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원단체, 돌봄 민영화 우려에도
    지자체 이관 주장···교사 이기주의 비판
    “돌봄은 보육, 복지의 영역”...돌봄은 왜 민간위탁?,
        2020년 11월 05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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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문제를 둘러싸고 교원과 돌봄전담사, 학부모단체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은 지자체 이관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우려하며 오는 6일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 적극적으로 연대해온 전교조는 파업으로 인한 대체업무를 교사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날선 성명을 냈다. 양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학부모 단체들은 돌봄의 공백과 질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교사 출신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갈등을 폭발시켰다. 이 법안은 전체 돌봄 아동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교내 초등돌봄교실을 모두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초등돌봄의 책임에서 빠지고 지자체가 온전히 책임지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온종일 돌봄 시설의 설치·운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유재산법」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도 불구하고 국유·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두 의원이 발의한 같은 명칭의 법안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공적 영역이 품어야 할 돌봄의 민간 위탁을 가능하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돌봄의 민영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돌봄 영역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에서 초등돌봄은 돌봄전담사 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큰 업무 부담을 준다. 별도의 돌봄 공간이 없어 교실을 내어주고 소위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하는 것 역시 교사 입장에선 돌봄교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반면 지자체로 이관돼 돌봄교실이 민간 위탁되면 돌봄전담사의 고용불안이나 열악한 처우 문제는 필연적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등을 직접 경험한 학부모 단체 입장에서도 민간 위탁 가능성이 높은 지자체 책임의 돌봄교실은 환영하기 어렵다.

    갈등의 불씨는 해당 법안에 있지는 않다. 초등돌봄교실은 2004년부터 방과후학교 정책 안에 포함돼 법이 아닌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은 오랜 기간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정치적 이해를 위해 돌봄의 양적 확대만을 강요해왔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한 정책 추진이 학교 현장의 갈등을 촉발한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돌봄전담사 측이나 교원 측 모두 동의하고 있다.

    교사 업무 부담에 상시전일제 전환 절충안에도
    교원단체들 “돌봄은 보육, 복지의 영역”

    돌봄교실의 중심에 학생과 학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점, 돌봄전담사의 고용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 수업을 통한 교사의 교육에 돌봄 업무가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점 등은 교원, 돌봄전담사, 학부모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이다. 돌봄의 공적 기능 강화에도 공감하고 있다. 이견은 돌봄의 책임을 어디에 부여해야 하는 지에서 갈렸다.

    교원단체는 돌봄이 교육의 영이 아닌 보육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와 시도교육청,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초등돌봄의 올바른 방향성을 논의하는 장을 해치고, 공허한 논쟁을 유발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선 ‘돌봄 업무 떠넘기기’라는 지적까지 나오는데, 학교와 시도교육청, 정부 모두가 연계해 책임져야 할 돌봄의 대상을 천덕꾸러기 신세로 만드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지난달 28일 강민정·권칠승 의원 주최로 열린 ‘돌봄, 국가적 과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교원단체 소속 토론자 대부분이 돌봄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기에 학교가 책임져선 안 된다는 주장을 했다.

    돌봄전담사나 학부모단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초등 저학년 대상의 돌봄에서 교육과 보육을 명확하게 선을 그어 구분하는 것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학교의 기능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했을 때 현재 교착된 국가교육과정을 따지는 게 아니라 아이 상대의 모든 행위는 교육적 가치를 가진다는 철학에 기반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돌봄이 교육인지 아닌지는 비본질적인 문제다. 학교가 돌봄의 책임을 벗어던지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학부모 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 강미정 활동가는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총체적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돌봄은 교육이 아니고 수업만 하는 곳이라거나, 학습하고 평가만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교육자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그런 교육은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임운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돌봄 자체의 성격은 보육임이 자명하고, 주무관청은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 등이 되어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이 옳다”며 “돌봄을 학교 안 위주로 실시하는 것으로 학교의 근본인 교육의 질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돌봄교실로 인한 교사의 업무 부담 문제는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 전환으로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하다.

    박성식 정책국장은 “돌봄전담사를 상시전일제로 전환하면 교사가 제기하는 업무 부담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하는 단초가 마련된다”며 “(갈등이 심한) 지자체 이관 문제는 충분한 토론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하고 교사에게 부담되는 업무와 상시전일제 전환제가 만나면 시급한 과제부터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절충안에도 교원단체 측은 ‘돌봄교실은 지자체 이관’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돌봄은 복지의 영역’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강현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은 “돌봄교실은 수업 후 이루어지는 보육 활동의 공간”이라며 “교사들이 보다 내실 있는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과 보육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 2일 낸 성명서에서도 “교육기관인 학교의 역할을 넘어선 영역이며,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한 지자체 행정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 이관, 학생에게 더 좋은 돌봄 서비스가 가능할까
    “비리 문제로 국공립 유치원 늘린다더니…돌봄은 왜 민간위탁?”

    교원단체는 학교 안 돌봄교실은 학교 안에 학생을 가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사 출신 박동국 서울시 교육자문관은 “학생들을 돌본다는 미명 아래 아주 작은 교실에 아이들을 계속 가두고 있다”며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혹은 6시까지 계속 학교와 교실에 머물러 있는데, 학부모들은 학교가 안전하고 맡길 곳이 있어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은 고강도의 학습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박 자문관은 “외국의 사례처럼 지자체가 본인의 사무로 규정하고 우리 마을의 아이들은 우리가 책임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현정 전교조 조합원은 “‘마을이 학교다’라는 말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고모, 삼촌이 아닌, 엄마랑 친한 몇몇 동네 이모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가 같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진정한 돌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이관을 통한 마을돌봄이 기대처럼 긍정적인 결과를 낼 지는 의문이다.

    최은희 학비노조 정책부장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45.2%에 불과하다. 각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돌봄의 질은 천차만별이 될 것이고, 직영보다 민간위탁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점이 재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식 공무직본부 정책국장도 “지자체 이관에 대해 (교원단체 측은) 희망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교실이 현재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고 그런 주장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지역아동센터 사업에 대해 “지역아동센터 현장에서는 인프라와 환경, 정책대상, 인력과 종사자 처우, 서비스, 재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점과 애로가 지속되고 있어 본래의 정책 목표를 온전하게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박 국장은 “(현재 지역아동센터가 이런 상황인데) 지자체에 학교돌봄 70%까지 떠넘기면 좋은 돌봄 될 거라고 보느냐”며 “지자체 이관은 또 얼마나 준비가 돼있나. 지자체 이관되면 다양한 활동 가능해지지 않을까라는 희망만 얘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교사에게 학생 다 돌보라는 것 아니다. 교사는 돌봄에 따른 행정업무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예산과 인력 배치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복지 전달 체계로서 민간위탁 방식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총선 공약으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내건 것”이라며 “지금도 민간위탁 국공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계속 터져 나온다. 그런데도 어떻게 민간위탁을 추진한다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 파업 지지해오던 전교조, 이번엔 왜?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눈에 띄는 곳은 전교조다. 학교 구성원의 고용안정과 교육의 공적기능을 중시해온 전교조는 이번 돌봄교실 논란에 교원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다른 교원단체들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전교조는 성명서에서 돌봄 파업에 대해 “노동조합이 스스로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해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써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돌봄전담사들이 요구하는 초등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돌봄전담사 파업 시 교사들을 돌봄업무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교사들은 이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는 지자체 이관에 따른 민간위탁으로 인한 돌봄의 민영화 우려나 돌봄전담사의 고용불안 문제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교사 이기주의’ 비판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한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교사들의 업무량 증가 등에 따른 불만을 전교조가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타 교원단체들에서 교원 외에 다른 학교 구성원을 배제한 채 교원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전교조도 이 분위기에 합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이 타 교원단체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전교조의 태도는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된다.

    이전 전교조 집행부에서 일하기도 했던 조합원 조 모씨는 <레디앙>과 통화에서 “조합원들의 당장의 문제제기에 포퓰리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전교조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첨예하다고 밝혔다.

    조씨는 “어떤 법안이 통과되든 당장 지자체 이관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좋은 돌봄을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 지자체 이관 여부를 정하려 하지 말고 합의가 가능한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며 “상시 전일제 돌봄전담사를 대폭 고용하는 것은 양 측이 서로 이해가 맞는 부분이다. 합의 가능한 지점에 대해 친환경 무상급식 때처럼 (노조가 함께) 공적 돌봄 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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