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갑, 검역당국 무릎꿇게 만들다
        2006년 11월 16일 06: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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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10시30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 이날 시작될 예정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1차분 검역의 문제점을 따지기 위해 민주노동당 심상정, 강기갑 의원이 이곳을 방문했다.

    현장에 들어서자 ‘동물검역은 제2의 국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지난달 말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 9톤이 이곳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다.

    현장에는 강문일 수의과학검역원장과 임경종 인천지원장을 비롯해 농림부 공무원들까지 나와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두 의원에게 검역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곧바로 시연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엑스레이 검사, 법에 허용돼 있지 않다”

       
      ▲ 심상정 의원이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에게 검역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의원들은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이들은 수의과학검역원이 진행하려고 하는 엑스레이를 이용한 검역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며 검역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강기갑 의원은 “엑스레이 검사를 합법적으로 하는 것이냐. 식품위생법상 식육에 방사선을 쪼이는 게 허용돼 있냐”고 물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감자, 밤, 양파, 마늘, 복합조미식품, 건조 채소류, 건조 향신료 등 26개 품목에 대해 10kGy(킬로그레이, 방사선에너지량 단위) 안에서 방사선 조사를 허용하고 있을 뿐 식육은 방사선 조사 허용품목에 포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방사선과 방사능은 다르다. 살균 소독 목적으로 방사선을 쬐는 것과 조사, 검출 목적으로 쬐는 것은 법 적용이 다르다. 양과 시간대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검역원 관계자도 “0.006~0.008Gy의 약한 방사선을 2~3초 쬐는 것이라 안전성 부분을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은 “병원에서도 엑스레이 검사할 때 임산부는 제한하게 한다”며 “양이나 시간에서 차이가 난다고 하더라도 식품위생법을 바꾸지 않는 한 식육에 엑스레이를 쬘 수 없다”고 반박했다.

    농림부, 검역원의 말바꾸기

    그러자 농림부 관계자는 식육에 대해서는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축산물가공처리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검역원장은 “필요하다면 방사선을 쬐였을 때 안전한지도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육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의 법적 근거도 모호한 데다 안전성에 대한 검증조차 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 강기갑 의원이 광우병 검역기준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강 의원은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검역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이어 “방사선 기기를 사용할 경우 과학기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차폐 시설도 갖춰야 하는데 허가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강 의원의 계속되는 추궁에 검역원과 농림부 관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검역원장은 “기기를 만든 회사에서 허가를 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강 의원은 “답변을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득했을 것이다’가 뭐냐”며 질책을 가하고 식품위생법상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인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엑스레이 검사를 할 수 있냐고 물었다.

    집요한 추궁에 검역원측 당황

    강기갑 의원의 지적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농림부 방역과장이 “26개 품목에 들어있지 않다고 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해도 된다는 것은 법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열거주의에 입각해 허용 품목이 열거된 것이고 새롭게 품목을 추가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적 근거에 대한 추궁이 계속되자 강문일 검역원장이 “엑스선으로 이물을 검출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사용한 적이 없다. 뼈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그동안 1% 샘플을 절단검사, 해동검사하는 방법이었는데 전수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 엑스레이였다”며 “검역원 예규를 바꿔서 엑스레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이 “그럼 예규를 가져와보라”고 요구하자 검역원 직원들이 허둥지둥하며 가져온 것은 예규가 아니라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상에 검역기관이 검역방법을 정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었다.

    심 의원은 “영국 정부가 20년 전에 국민들을 속이고 안전하다고 거짓말을 해서 160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며 “공론화 과정도 없고 법적 손질도 없이 검역을 실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로 프리온 검출 불가능”

    심 의원은 이어 “방사선 조사를 하면 100% 다 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뼛조각을 찾아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프리온(광우병 원인물질)을 찾아내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심상정, 강기갑 의원이 검역창고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강문일 검역원장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검역관들이 미국의 작업장을 방문해 철저히 조사를 했다는 농림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가면서까지 공방이 계속된 끝에 두 의원은 “법적인 근거를 갖추지 못한 엑스레이 검사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지만, 두 의원의 방문까지도 요식행위로 넘겨보려던 검역원 관계자들은 난감해하는 표정만 지을 뿐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 의원은 검역창고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절단, 해동 검사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당초 검역원측은 엑스레이 검사도 시연할 예정이었으나 두 의원이 ‘불법 검역’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해 엑스레이 검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에는 한우협회, 육우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검역설명회가 개최됐지만 이때도 역시 엑스레이를 통해 광우병위험물질을 찾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역시연은 파행을 빚었다.

    한편 강기갑 의원은 서울로 올라가다가 오후에 검역원측이 검역을 강행할 것을 우려해 다시 검역장으로 되돌아 갔다. 강 의원은 엑스레이 검사기기에 ‘검사필증’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원자력법에 의거해 허가된 기기인지에 대해 다시 추궁했고 결국 검역원으로부터 "과학기술부와 협의해서 적절한 절차가 없었다면 갖추도록 하겠다. 근거규정에 대해서도 논의해보겠다. 엑스레이 검사를 다시 할 경우 의원실에 알리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결국 강 의원의 집요함에 검역당국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강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일 국회 상임위에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의 문제점을 다룰 것을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간사에게 요청해놨다"며 "상임위를 통해 오늘 드러난 문제점을 집중해서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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