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넘는 학생 23명이 04학번 된 까닭은?
        2006년 10월 23일 11:40 오전

    Print Friendly

    충북에 위치한 지방 사립 전문대 J대학. 이 대학 정보통신과 04학번 신입생 중에는 65세 이상 늦깎이 새내기가 23명이나 됐다. 그중 80세 이상도 두 명이나 됐다.

    ‘회로설계 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를 양성하는 정보통신과에 이렇게 노인들이 몰리다니 고령화 사회를 맞아 획기적인 노인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일까.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씁쓸하다.

    누리사업이란?

    우수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5년간 총 1조4천2백억원의 예산을 집중 배정하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지방대학 특성화 및 경쟁력 강화, 우수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발전 촉진, 지역혁신체계 구축 토대 마련을 위해 2004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누리사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연간 최대 50억원의 예산을 받지만 제외될 경우 정부의 재정지원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돼 ‘지방대 살생부’로까지 불려왔다.

    2004년 이후 올해까지 7천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신입생 충원률 · 취업률 조작, 비정규직 교수 채용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 2003년 충북대 등과 두개의 누리사업단 협력대학(상자기사 참조)에 선정됐다. 2004년에서 2006년까지 총 국고지원 예산액만 8억2천2백만원.

    사업단에 선정이 되긴 했는데 신입생 등록률이 문제다. 그래서 이 학교는 신입생 충원률을 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2004년 2월 장학금 지급 사무규칙을 개정하여 ‘성인학습 장학금’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낸 것. 65세 이상 성인학습자에게는 등록금을 전액 감면하고 고교졸업만 하면 입학할 수 있도록 했다.

    2004년 3월. 예상대로 정상적인 신입생 충원률이 20%정도에 머물렀지만 이 학교는 교직원을 동원해서 친인척, 지인, 이웃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을 23명을 모집해 등록을 마쳤다. 신입생 충원률은 50%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언어, 전자회로 응용, 초고주파회로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을까. 이 대학은 애초 불가능한 것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대신 ‘수지침’ 같은 과목을 듣게 하고 다른 교과목을 이수한 것처럼 처리했다.

    신입생 충원률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23명의 노인 대학생들은 지금 J대학에 남아있지 않다. 자퇴, 사망, 미등록 등으로 모두 대학에서 사라진 것.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교육부와 함께 누리사업을 관리·운영하는 학술진흥재단 국감에 앞서 밝힌 사례다.

    최 의원은 “누리사업에 대해서 신입생 충원률 부풀리기, 취업률 부풀리기, 기자재 구입가격 올려서 리베이트 하기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며 “J대학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조차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이라는 누리사업이 실상은 지방대 거짓역량 강화사업이 되어버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이제 누리사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J대학의 사례가 누리사업 전반에 있을 것”이라며 누리사업에 대한 종합감사를 촉구했다. 최 의원은 “교육부의 중점사업인 누리사업을 교육부가 감사한다면 교육부 입장에서는 자기얼굴에 침뱉기이므로 형식적인 감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며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