상력이 단순히 ‘비핵화’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짚는다.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남과 북이 협력과 공조를 통해 핵을 공유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다.”(113면) 저자는 핵위기가 고조되었음에도 한국 시민들이 지나치게 고요한 이유 또한 이러한 감각에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북조선에서 마음의 습속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북조선에서는 주체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지도자의 영도 없이는 주체적 인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는 주체사상과 이를 일상에서 실행하는 제도가 독특한 개인주의와 공동체성을 구성하였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과 3대 세습을 거치면서 북조선사회의 근간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더욱이 1990년대 중반부터 곳곳으로 확장된 시장은 북조선사회 변혁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인민들은 당이나 조직생활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과 사회적 관계에 매달려 생존을 유지하게 되었다.”(143면) 인민들에게는 수령의 영도에 대한 절대적 순종과 충성이 아니라 개인의 생존과 이해관계의 관철이 중요해진 것이다.

    저자는 시장화를 통해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하고 있는 북조선의 현재가 과연 ‘희망’으로 읽힐 수 있을 것인지를 평양이라는 도시 스펙터클을 통해서 살핀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평양은 이른바 ‘평양속도전’을 통해 빠른 속도로 재건되는데, 그 과정은 하나의 스펙터클로 북조선 인민들에게 전달된다. “전후 복구 시기에 평양을 ‘혁명의 수도’로 재건하면서 사회주의 이상이 구현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열망이 평양이라는 스펙터클을 통해 인민들에게 정동되었다는 뜻이다.”(173면)

    한편 1980년대에 대부분의 기념비가 완공되었다는 것은 평양이라는 스펙터클이 만들어내는 정동적 에너지와 힘의 소진을 뜻하기도 했는데, 최근 평양의 변화가 다시금 포착된다. 권력을 잡은 김정은 위원장은 고층 건물 거리를 만드는 데 가장 공을 들였고, 그중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이 2015~16년에 완공된 미래과학자거리와 려명거리이다. 이들 거리의 건설 과정은 그 규모의 거대함과 속도 측면에서 분명 엄청난 스펙터클로 작동하고 있지만, 전후 시기에 희망과 열망을 추동한 것과는 궤를 달리하며, 인민에게 절망과 체념의 정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북조선 인민들은 ‘정동되는’ 것이 아니라 ‘정동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내부의 가장 ‘한국적인 난민’, 북조선 출신자

    난민은 고향이라는 장소를 박탈당한 자 혹은 자신이 뿌리내린 곳에서 추방된 자를 일컫는다. 그러나 난민은 국가 경계 밖에 특정 집단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 앞에서 ‘주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을 포함한다. 실제로 국민국가 내부에서 장소를 잃은 채 부유하는 난민들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이들 중에서도 북조선 출신자는 가장 ‘한국적인 난민’이다.”(196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북조선 출신 화교 유우성씨 사건과, 북조선 출신자 홍강철씨의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북조선 출신자는 ‘간첩’이라는 의심만으로 인권이 깡그리 무시될 수 있다. 이들은 법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의 규정을 받기보다 국가, 그리고 분단이라는 논리로 규정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탈출’한 곳, 그 장소에 관한 모든 것은 지워내라는 유무형의 강요에 노출된다.”(202면) 극우집회 참석, 대북전단 활동, 북한인권운동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이 단순히 돈벌이만을 위해서가 아닌 것이다.

    이같은 북조선 출신자가 한국에 이르는 여정은 힘겹기 이를 데 없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렇듯 힘겨운 여정을 견뎌 한국에 도착하는 북조선 출신자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동이 가능했던 이유가 바로 이들이 북조선사회에서 국가가 통제하는 공적 영역에서 한발짝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조·중 접경지역의 ‘북조선 어머니들’에 주목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주를 감행한 북조선 어머니들은 주로 돌봄노동 등의 젠더화된 경제활동을 하며, 안전한 생존을 위해 중국인과 결혼을 택하기도 한다.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와 근대 국가의 국경이라는 구조에 끊임없이 틈새를 만들어내는 북조선 이주 여성들의 행위 주체성은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의 한 형태임에 분명하다. “가족이데올로기를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냄으로써 가족신화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그 최전선에 북조선 어머니들이 있”(265면)는 것이다.

    분단적 마음에서 분단을 마꿀 마음으로

    분단적 마음은 한반도 주민들의 삶을 규율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분단이 구조적 수준에서 완전히 해체되지 않는 한 분단적 마음의 궁극적인 변화 또한 요원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분단적 마음의 약화 없이는 분단이라는 사회구조를 문제시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지금 남북 주민이 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분단적 마음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것, 즉 서로를 향한 적대와 혐오를 공감과 연대감으로 전환하는 일일 것이다. 도덕감정을 복원하고 윤리적 실천의 정치화를 이뤄냄으로써 분단구조 그 자체의 내파를 도모하는 것이다. 저자가 연구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북조선 사람들, 조선적 자이니찌들, 중국 동포들은 결국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고 말한다. 분단이 우리들의 마음을 아무리 헤집어놓아도, 낮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다른 마음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분단이 만들어낸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바꿀 자원 또한 우리 안에 있을 것이다.”(3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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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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