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부동산의 시세 반영 30% 수준
    김헌동 “재벌 봐주기, 개인에게만 부담”
    정부, 10년간 공시가 현실화율 최대 90%까지 추진
        2020년 10월 29일 01: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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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30년까지 10년 동안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과 관련해,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시세 조작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헌동 본부장은 29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시가 대비 공시가격 비율인) 현실화율을 올린다는 건 이미 (공시가격이) 낮게 조작돼 있다는 뜻”이라며 “매년 정부가 세금 1800억을 들여 가격조사를 하는데 시세 조사된 것을 그대로 발표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고 계속 조작하겠다는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조금씩 (공시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년이 남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에 큰 의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김 본부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장관의 전결사항이기 때문에 물어볼 필요도 없이 하면 되는 일”이라며 “장관이 10억 짜리 집을 조사해서 10억이라고 발표하면 되는데 장관과 관료의 재량에 따라 10억짜리 집을 6억이다, 5억이다 조작해서 발표하는 것이 문제다. 일관되게 전문가가 조사해온 그대로 발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개인에게만 과중하게 물리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재벌 봐주기’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개인은 공시가격이 시세의 70%지만 법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시세의 30%밖에 안 된다”며 “왜 공시가격을 똑같이 조사를 해서 개인은 70%로 낮게 조작하고 법인은 30%로 더 낮게 조작하나. 재벌을 계속 봐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일부 주택 소유자들의 ‘세금폭탄’ 비판도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고 봤다. 김 본부장은 “정부의 잘못된 23번의 정책이 집값을 올렸는데 그 책임이 마치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며 “지금도 개인이 재벌보다 10배 정도의 세금을 더 내고 있는데 법인 세금 올린다는 발표는 안하고 개인 세금을 올린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 “공시가 인상으로 서민 세 부담 증가 않는 방안 마련할 것”
    국민의힘 “공시가 인상은 비겁한 증세”

    정부는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50~70% 수준이었던 공시가 현실화율을 최대 90%까지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격)은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에 그친다. 이를 15억원 이상은 2025년까지,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은 주택에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은 물론, 여러 복지행정의 지표로도 사용된다. 이 때문에 중저가 주택 한 채 보유자에 대한 재산세 부담 증가나 기존 복지정책 수혜자의 배제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여당에선 세법 개정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시가격이 시세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 왔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와 복지대상자 선정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해 서민의 부담이 증가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정부와 협의해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에 대해서는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민주당 의원도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공시가격 인상은 공시가격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모든 정부들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소 의원은 “공시가격 인상은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조세제도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조세 제도를 조정하면서 공시가격을 현실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시가격 인상이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공시가 현실화의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빚 안고 집 사는 게 일상이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원금 이자에 세금폭탄까지 맞게 생겼다. 소득 없는 고령자는 각종 복지혜택에서 배제되고 건강보험료까지 겹쳐서 추가 대출 받거나 주택을 처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정부의 실책 왜 이들이 짊어져야 하느냐”며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은 비겁한 증세”라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은 공시가격 현실화에 재산세 완화 방안까지 묶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29일 국회 브리핑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는 진작 실현됐어야 할 정책”이라며 “이를 빌미로 마치 패키지 정책 마냥 재산세 부담 완화 대상 확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공시가격 현실화를 퇴색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집 값 안정, 조세정의 실현 등을 위해 보다 강력히 추진해야 할 재산세 부담 대상 기준을 완화하겠다니 엇박자 정책”이라며 “더군다나 정부와 집권여당은 중·저가 1주택 보유 서민의 커지는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제시된 현재 공시가격 9억 원 주택의 경우 실제 가격이 12~13억 원에 달한다. 이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이행 기간 단축도 요구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정부여당은 무분별한 재산세 완화를 말하기에 앞서 최대 15년에 달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이행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한다”며 “또한 그동안 지적되어 온 산정방법의 투명성 강화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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