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위-신당파 환부 적시하라”
    By
        2008년 02월 01일 11:2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비대위와 신당파는 환부를 적시하고, 수술방법을 제시하라

    이상의 4대 과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리를 해야 한다. 토론하고, 합의하고, 합의 못하면 갈라서야지, 토론 없이 숫자로 밀어붙어거나 어정쩡하게 동거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패권’이나 ‘봉합’이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신당은 자석의 성질을 못 버린 민주노동당이다. N극 싫다고 아무리 잘라내어도, 한쪽 끝에서 또 N극이 생겨나는 법이다. 그렇게 되면 종파주의, 분열주의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 없다.

    신당파가 창당을 어느 정도 준비하는 것까지는 비대위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해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초록세력이나 사회당 등 당 외부의 세력과의 ‘연합’도 추진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기왕 이야기가 오간다는 그 세력들을 비대위와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해 주는 것이 어떨까? 애초에 ‘종북’이나 ‘패권’문제가 없었더라도, 민주노동당에 초록, 적색, 흑색의 보강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주파’는 뭘 먹어서 병이 났는지 고백하라

    ‘자주파’역시 마찬가지다. 대안이 미흡했다면, 통일방안에 대한 논쟁에서는 평등파의 책임도 크다. 하지만 조직과 재정의 운영에 있어서의 추악한 문제들은 한 두 명의 개인적 일탈 행위나 말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 부패 혹은 무능에 대한 책임 차원이다. 다수파는 이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존 입장이 옳았다고 생각했다면 물러나지도 말았어야 하는 법이고, 물러났다면, 그래서 의사 앞에 앉았다면 조용히만 있어서도 안 된다. 속이 아파서 병원에 왔으면 평소 술은 많이 마셨는지, 밥은 제 때 먹고 다녔는지, 뭐 특이한 거 먹은 건 없는지 고백을 해야 할 것 아닌가.

    “담배 피운대요~”라고 일러바치듯이 몰아세우는 친구만 미워하면 병난 것이 전부 그 친구 탓인가? 비대위가 측근 인사네, 신당파 분열주의자를 쓰면 안 되네, 하고 비판만 하고 있을 것은 더더욱 아니다. 평가하고 보고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라! 내부적으로 이미 하였다면, 이를 공개하라!

    각자가 생각하는 ‘건강’의 기준을 밝히라

    신당파가 새로운 진보의 상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왜 자주파와 함께 할 때 그것이 불가능한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비대위의 노력을 ‘봉합’과 ‘기득권 지키기’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비대위는 바쁘겠지만, 이 4대 과제에 대한 대답을 당대회 이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 주길 바란다. 비대위가 당대회를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지 않거나, 당대회에서 만족할 만한 비젼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자주파의 평가, 보고와 반성문이 없다면, 파국이다.

    탈당을 하고 내가 생각하는 진보정당의 상에 맞는 동지들을 규합하여 신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

    에필로그

    퀴즈 하나. 항구에서 출항한 배가 항해 중 모든 부품을 교체하여, 출항시의 부품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배는 같은 배인가, 다른 배인가?

    배가 출항을 하고, 중간 기착지에서 사람들을 더 태운다. 언제부턴가 무슨 ‘3년 계획, 10년 전망’ 어쩌구 하는 지도를 들고 우루루 탄 사람들이 숫자가 점점 많아져, 배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정도가 되었다. 이들의 해도에 표시된 항로는 애초 출항시의 배의 항로와는 좀 다른 듯한데, 구별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더러 최근까지는 엇비슷 항로가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의견이 잘 안 맞는다. 배에 각종 원인의 고장도 잦아서 수리를 하려 하는데, 또 의견이 충돌한다. 다른 배의 선장이 추천해주는 공구를 써야 한다는 것이야 사상의 자유겠다. 하지만 고장의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 승객들이 다 크고 작은 책임이 있긴 한데, 모두 반성 없이 남 탓만 하고 있다.

    목적지가 다르면 다른 배다

    배가 하나밖에 없고 가는 길도 같은가? 그렇다면 누군가의 ‘패악질’로 배에 고장이 났더라도 고쳐서 갈 수밖에. 그러나 목적지까지 다르다면 매우 곤란하다. 목적지가 꼭 바다에만 있으란 법도 없기에, 그들이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거나, 우리가 배를 주고 자동차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

    제일 난감한 부류는, “목적지가 다르긴요, 우리도 진보항(港) 가요, 그런데 저 통일동산(山) 먼저 좀 들려서 돌아가자는 겁니다.” 이 부류는 최종 목적지가 통일동산이 아니라 진보항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통일동산을 거쳐서 식량 등을 보충하고 가야 진보항까지 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목적지가 애초에 다른 사람도 아니라니, 어쩌랴.

    꼭 거기를 거쳐서 가야 하는지가 의문이고, 아직까지는 방향이 같아서 동승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언젠가 갈림길이 나타나면, 혹은 이미 배가 통일동산을 지나쳤다면, 굳이 다시 통일동산으로 돌아가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헤어질 때가 지난 것 같다

    자, 역사의 준엄한 평가가 기다리겠는데, 아무래도 배는 이미 통일동산을 지나친 것 같다. 혹은 지진으로 인하여, 이 해역의 지형이 애초 출발할 때와는 좀 달라졌다. 그러니 과거의 해도를 무조건 고집할 수는 없으며, 다른 배의 선장의 말도 참고 의견일 뿐이다.

    목적지가 다른 이들이여, 혹은 과거의 해도의 항로만 고집하는 이여, 이 배는 거기 안 가니 이만 내려주길 바란다. 못 내리겠다면, 내가 내리겠다. 아직 우리의 목적지가 같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당신의 해도가 아직도 맞다고 생각한다면, 나를 설득해 주길 바란다.

    항해일지와 목적지, 그리고 선주가 같으면 중간에 부품이 바뀌었어도 같은 배일 것이다. 내가 탔던 배는 진보정당호였고, 선주는 민중이었다. 그 배를 변함없이 타고 싶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