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문재인···팬덤에 얹혀가는 대통령”
    “상대편은 뭘 해도 무조건 나쁜 것, 우리 편은 뭘 해도 잘한 것으로”
        2020년 11월 19일 01: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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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대통령이 해야 할 윤리적 기능, 역할이 있는데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하면 대통령이 없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팬덤에 얹혀가는 대통령”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가치 집단으로서 진보는 이미 몰락해버렸다”고 진단하면서 “진보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라는 제목의 신간을 출간한 진중권 전 교수는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익집단으로서 진보는 누구 하나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나가고 있지만, 그들이 표방하고 주창했던 가치집단으로서의 진보는 이미 몰락해버렸다”고 규정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타락을 해버렸고, 지식인들도 그쪽(민주당)과 유착해서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로 변했다. 그들이 잘못했을 때 휘슬을 불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사상·정신적 동지라고 느꼈던 사람들, 나와 같은 곳을 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국과 정경심을 옹호하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고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의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을 ‘탈진실의 시대’와 ‘운동권 586의 착각’, ‘팬덤정치’로 꼽았다.

    진 전 교수는 “옛날에는 참이면 참이고 거짓이면 거짓인데 그 구별이 사라졌다. ‘탈진실’은 디지털 시대의 특성인데, 그러다 보니 가짜도 진짜로 받아들이는 데 굉장히 익숙하다”며 “이걸 이용하는 게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허위를 얘기해서 지지자들로 하여금 진짜로 받아들이게 만들고, 지지자들도 진짜나 가짜가 중요하지 않다. 가짜라도 자기들이 그들을 지지할 명분만 주면 믿어버린다”며 “예를 들어 트럼프가 낙선했지만 자신이 이겼다고 거짓말하는 것도 (일부 지지자들의 그런 특성을 알고) 저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부합하면 진실이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믿어주면 그게 새로운 사실이 된다. 이른바 ‘대안적 사실’이 익숙해졌다”며 “그걸 이용하는 게 트럼프 같은 사람이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민주당이 그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면 동일한 세계에 사는데도, 동일한 나라에 사는데도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지 못한다”며 “미국 같은 경우 트럼프가 이긴 세계가 있고, 진 세계가 있는 것이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동양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와 가짜인 세계로 나뉜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주류인 586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 대해 “자기 정체성을 착각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진 전 교수는 “아직도 ‘자기들이 투사다, 거악에 맞서 싸우는 투사’라는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그들은 기득권 세력이고 심지어 그 기득권을 자기 2세한테 물려주기에 이른 세대다. 조국 사태도 결국 그것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이 변질됐다.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의 주류들은 옛날 NL 운동권 출신이다. 최장집 교수가 저 사람들(민주당 주류 운동권) 특성을 민중주의, 민족주의라고 했다. 이게 사실 전체주의고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이라며 “이 사람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데, 항상 ‘적’과를 ‘아’를 나눈다”고 말했다.

    ‘정치의 본질은 적과 아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나치법학자 칼 슈미트의 주장을 인용하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저쪽을 섬멸하고 나의 의지를 적에게 강요하고 그렇게 만드는 게 정치라고 보기 때문에 대화, 토론, 타협, 이성이 아니라 세뇌하고 선동해서 다수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인다. 좌우익 전체주의자들의 일반적 속성이고 저 분들(민주당)이 보여주는 것이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당이 잘 되려면 쓴소리, 지판의 소리를 들어야 수정 능력을 갖는데 지금 저 사람들은 당의 당론에서 벗어나는 얘기를 하면 ‘팀킬’이라고 부르고 반역자를 만들어 버린다”며 “상대편에 대해선 뭘 해도 무조건 나쁜 것이고 우리 편은 뭘 해도 잘한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대깨문’, ‘문빠’ 등으로 일컬어지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팬덤 정치’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내놨다.

    진 전 교수는 “정치와 연애가 중첩돼서 나타나버렸다. 정치인이 잘하면 지지하고, 못하면 비판하는 것인데 팬덤은 정치인을 지지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면 자기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서 비판자들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옛날에 노사모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된 후 ‘감시’를 외쳤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자기들이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자처한다”며 “정치라기보다 일종의 종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전통적으로 보수든 진보든 간에 중도층을 놓고 싸웠는데 민주당 정권은 ‘중도층 상관없이 오로지 극성스러운 지지층만 잡아놔도 통치를 하는 게 지장이 없다’라는 걸 지금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막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우리나라에) 대통령이 없다”며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에서 무엇이 옳은 지 이야기하고 분열을 통합해내야 하는데 오히려 간호사와 의사 갈라치기하는 걸 보면서 대통령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통합하고 윤리적 기준을 세워주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하니 나라가 이 모양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대선은 남(친문)이 해 주는 게 아니라 옛날에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기가 쟁취해야 될 자리”라며 “안 그러면 (팬덤에) 얹혀만 가는 문재인 대통령 꼴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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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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