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노 화장품 너무 좋아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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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3일 08: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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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고 아름답게!"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강렬하고 유혹적인 슬로건이 있을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보편화하고 있는 화장과 성형 수술이라는 이 거센 현대적 문화 현상은 어쩌면 시간이라는 물리법칙과 생명 창조의 존엄성까지 넘어 서고자 하는 인간 갈망의 표출일 수 도 있다.

    어디 현대인들뿐이겠는가.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일시적으로 피부를 팽팽하게 해주는 효과를 지닌 수은에 탐닉하다 정신질환으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는 얘기나 우리에게 중세의 점성술사로 알려져 있는 노스트라다무스가 그 유명한 묵시론적 예언서만이 아니라 주근깨를 없애는 약품도 개발했다는 기록 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고 드러내기 위한 사람들의 욕구가 얼마나 보편적인 것인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현대인이 시도하는 최근의 가장 강력한 흐름은 역시 성형수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한해에 미국에서만 1천2백만 가까운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 정론지와 스포츠 신문을 가리지 않고 "어느 배우가 어느 부위를 수술했느니," "어느 가수는 성형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비키니를 입고 사람들 앞에 섰느니" 하는 따위의 얘기들이 넘쳐난다.

       
     
     

    이처럼 성형 미남 미녀가 넘쳐나는 시대이긴 하나 그 성형한 얼굴의 아름다움도 결국에는 화장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미의 표현에 있어서 화장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하겠다. 고대 이집트 시대에 이미 널리 행해졌다다는 화장은 이제 여성들만의 영역을 넘어설 정도로 현대사회의 보편적 문화행위가 되었다.

    오랜 화장의 역사만큼이나 화장품의 원료의 역사 또한 유구하다. 과거 꽃이나 곡물, 그리고 동물의 특정 부위 등 자연물이 주원료이던 자연 화장품의 시대는 근대 이후 화학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공적 합성물질을 원료로 하는 화학 화장품의 시대로 전환되었다.

    화학 화장품은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 화장의 대중화를 이뤄냈으나 동시에 화학적 합성 원료에 포함되어 있는 독성물질로 인한 인간과 환경에 대한 위해성 문제라는 부작용을 수반했다.

    최근 중국이 제기한 일본산 SK-II 화장품의 중금속 검출 논란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보여준 극심한 혼란은 화장품의 유해성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비록 식품의약품안전청이 SK-II 제품에서 크롬과 네오디뮴이 검출되긴 했으나 유해성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발표한 후 백화점들이 이 제품의 판매를 재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었을리 만무하다.

    화장품에 함유된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물질의 위해성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역시 건강 및 환경 분야 시민단체들에서 선도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공중 보건, 여성, 노동, 환경, 소비자 분야의 다양한 그룹들이 공동으로 추진한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은 가장 대표적인 실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시작된 이 활동은 소비자와 화장품 산업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화장품 기업들이 제품 생산에 있어 암, 출산장애 등 각종 질병과 연관된 화학 물질의 사용을 중단하고 보다 안전한 대체 물질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이 초기 활동에서 집중한 분야중 하나가 바로 화장품에 함유된 환경호르몬 물질인 프탈레이트 성분의 위해성 문제였다. 프탈레이트는 암과 출산장애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 물질로서 향수, 헤어제품 등 다양한 미용제품에 함유되어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었다.

    이들은 2002년에 72개의 미용 제품을 수거해 실험실에 의뢰하여 그중 4분의 3 이상의 제품에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사실들에 근거해 2003년 2월 유럽연합은 화장품에 프탈레이트의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 개정을 결정했다.

    화장품에 함유된 프탈레이트의 위해성에 대한 시민단체와 유럽연합 정치인들의 문제제기가 꾸준히 지속되면서 2006년 9월에는 프탈레이트를 사용하는 미용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 측에서 이의 개선을 결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매니큐어라 부르는 네일 폴리시(nail polish)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인 오를리 인터내셔날(Oely International)과 오피아이(OPI Prodicts)는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네일 폴리시의 판매를 이미 개시했고 또 다른 대표적 기업인 샐리 한센(Sally Hansen) 역시 2007년부터 새로운 제품의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화장품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친구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차세대 산업 혁명의 토대로 평가받고 있는 나노테크놀러지(Nanotechnology)가 적용된 화장품의 위해성 문제이다.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는 나노입자들이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직접 침투해 위해성을 지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이 문제는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지구의 친구들"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화장품, 비누, 립스틱 등 수 백가지의 미용제품에 나노물질들이 사용되고 있다. 나노물질은 색깔, 투명도, 화학 반응 등에 있어서 기존 물질과 완전히 다른 속성을 나타낼 수 있어서 화장품 산업 분야에 아주 매력적인 물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나노물질은 아직 충분히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기존 물질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혹은 매우 강화된 독성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닌 것이다.

    NASA 연구팀의 실험에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장치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용액 형태로 쥐의 허파에 주입했을 때 폐 조직을 손상시키는 독성을 나타냈다든지,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물질인 테플론을 나노미터(nm) 사이즈로 만들어 쥐에게 흡입하게 한 결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는 등의 연구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런 이유로 세계적 신망이 있는 영국왕립학회는 2004년에 나노물질을 개별 소비자용품에 사용하기 전에 전면적인 안전 영향평가를 거칠 것을 권고했다. "지구의 벗"을 포함한 여러 환경단체들 역시 나노물질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평가와 그에 근거한 적절한 규제 조치를 통해 일반 소비자와 제품을 생산한 노동자들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이 물질을 이용한 개인 용품의 상업적 생산의 모라토리엄 (일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화장품 등 미용 산업은 특별한 규제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환경호르몬이 함유된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아무런 안전성 테스트 없이 앞 다퉈 소위 "첨단 나노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업의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당국, 살벌한 시장의 경쟁 논리 아래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 보호는 뒷전으로 돌리고 마는 기업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현재의 본질이라면 우린 아름다워지기 위해 정말 목숨을 걸어야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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