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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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21일 09: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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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대환 민주노동당 초대 정책위원회 의장의 칼럼 ‘바닷가의 사색’을 정기적으로 싣습니다. 주 전 의장은 요즘 마산 앞 바다를 혼자 걸으면서 사색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칼럼 제목은 필자의 요청에 따른 것입니다. <편집자 주> 

    직업병인가, 아니면 습관인가? 난 북한 핵 실험에 대한 논란들 속에서 백성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그래서 실은 전문가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러면서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으려고 귀를 세우고 길거리를 배회하고 시장통을 기웃거린다.

    그런데 남한 사람들의 생각은 비교적 쉽게 알 것 같다. 크게 놀라지도 않고 ‘라면 사재기’도 하지 않는다. 전후 사정을 대충 다 짐작하고 있다는 거다. “그게 다 쓸데없는 짓”이라는 ‘평범한’ 의견이 이미 백성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러 해 동안의 토론과 경험의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의 백성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오늘 여러 평양의 시민들이 핵실험에 대해서 소감을 묻자 “자랑스럽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더라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접했다. 이 기사는 “우리가 못 먹고 못 입어도 자주적 국방을 갖추고 핵 강국이 됐다는 자긍심을 인민들이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어제는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는 북한 사람이 “핵실험이 무슨 소용인가, 인민들은 굶고 있는데…”라고 말하더라는 경향신문 기사도 읽었다. 내가 신뢰하는 두 신문이 전하는 소식이 사뭇 다르다.

       
      ▲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20일 개성공단의 한 입주업체에서 북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론 단둥에서 무역업을 하는 사람과 평양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참관단을 안내하는 북쪽 관계자는 입장과 견해가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런데 실은 한겨레신문 기자가 평양에서 만난 사람도 경향신문 기자가 단둥에서 만난 사람도 북한 사회 하층의 서민대중은 아니다.

    평양 시민이라는 사실 자체가 엄격히 말하면 일반 백성이라고 할 수가 없고 ‘북쪽 관계자’나 무역업자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원산이나 영변에 사는 진정한 북한 서민대중의 생각은 어떠할까? 궁금하지만 전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좋은벗들’에라도 물어볼까? 우선은 북한 백성들의 마음속에는 두 생각이 다 들어 있다고 추정한다. 이건 나의 인생 경험으로 말하는데, ‘집단으로서’ 백성이란 원래 생존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생존에 필요하다면 정반대의 생각을 둘 다 함께 할 수 있다.

    그래서 차우셰스쿠 부부가 하루아침에 봉기한 백성들의 손에 붙잡혀 총살을 당할 수도 있고, 박정희를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부산, 마산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 일이 일어난 지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백성들이 이리도 많은 것이다.

    이런 게 반골 기질이라는 걸까? 아니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 비판적인 먹물의 못된 습성일까? 난 왠지 순박한 북한 백성들의 마음 깊이 권력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깊은 원망이 감추어져 있을거 같다. 아니 그건 인간이라는 동물 종의 행동 양식에 대한 합리적인 추정이다.

    그리고 북한 권력자들도 그걸 느끼지 아니할 리가 없다. 원래 웬만한 태평성대라도 권력자는 백성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백성의 강물 위에 뜬 작은 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더욱이 굶주린 백성은 언제 성난 파도를 일으킬지 모른다. 그래서 북한 권력자들은 습관적으로 자꾸 미국 탓을 한다. “모든 건 미국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핑계는 위험하다. 당장은 효과적이지만, 이 핑계를 대면서 결국 차일피일 근본 대책을 미루게 된다. 이제 북한 권력자들은 핵실험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슬프게도 북한 백성들은 "수백만 명의 수재민들이 추위에 떨며 배고픔을 이겨내고 있으며, …부모를 잃고 떠도는 수많은 꽃제비, 장애인과 노인들이 방치되는 비정한 사회 분위기" (‘좋은벗들’의 논평) 속에서 핵실험 성공의 소식을 듣고 있다. 곧 닥칠 "경제봉쇄정책, 교류 협력의 중단, 인도주의적 지원 중단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북한의 일반 주민이다." 과연 핵폭탄이 밥이 될 수 있을까?

    정녕 북한은 중국과 남한을 통해 ‘연착륙’할 수는 없는가? 우리는 북한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기대를 가졌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차린 중소기업들에서는 벌써 8천 5백 명의 북한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연말이면 1만 명에 이를 예정이라는 소식에 설레었다.

    그 노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동의 고달픔을 함께 느끼며 한반도 전체의 사회경제적 진보와 평화 통일의 길을 고뇌해왔다. 그런데 핵실험이라니? 개성공단 노동자들로 하여금 계속 일하게 하라! 그것이 바로 쓰라린 자본주의적 착취를 경험하는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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