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핵심목표 애초부터 실현불가능"
        2006년 10월 24일 10:24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개성공단 상품의 원산지 인정 등 우리 정부가 상정하고 있는 한미FTA의 핵심목표가 사실상 협상 이전부터 미국 국내법 및 의회 권한에 따른 반대로 실현이 불가능한 목표였음이 드러났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23일 공개한 ‘한미FTA 관련 방미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 상품의 원산지 인정 △반덤핑 관련 무역구제 △비자쿼터 및 전문자격증 인정 △쌀 개방 양허제외 △섬유상품의 엄격한 원산지 규정(Yarn Forward) 예외 등 한국정부의 핵심 협상목표가 대북제재, 미 국내법 개정사안, 의회권한 침해, 이해당사자 반대 등으로 미국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의원
     

    권영길 의원은 한미FTA 3차 협상 직후인 지난 9월 2명의 전문조사관을 워싱턴에 파견, 미 의회 핵심관계자, 전문학자 및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진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과의 FTA 협상에서 쇠고기, 농산물, 자동차, 의약품. 지적재산권, 경제정책과 투명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세제의 경우 조사단이 만난 제프리 스콧 국제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행 배기량 기준 세제를 개편하기보다는 한미양국의 자동차 업계가 동의할 수 있는 일부 세금 축소 내지는 폐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이 거듭됨에 따라 미국측의 요구는 하나둘씩 수용되고 있는 반면 한국측 핵심목표는 미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전문직 비자쿼터 배정의 경우 미 하원 법사위원장 등 FTA를 찬성하는 다수의 상하원 의원들이 통상협정에서 비자쿼터 확대를 다루는 것을 의회권한 침해로 보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도 비자쿼터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 우리 측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내다봤다.

    반덤핑 관련 무역구제의 경우도 조사단이 만나본 미국측 인사들은 미 의회의 권한과 그에 따른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사실상 수용불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한재계회의 또한 반덤핑문제는 미국법 개정문제로서 한미FTA가 아닌 다자간 협상에서 다뤄져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현행 미 무역법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는 통상협상에서 무역구제를 다룰 경우 180일 이전에 의회와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3월 한미FTA 협상 타결을 타결하려면 미 무역대표부가 의회와 사전 협의를 했어야 하는데 미국측의 반덤핑 수용반대 주장은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상품인정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 이전에도 미국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조사단이 만난 대부분의 인사는 “개성공단의 주장은 협상을 망치고”(way to kill the FTA), “의회비준을 어렵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공화당의 반대가 분명하고, 개성공단의 노동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미국내에서는 노동권과 인권에 관심 있는 세력과 기독교 우파보수진영 사이의 이상한 동맹이 만들어져 개성공단에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미국이 맺어온 FTA의 사례를 비춰볼 때 미국측이 제시한 원문이 크게 수정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심요구사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미국내 NGO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지점이었다.

    특히 한국이 농업부문 협상에서 284개 민감품목에 대한 양허제외를 요구했지만 다른 협상국의 경우 몇가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사단이 만나본 NGO 전문가들은 ‘투자자 정부제소권’의 경우 미국 내에서도 비민주성으로 문제가 되었으며, 호주의 경우 호주의회 결의안 통과 및 협상단의 노력으로 협정문에서 이 조항을 삭제한 것을 교훈 삼을 것을 권고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권영길 의원은 “미국 현지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북핵실험 사태이후 한미동맹 강화 안보논리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의 한미FTA 협상은 경제적 실효성에 따른 협상보다는 안보논리에 치우쳐 ‘울며겨자먹기식’ 협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협상목표조차 잘못 선택한 한미FTA협상을 위한 현재의 최선책은 이성적이고 균형적인 협상이 가능한 시기까지 협상을 연기하거나 중단하는 것”임을 주장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