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용도 나라 위한다며 나라 팔아먹었다”
        2006년 10월 24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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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밤 8시 한미FTA 4차 협상이 열리는 제주 중문관광단지의 조그마한 식당에 울산에서 온 노동자와 전남 나주에서 온 농민, 그리고 제주도 도민이 마주앉았다.

    협상 저지를 위한 격렬한 투쟁이 계속되면서 좌담이 성사되기 쉽지 않았다. 애초 저녁 6시로 예정된 좌담회는 농민들을 비롯한 시위대의 해상시위로 늦춰졌고, 좌담을 하기로 한 현대자동차노조 조창민 대의원이 집회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면서 좌담회 자체가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밤 7시 30분 조창민 대의원이 풀려나고 해상시위를 벌였던 40여명의 시우대가 무사히 귀환하기로 결정되면서 연기됐던 좌담회가 다시 열렸다. 조창민 대의원은 동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좌담회 장소로 ‘끌려’ 가야만 했다.

       
     
     

    22일부터 시작된 제주원정투쟁을 하면서도 얘기 한 번 나눠보지 못한 노동자와 농민, 제주도민은 소주잔을 부딪히며 ‘진한’ 연대의 정을 나눴다. 농사를 지으면서, 자동차를 만들면서,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한미FTA 협상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누었다.

    노동자와 농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한미FTA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대가 중요했다. 입으로만 하는 연대가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이 두 손을 굳게 잡고 싸우는 연대.

    <좌담 참석자>

    정영석(36.전남 나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나주시농민회 정책실장
    조창민(41.울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대의원 대표
    이병진(38.제주) 제주 한라초등학교 교사

    박점규 현장기자(사회. 정리)

    조창민 한미FTA 가지고 투쟁을 계속했는데 아쉬운 게 많다. 자본과 정권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협상장소를 제주로 정했는데 우리는 조직적이지 못했다. 오전에 민주노총은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안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오후에는 농민들이 바다를 건너고 폭행당해도 구경만 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공장에서 얘기를 해보면 그래도 간부들은 한미FTA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는데 아직까지 조합원들은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반투표가 오는 30일 하는데 조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다.

    형식에 치우쳐있고 보여주기식 투쟁으로는 한미FTA를 못 막는다. 봉기수준은 아니더라도 노동자 농민들이 제대로 투쟁하지 않아서 FTA가 통과되고 멕시코같은 상황이 되면 역사적 죄인이 될 것이다. 민주노총 서울 상경투쟁하면 현대자동차는 500명 정도 참가하는데 오늘 울산에서 55명밖에 못왔다. 재정이 문제가 되면 배를 타고 오면 된다. 앞으로 제대로 조직해야 한다.

    정영석 사실은 우리는 수확철이다. 나락 베고 말리고 요래야 될 시기여서 조직하는 데 좀 어려웠다. 작년 홍콩 투쟁할 때 나주농민회에서만 130명을 조직했다. 이번에 100명을 목표로 했는데 43명밖에 오지 못했다.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했다. 수확철인데도 이렇게 왔다는 건 그만큼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거다.

    우리는 배타고 왔는데 각오가 남달라진 게 있다. 지난 봄과 여름에 마을별로 좌담회를 한 후 시간이 지나 잊어버릴 때가 됐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됐다. 오늘처럼 많은 수가 모여서 집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세 시간동안 동안 물에서 물로 옮겨가면서 결사투쟁하는 걸 보니 힘이 생겼다. 11월 2일부터 천막농성 시작하고 다시 마을 좌담회 시작할 건데 상당히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병진 어제 거리 피켓팅을 하는데 손 흔들어주는 사람이 많았다. 제주도는 국제회의를 유치한다는 생색을 내려고 한 것 같은데 막상 하고 보니까 감귤 문제가 걸려있어서 뒤늦게 쌀과 비슷하게 민감품목으로 선정하고 빼달라고 요구했다. 도지사가 성난 농심 달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도민들 전체적으로 위기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오늘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몇 십년만에 최대의 병력이 제주도에 들어왔는데 그것도 관심사고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병력이 곳곳에 배치되고 중문으로 오는 길은 거의 막아놓아 준전시상황이다. 회의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도리어 군사작전 하듯이 한 곳에 몰아넣고 회의하는 걸 보고 도민들은 ‘도둑이 제발저린다’고 느끼고 있다.

    제주도가 과거에 귤농사 지으면서 소득이 전국에서 1~2위를 차지했다. 20년 전부터 감귤값이 폭락하고 그나마 근근이 이어오고 있는데 이마저도 놓치는 거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상당히 팽배해있고, 최근에 분위기도 반영되고 그래서 1만5천명이 왔다고 본다. 도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탈출구가 별로 없는 상태다. 지금도 오렌지나 다른 과일 때문에 어려운데 오렌지가 더 들어오면 제주도민의 삶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농민보다 노동자 위기의식이 덜한 것 같다”

    조창민 농민이 가지고 있는 위기의식보다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덜 한 것 같다. 노동자들은 FTA를 통해 좋은 측과 나쁜 측이 있고 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쪽과 규제를 받는 쪽이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한칠레 FTA에서 보듯이 농업의 기반이 생존의 문제까지 가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질이 많이 다른 것 같다.

       
     
    ▲ 나주농민회 정영석 농민
     

    정영석 사실은 이미 농산물 70~80%가 다 개방됐다. 오늘 먹었던 저녁도 어느 게 수입이고 국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입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뒤덮고 있다. 더 이상 뺏길 게 뭐있냐 할 수 있는데 이번 한미FTA는 노리는 대상이 다르다.

    사실은 이미 농산물 70~80%가 다 개방됐다. 오늘 먹었던 저녁도 어느 게 수입이고 국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입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뒤덮고 있다. 더 이상 뺏길 게 뭐있냐 할 수 있는데 이번 한미FTA는 노리는 대상이 다르다.

    사실은 이미 농산물 70~80%가 다 개방됐다. 오늘 먹었던 저녁도 어느 게 수입이고 국산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수입농산물이 우리 밥상을 뒤덮고 있다. 더 이상 뺏길 게 뭐있냐 할 수 있는데 이번 한미FTA는 노리는 대상이 다르다.

    예전에는 중소농들이 피해를 보는 거였다면 이번에는 나름대로 재미를 봤던 사람들, 축산농과 과수농가가 피해를 본다. FTA는 결코 배부를 줄을 모르는 않은 공룡이다. 계속 뽑아먹을 게 있으면 집요하게 오는 것이다.

    한칠레 FTA 할 때 대중투쟁이 잘 안됐고, 활동가를 중심으로 강력한 투쟁을 했었다. 그 후에 한미FTA 협상이 되니까 농민들이 그걸 알게 됐고, 많은 농민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들 잘 생각해야 한다.

    조창민 한미FTA 되면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인식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에서부터 단위노조까지 교육하고 선전하고 모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농민들이 한칠레 협상에서 느꼈던 위기의식을 같이 느끼고 있다.

    정영석 한칠레 협상할 때 현대자동차 회사가 협상에 찬성했었다. 백색가전과 자동차의 이익을 담보로 농업을 포기했는데, 그 때 우리는 노동자들이 머지않아 알게 될 거라고 얘기했었다. 곧바로 정부는 한일FTA를 추진했고 노동자들은 투쟁을 시작했다.

    “한미FTA는 우리 가족 친척 다 잡아먹는 공룡”

    입술이 없으면 이가 항상 시리게 마련이다. 농민들 최전선에 나와서 싸우고 있지만 머지않아 농민이 없어질 거다. 평균 연령이 65세고 10년 후면 생산이 가능한 인구는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 우리만 죽고 말거면 적절하게 타협하고 협상해서 정부로부터 얻어낼 수 있다. 그런데 한미FTA는 우리 가족, 친척, 형님 다 잡아먹을 공룡이다. 농업이 그냥 무너지는 게 민족과 안보와 함께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병진 어느 신문기사에서 우리나라 도시인구가 영국보다 더 많다고 했다. 농촌이 계속적으로 붕괴되어 가면 나중에 살만한 사회이겠냐? 국가정책을 바꿔야 한다. 아파트가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얘기도 있다. 밀집해서 살고 있는 환경이란 게 친인간적인 게 아닌 것 같다.

    농촌에서 그나마 땅을 갖고 경제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젊은 사람이 살고 그 주변의 학교가 폐교가 되지 않는다. 계속 폐교가 늘어가고 있고 소규모 학교는 학급총량제라고 해서 통폐합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20명이어도 한 학급으로 인정받았는데 이제 학생수 기준으로 예산배정을 하겠다고 한다. 경제정책도 그렇지만 교육정책도 약자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를 해야 하는데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창민 한미FTA 협상은 자본개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에도 별로 이익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재도 현대차 주식의 49% 정도를 외국인과 미국의 거대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한칠레 FTA와 다른 점이다. 한미FTA는 어디가 이익을 보는 곳이 없다. 농업도 공업도 아니고 우리의 자금줄인 200조씩 되는 금융시장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전체 국민들이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

    정영석 그러면 금융개방을 제외하고 제조업만 놓고 보면 이익이 되느냐?

    조창민 정부는 이익이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관세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겠지만 별 이익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자들에게는 정반대다. 개방에 대한 내용에서 전임자 임금문제나 복수노조, 파업권 등 노동권 약화가 논의되고, 정리해고 등 유연화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노동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나 언론이 경제적인 면만 선전하니까 아직까지 조합원들은 경제적인 측면을 인식하고 있다. 조직하고 선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당장의 내 문제라고 인식 못하고 있다.

    “미국수능시험으로 상류층과 서민 교육차이 더 커져”

    이병진 SAT라는 미국 수능시험에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토플과 토익시험을 많이 본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미국수능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면 진짜 초등학교 유치원부터 그것을 대비하기 위한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유학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내가 있는 한라초등학교도 2명이나 1년 간 해외에서 거주하다 왔다.

    10% 이내의 상류층과 90%의 서민의 교육차이는 더욱 커져갈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기네 2세들의 교육을 외국사람이나 외국교육기관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형태로 되고 있다. SAT 같은 게 되면 시골에 있는 아이조차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역사적 책임을 기성세대가 질 수밖에 없다. 

    정영석 돈 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게 자본의 속성인데 농업이나 공공서비스 영역은 분명히 거기에 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산업이 붕괴될 경우 공공서비스, 쌀 다 나중에 얼마나 많은 보상을 요구하더라도 돈 다 주고 먹어야 한다. 물 안 먹고 살 수 없고 통신 전기 안 쓰고 살 수 없다. 금융은 당장의 이익을 노리는 거지만 공공서비스는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투자하는 내용일거라고 본다.

    이병진 작년에 제주도 특별자치도 내용에도 병원, 의료와 관련해 영리법인도 할 수 있도록 했었다. 우리가 부자들만 가는 병원과 아닌 병원으로 나눠진다고 반대했다. FTA 되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의료보험이 들어와서 고급 병원이 들어오면 국민건강보험은 적용이 안 될 것이다.

    정영석 제일 중요한 게 투자자 정부 제소권이나 영어로만 협상을 하는 주권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미국법이 우선한다는 조항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놀부법이라고 하는데 미국기업은 미국법으로 한국기업도 미국법으로 통제받는, 그래서 한국법은 있어봐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거다. 국가로서 자기 기능을 못해 주권이 사라지는 것이다.

    조창민 FTA 조약에 따라 국내법이 다 바뀌게 되는 것이다. 강대국에 종속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본에 종속되었는데 이제는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는 거다.

    정영석 시작은 경제종석이고 이게 법과 제도로 굳어지면 정치적 종속도 포함되는 것이다. 농민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수입개방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쉬고 싶을 때 쉰다. 노동자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사람은 한 달에 먹을 수 있는 술값이 정해져있다. 우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이 바뀔 것이다.

    조창민 2003년도에 브라질에 갔었는데 물이 사유화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이 사유화되고 난 후 가격이

       
     
    ▲ 현대자동차노조 조창민 대의원
     

    몇 십 배 올랐는데 그래도 물이 없어서 물을 굶는다는 얘기였다. 경제가 종속되면 가진 놈이 가격을 정한다. 지금은 쌀값이 커피 한잔 값보다 싼 데 앞으로는 금값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조합원들이 믿지 않는다.

    정영석 밥 한공기 값은 지금 250원이다.

    이병진 20년 전만 해도 생수 사먹는 일이 이상한 거였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것과 같은 거다.

    정영석 지금 물값이 휴발유값보다 더 비싸다.

    “이완용도 나라를 위한다며 나라 팔아먹었다”

    이병진 협상대표가 김종훈인데, 매국노 이완용은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돌아보고 와서 모든 사람들이 기초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국민교육기본법을 통과시킨 사람이다. 그 사람은 우리나라를 위한다고 일본에 넘겼을 거다. 협상대표인 김종훈 같은 사람도 다 우리나라를 위한다고 협상을 하고 있다.

    조창민 멕시코를 보면 그 수렁에서 못 빠져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형식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

    이병진 비정규직 비율도 세계 최고고 맞벌이 비율도 마찬가지일 거다. 옛날 도덕시간에 북한은 엄마도 아이 못보고 일을 한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게 된다. FTA 추진되면 노동의 유연성이 더 생기고 정규직 비율은 더 낮아질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 낳은 거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

    조창민 정규직 숫자를 늘려야 사회가 제대로 간다고 본다. 나도 98년 정리해고를 당했었는데 그 때보다 회사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 비정규직 비율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는 노조가 있어서 덜 한 편이지만 삼성이나 엘지는 더 심각하다. 삼성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 전 부분이 비정규직이다. 관리자 말고는 다 비정규직이다.

    정영석 논농사를 40마지기 약 8천평을 짓고 있다. 자경하는 논이 13마지기기고 나머지는 소작이다. 하우스는 800평인데 농민회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사실 임대줬다.(웃음) 2008년 재경부에서 쌀 목표가격을 정했는데 17만 30원, 2008년도에 15만원 정도다.

    결국 정부에서 떨어뜨리려고 하는 하한선은 쌀값 하한선은 10만원이다. 중국 쌀 3만원짜리가 300% 관세 유지했을 때 가격경쟁이 되도록 하는 거다. 농업의 미래가 길지 않을 거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금방 아는 거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제 미국 농산물이 풍년인지 흉년인지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도 국제곡물가격 동향을 뽑아서 토론한다. 절름발이 농업이 된다는 것은 이미 명확한 것이다.

    “교육양극화로 개천에서 용 절대 안난다”

    이병진 우리는 세계적으로 입시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다. 정규직을 확보할 수 있는 자리가 좁아지면서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 영어교육을 받는데 우리 학교가 내년 1~2학년 영어교육 시범학교가 됐다.

    설문조사하면 지금도 1학년부터 영어사교육을 한다고 나오는데 이제 유치원부터 영어 가르치게 된다. 미국수능시험 보게 되면 더 심각해진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절대 안난다’ (웃음)

    정영석 내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요새는 진짜 돈으로 다 한다. 학교는 기본만 가르쳐주고 좀 더 해야겠다고 하면 다 밖에서 한다. 틀림없이 가난이 되물림되고 그럴 것 같다.

    조창민 현대자동차 보면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데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내용들 보면 헛빵이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과 비교하면 많이 받지만 내 기본급이 11년 됐는데 130만원밖에 안된다. 잔업하고 특근하고 철야하고 그래야 4천만원이 된다.

    이제 산별노조로 가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어떻게 만들거냐가 과제다. 농민이면 농민, 노동자면 노동자 계층간의 불균형, 이런 것들이 전체적인 사회문제다.

    귀족노동자, 신흥귀족농민, 그리고 전교조

    정영석 TV에서도 귀족노동자다 얘기 많이 하고 욕 많이 먹지 않냐? 우리도 야적투쟁할 때 신흥귀족농민이라고 신문에 난 적 있다. 그런 오해는 놔두더라도 큰 조직이 가져야 하는 자기 책임성이 있다. 농민회 안에서 나주농민회가 큰 책임이 있다. 모든 투쟁에 다 참석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참석하고, 욕 얻어먹지 않아야겠다가 아니라 최대한으로 힘을 총력집중해서 싸움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병진 실은 요새 가장 말 많이 듣는 게 전교조다. 거리서명 받는데 전교조가 자기네 자기밥그릇 지키는 투쟁이나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전교조 월급 올려달라고 한 적 없지 않냐고 되물었다. 언론에서 왜곡하면 진짜 왜곡되는 것이다.

    현자노조도 고졸 몇 년차가 연봉 6천만원이라니 하면서 왜곡해 같은 민중운동 진영 내에서도 혹시 그런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전교조에 대해서도 부산지부 북한서적 어쩌구 해서 난리를 쳤는데 참고로 볼 수 있는 거다.

    조창민 관리자들은 시간하고 상관없이 6천만원을 가져가지만 우리는 일한 시간만큼 월급을 받는다. 여기 온다고 월차 쓰면 임금 까진다. 그리고 월급을 우리가 받지 않고 사회임금으로 돌린다면 의미가 있지만 우리가 받지 않으면 자본가와 주주들의 입으로 간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서 환원할거냐로 봐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비정규직 임금인상 노력을 해왔고 정규직 전환 위한 투쟁을 해왔다.

    “민주노총 총파업, 절명의 순간이다”

    정영석 조선일보 틀리다는 거 안다. 농민 중에서는 1억 2억 수익내는 사람도 있다. 그걸 뭐라 할 게 아니다. 현대자동차노조, 나주농민회 이렇게 되면 그런 파워만큼의 할 역할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서운한 면을 표출하기도 한다.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하고, 다른 지역에서 파열구를 내지 못할 때 우리가 해야 한다.

    조창민 총파업이 선언이나 언론매체에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어야 한다. 만약 이번에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후 전망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조직은 되지 않으면서 총파업은 선언해왔다. 이번만큼은 절대 안 된다. 우리 어깨에 올려있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러지 않으면 자본과 정권에서 또 한번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다. 현장에 가면 우리 사업부 정규직 3,200명의 대표인데 최선의 역할을 해서 총파업을 조직할 것이다. 마지막이다. 절명의 순간이다.

       
     
    ▲ 제주도민 이병진 교사
     

    이병진 어제하고 오늘 보면서 투쟁하는 모습이 형식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겁을 주려고 하는 건지, 한번 하고 가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하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의지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전술도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하고 오늘 보면서 투쟁하는 모습이 형식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겁을 주려고 하는 건지, 한번 하고 가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하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의지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전술도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영석 투쟁이 형식적으로 제기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 저희도 많이 있었다. 11월 총궐기 한다는데 어떻게 이길 거냐, 이길 방법을 제출하거나 토론 해보자고 했다. 지도부들이 투쟁은 지역에서 만들어가는 거라고 하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사실 오늘 했던 투쟁도 지도부가 잘 기획했던 게 아니라 물에 뛰었들었던 동지가 서너시간 물에서 버텼던 게 신심을 주게 만들었던 것이다. 단위에서 결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농민들은 올해 아무것도 안하고 오직 한미FTA만 했다. 올인한다고 반드시 막아지는 건 아닐 거다. 이 문제가 누구를 통해 발생했고 무엇을 노리는가를 토론해야 한다. 농민들은 북한 핵실험 문제를 보면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함께 진행할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도부 욕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한칠레FTA 협상 때 현대자동차에 서운했다”

    정영석 무엇보다 현대자동차 분을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예전에 한칠레 FTA협상 할 때 서운했던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한겨레 오마이뉴스 현대자동차였다. 현대차 사측에서 빨리 체결하라고 했는데 노조도 손을 놓고 있었다. 여하튼 그런 저런 얘기 나눴다는 게 좋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고민도 들어봤는데 내가 고민하는 거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 좋았다.

    조창민 내가 모르는 영역을 알게 되어 좋았고, 농민회가 이렇게 조직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다가왔다. 참 좋은 자리였다.

    이병진 전교조는 99년 1월 노사정합의에 의해 합법화됐는데 노동형제들한테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조합원들이 상당수다. 전교조 선생 말고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별로 없고, 특히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나 농민 분들을 만나 얘기할 수 있는 게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느끼고 있는 고민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한미FTA에 앞으로 더 관심 갖고 기회 닿는 대로 열심히 하겠다.

    정영석 오늘 만명이 넘는 제주 농민들이 조합별로 묶어서 나왔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 정도 하려면 전 바닥을 훑었단 얘기다. 엄청 고생했을 거다. 이렇게 한번 하고 나면 엄청난 성장이 올 거다.

    2시간의 대화를 마친 세 사람은 ‘한미FTA 저지’의 결의를 다지며 힘차게 소주잔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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