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 토하는 심정으로 보내는 호소문
        2008년 02월 01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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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계급을 더 이상 배신해선 안 됩니다!

    민주노동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향한 20년의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절체절명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노동현장에는 87년 노동자대투쟁과 96~97 노동법개정 총파업의 성과로 만든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이슬처럼 사라질지 모른다는 짙은 불안감이 휩싸여 있습니다. 아니 이미 노동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분당된다고 생각해봅시다. 민주노총 산하 17개 연맹, 16개 지역본부는 권력을 잡은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열될 게 뻔합니다. 민주노총, 연맹, 지역본부의 각종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철회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지회나 분회 등 사업장 단위로 내려가면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민주노동당에서 시작된 저주의 검은 기름은 노동운동 진영을 순식간에 삼켜버릴 것입니다. 노동운동 진영은 머지않아 자주파 노조, 평등파 노조, 급진파 노조로 쪼개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운동이 분열되지 않으려면 정치적 입장을 말하지 않고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같은 정치총파업도 하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자유무역협정이 노동자 계급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논란이 붙기 시작하면 갈등이 생길 논쟁은 다 피해가려 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공장의 담벼락에 갇혀 오로지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위한 투쟁만 하게 될 것입니다.

    노조 간부들은 편할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당을 선택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노동자 정당이 필요하다는 간부들의 말만 믿고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었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했던 조합원들은 혼동과 분노를 넘어 절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평등파가 무엇인지 자주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조합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을 떠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2008년 투쟁 선포식(사진=금속노조)
     

    노조 간부는 편할지 모릅니다

    민주노동당의 성과는 노동운동의 대표체인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단 하나, 지난 1987년 이후, 1997년 총파업 이후 “노동자 입장을 대변하는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 있다면”이라는 노동자들의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아니 이회창당 선거운동의 자유를 마음껏 부여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습니다. 당을 이끌어왔던 동지들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권력 장악을 위한 패권주의와 종파주의가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낳았는지를 처절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노동운동을 공격했던 것처럼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정규직노조의 이기주의나 정규직 양보론을 들이대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민주노총당이기 때문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정당, 87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장 활동가들은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를 만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적 연대를 통해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운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금속노조가 한미FTA 저지 총파업을 벌였고, 올해 공공부문 사유화와 폭력적 신자유주의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사활을 건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라는 양날개로 이명박 재벌정권에 맞서 큰 싸움을 벌여내야 합니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힘있게 단결해야 합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2월 3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계급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힘을 합치느냐 종파주의에 사로잡혀 또 다시 노동자 계급을 배신하느냐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중앙위원회를 통해 어렵게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힘 있게 단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할 동지들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패권주의와 종파주의가 판을 친다면 노동자계급은 민주노동당을 용서하지 못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노동자 계급을 배신해서는 안 됩니다. 노동자계급을 두 번 죽이지 않기를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008년 2월 1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할당 대의원 일동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지회 김종안,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 조상흠, 구미지부 임강순, 부산양산지부 정혜금, 전북지부 최대준, 기아자동차지부 윤영균, 금속노조 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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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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