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 “170석 넘는 여당,
    산업재해 책임도 못 물어”
    중대재해법 반대 ‘노동계’ 출신 양당 의원들···정치하기 위해 '노동' 이용
        2020년 11월 16일 02: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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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당론 채택을 미루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170석을 넘게 갖고도 산업재해나 대규모 참사에 최소한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재집권을 목표로 내걸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16일 질타했다. 양대노총과 시민사회계는 물론 국민의힘까지 중대재해법 제정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법 제정에 우호적인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민주당이 재계의 반대를 의식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 쪽에 무게를 싣는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김종철 대표는 16일 오전 대표단회의에서 “민주당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당론으로 정해야 할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의당은 전날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를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전국 각 시도당 차원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기구를 구성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전당적인 집중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1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 간담회, 여의도역 정당연설회 등을 연달아 개최했다.

    김 대표는 “전국 각지에서 매일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 산업재해와 관련해 작년에는 전체사고의 겨우 0.28%, 2018년에는 0.45%만이 징역형에 처해졌을 뿐이고 벌금의 평균은 5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며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현실안주 정치를 하면서 외면하고 있는 노동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정권 재창출에만 몰두하는 민주당의 여유와 다르게 일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절벽에 매달린 형국”이라며 더 강한 비판을 내놨다.

    ‘노동’ 발판으로 국회 진출한 양당 의원들…중대재해법엔 반대
    “정치하기 위해 노동 이용한 것 아닌가 의심”
    “노동자 출신 의원들, 거대정당 들어가면 경총 출신처럼 행동”

    노동 대표성으로 국회에 진출한 의원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대표는 “노동자를 위해 정치를 한다기보다 정치를 하기 위해 노동을 이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노총 출신의 여야 의원들은 중대재해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의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중대재해법 제정에 긍정적 입장을 표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하루 만에 부정해 논란이 일었다. 한 의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당 지도부 차원에서 정의당과 협력해 중대재해법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다른 의견이 나온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역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정의당의 중대재해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 역시 한국노총 출신의 국회의원으로서 ‘노동’을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임 의원은 양형을 강화해 산업재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원칙엔 동의하면서도 “기본적인 법치 체계와 맞지 않는 문제 소지가 많다”며 “당내에서 정의당의 법안에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우려하는 전화도 적지 않게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을 새로 제정하는 방법 외에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하는 방안을 모두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재계의 반발이 큰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우려한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중대재해법 제정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전국위 모두발언에서도 “거대양당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결정을 미루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노총 출신 국회의원들”이라며 “왜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거대정당에만 들어가면 경총 출신처럼 행동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철민, 당정 의견 모아 산안법 개정안 발의
    노동·시민사회계 “산재 예방 위한 아무런 대책도 없다…참담한 심정”

    민주당은 이미 여러 차례 중대재해법 제정을 공언했다가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날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산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업안전·보건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영주와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기존의 산안법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강한 처벌을 통해 예방을 유도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정안은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 500만원, 법인은 3천만 원으로 벌금의 하한형을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장 의원은 이 내용으로 사망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산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의 벌금형은 평균 450만 정도다. 사실상 벌금으로 50만원만 더 올리는 셈이다. 법인에 대한 벌금 역시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40명 사망사건 벌금 2천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고작 1천만원 더 올려 산재의 경각심을 제고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는 산재사망과 관련해 하한형 형사처벌을 입법예고 했었는데, 이 조차 산안법 개정안엔 담기지 않았다.

    이 밖에 기업의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 발생 및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사항, 근로감독관의 감독 지적 사항의 확인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이행 담보를 위해 위반 시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 역시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 사업장 대비 근로감독이 이뤄지는 곳은 1%도 되지 않는다. 대다수 사업장이 이 규정의 적용조차 받지 않게 된다.

    또 사업주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동시에 3명 이상 또는 1년 내에 3명 이상이 사망한 산재가 발생할 경우 최대 100억 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개정안은 당 정책위와 정부와 의견을 조율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민사회계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산안법 개정안은 하청과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처벌도, 공기단축을 강요하는 발주자 처벌도, 경영책임자 처벌과 기업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게 하지도 못한다. 가습기 살균제 철도 지하철 선박의 시민재해는 아예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개정안은 최소한의 고민과 기대를 담기는커녕 다시 한 번 국민을 우롱하고 있어 분노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산재사망 목숨 값 50만원 올리고, 가물에 콩 나듯 하는 근로감독 이행 확인의무 부여로 경영책임자 처벌, 노동자 시민 우롱하는 당정과 장철민 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노총과 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이 함께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정의당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본부가 국민 입법발의로 10만명이 넘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모두 발의되어 국회에 잠자고 있다”며 “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졸속 산안법 개정으로는 시민과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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