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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국제소송이 되다
    국제노조에 떼인 퇴직금 받기 2년⑥
        2020년 10월 29일 1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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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노조에 떼인 퇴직금 받기 2년⑤ 국제형사사법공조법, 법조문과 현실의 간극에서

    4,339일과 35,192시간은 2006년 6월 15일부터 2018년 6월 30일까지 IUF에 적을 두었던 일수와 시간이다. 2018년 10월 16일 전국여성노조를 통해 IUF에 퇴직금을 청구한 이래 오늘(2020년 10월 28일)로 744일이 됐다.

    작년 초 알게 된 노무사 출신 변호사와 올 봄 형사고소장을 작성 중이었다. 그러다 민사소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느 정도는 3차와 5차 국민신문고 민원 결과 때문이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라 고소인은 국내 사법기관을 통해 해외 거주 피고소인에 대해 현지 사법기관의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연재 ⑤편에서 언급했지만 법조문과 현실의 간극은 좁지 않다.[관련 링크] 국내로는 특별사법경찰관(근로감독관), 검사, 법무부장관, 외교부장관을 납득시켜야 하고, 해외로는 현지 사법기관이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수락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그러니 좀 더 확실한 무언가가 있다면 낫지 않을까? ‘퇴직금을 원고의 청구대로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의 판결문을 받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수월하지 않을까? 질문이 꼬리를 잇는다. 형사고소는, 국내 법원 판결문이 해외의 피고 IUF가 판결문 이행을 강제하게 만드는 일종의 압박카드다. 그러니 실제 압박이 되어야 한다. 현재 ‘형사고소’와 ‘OECD 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이라는 두 개 돌멩이 투척이 보류된 이유다.

    첫 번째 투석

    2020년 7월 2일 IUF 본부와 아태지역본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약 2개월의 시간을 들인 첫 번째 투석이다. 이때 한글소장과 번역한 영문소장에 더해 영문과 한글 원본으로 구성된 증거서류 36개, 전체 452쪽 분량의 문서가 제출됐다. 특히, IUF 본부와 아태지역본부의 핵심 대표자 두 명은 조직 안팎에서 쓰는 이름과 법적 이름이 다른데, 전자의 이름은 2019년 초 1차 국민신문고 민원 중 외교부(주스위스한국대사관)를 통해 힌트를 얻었고 이후 ‘중간이름’을 포함한 사무총장의 정식 이름은 검색 중 우연히 걸린 ILO 총회 자료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후자는 2006년 한국 방문 때 ‘개종’에 따른 ‘개명’ 여부를 물었을 때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에 더해 [외환거래내역서]에 그의 ‘중간이름’을 포함한 정식 이름이 선명히 남아 있어 소장에 사용할 수 있었다.

    민사소송에서 피고 조직(IUF)의 정식명칭과 함께 대표자의 정식이름을 정확히 적는 것이 중요하다는 팁을 얻었기에 꼼꼼히 살필 수 있었다. 그분께도 감사드린다. 여하튼 기억이 분명해도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이 없다면 소송을 제기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IUF에서 배우고 익힌 연표(혹은 일지 chronology) 작성과 증거서류 축적/정리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다. 물론 내 사건에 써먹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배운 건 언젠가 써 먹게 된다’는 말은, 내 경우엔 진리다.

    법원의 보정명령/권고 이행

    이제 재판날짜만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그럴 리가. 올해 체불퇴직금 민사소송에 앞서, 작년 개인적으로 의도치 않게 ‘나홀로 소액재판’을 제기해 판결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소장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몇 번의 보정명령을 받았었다. 이 일로 어느 정도는 훈련이 되어 법원의 ‘보정명령’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없다면 더 고마운 일이지만, 이런 예감은 대개 비켜가지 않는다. 이 소송으로 법원에서 받은 보정명령/권고는 크게 1) 피고 1, 특히 피고 2의 지정 관련 근거 증빙, 2) 송달주소지 확인 증빙, 3) 피고 거주 국가/도시의 공용어 번역본과 유자격자의 번역증명서 제출이었다. 1)과 2)는 수월했다. 하지만 7월 말 법원의 2주 휴가 직전 자세히 파악한 보정명령 3)은 그야말로 폭탄이었다. 피고 소재지 공용어라면 제네바는 불어,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어다. 소장만 번역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낫겠지만 증거서류에 대해서도 번역을 명령했다. 변호사와 긴급 통화. ‘기일’을 맞추기 위해서 소장은 놔두더라도 가능하다면 증거서류를 줄여야 한다는 게 나름의 해법이었다.

    ‘증거서류 철회’ 여부를 법원에 문의하려면 2주를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나는 번역자를 섭외했다. 불어는 다행히 지인 통역사를 통해 소개 받아 (급한 건 나이니 협상 대신) 제시한 번역요율을 수락한 뒤, 철회하지 않을 증거서류 일부의 번역을 우선 의뢰했다. 다음은 인도네시아어. 특수어다. 불어도 영어보다 단가가 높지만 특수어인 인도네시아어는 부르는 게 값일 터. ‘중역’이 가능하다면 인도네시아 현지인에게 영문소장과 증거서류 번역을 의뢰하는 편이 가격 면에서는 유리할 것이다. 물론 중역이 불가하다면 여기서 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외대 마인어(한자로 된 말레이시아馬來西亞와 인도네시아印度尼西亞의 앞 글자 하나씩을 따서 만든 것으로 두 개 국가의 언어가 90% 정도 일치해 함께 배우는 모양) 통번역센터에 문의했다. 해당학과 조교는 졸업생 커뮤니티에 올린다며 자세한 내용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원하는 내용을 알렸다. 기다리면서 애초 한글/영문번역본을 제출하지 않았던 일부 영문/한글원본 증거서류를 번역했다. 그 중 45쪽 분량의 12년 치 기록에 해당하는 은행 발급 서류는 영문양식이 없어 일일이 표로 만들어 ‘숫자’가 틀리지 않게 앉혔다. 그야말로 눈 빠지는 식자공의 노동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닥친 막판 더위는 내 인내를 시험하고 또 시험했다. ‘시간’은 흘러 2주의 휴가가 끝나고 법원은 ‘일부 증거 철회’와 ‘한글소장 및 증거서류의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기만 하면 중역’ 둘 다 가능하다고 알려왔다. 휴~ 얼마나 다행인가. 변호사가 재확정 증거서류를 추리고 그에 따라 소장을 수정해 내게 넘겼다. 그에 맞게 영문소장을 수정하고 영문원본/번역본 서류를 추려, 다시 두 개 언어 번역자에게 넘겼다. (참고로 마인어 통번역센터를 통해 연락 온 졸업생 번역자와는 번역요율 협상이 결렬됐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번역 작업은 9월 10일 마무리되어 법원이 요구하는 ‘내용과 형식’을 맞춘 뒤 ‘번역 대상 소장 및 증거서류’의 3개 언어 번역본을 변호사에게 넘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 알게 된 절차 하나. 국제소송의 경우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을 추가로 경유해야 한다. 번역본의 내용과 형식이 원본과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는 주문은 국제심의관실에서 나온 것이었다. 잘 몰랐기에 내용과 형식의 일치 ‘수준’을 재차 문의, 답을 얻은 뒤 기 제출 증거서류에 대해서도 오와 열을 최대한 맞춰야 했다.

    예기치 못했던 복병

    150쪽 가량으로 다시 추린 한글소장과 증거서류를 기준으로 이의 3개 번역본에 대해 변호사의 다음 공정은 ‘번역공증’이었다. 법원은 보정명령에서 제출 번역본 관련 ‘유자격자의 번역증명서 첨부’를 명령했었다. 이에 대해 (어쨌든 번역된) 사문서를 공문서로 만드는 ‘번역공증’이 더 낫겠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다.

    이제는 일사천리라 기대하고 레디앙 연재를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이게 복병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는 번역문 제출 후 한 달이 다 된 10월 7일 마침내 4차 시도에서 번역공증을 받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례적인 번역공증 문서 형식과 분량에 기존의 (A언어에서 B언어로 번역된 문서만을 공증했던) 관례에 익숙했던 공증사무소가, ‘한글소장과 두 개 원본 언어로 교차 구성된 증거서류’에서 번역된 문서의 공증은 조금 다르게 취급할 여지가 있음을 납득하기 위해서는 3번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독고다이’ 변호사와 나는 공증사무소가 요구하는 형식을 맞추기 위해 여러 차례 문서 편집을 거듭했다. 막판엔 잠도 못 자고 이를 처리한 변호사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나처럼 국제소송 계획이 있다면 뭐든 분명히 도울 수 있으니 연락 주시라!

    재판까지 남은 건 송달

    바둑은 잘 모르지만, 수 싸움이라는 것은 들어 알고 있다. 내 이해가 틀리지 않다면 내 투석전은 수 싸움에 가깝다. 상대가 어떤 수를 두거나 둘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 간 조약’에 대한 힌트를 준 지인은 이번에도 나를 도왔다. (이를 두고 ‘귀인을 만날 운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바로 ‘송달’에 대한 마음의 준비다.

    국내에서는 ‘피고’에게 법원이 직접 소장을 송달하고 변론기일도 알리지만, 국제소송은 다르다. 자국민 보호 목적 차원에서 송달 관련 국제 협약에 가입한 국가들이 많다. 일명 헤이그 송달. 법원은 내 소장이, (이 협약에 가입한) 스위스는 ‘중앙당국을 통한 헤이그 송달’로, (비가입국인) 인도네시아는 ‘관할 법원 송달’로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왔었다. 번역공증까지 마친 일체의 서류를, 변호사는 법원에 10월 8일 제출했다. 법원의 1차 검토 후 10월 15일 해당 서류를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로 넘긴다는 연락을 변호사에게 받았다. 그리고 다시 10월 23일 불어번역본이 통과되어 드디어 송달 길이 열렸다. (아직 인도네시아번역본 통과 여부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앞서 말한 지인은 ‘국제소송의 경우 송달이 안 되어 국제 미아가 되는 경우가 많음’을 알려줬다. 헉, 그런 일이. 그이에 따르면, 해외 피고에의 송달 여부는 해당국 관할 중앙당국 혹은 법원이 ‘소제기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검토한 후 결정한다고 한다. 아마도 IUF가 국제소송의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있어 묵묵부답, 무시일관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한편, 국내 법원도 내 소장을 받아들고 이런저런 보정명령/권고를 내면서도, 국제소송의 경우 ‘송달과 (유리한 결과라도) 판결문 집행의 어려움’을 알고 있어, 변호사를 통해 ‘보정명령/권고’를 묵묵히 이행하며 소송을 끌고 가는 원고(나)에 대해 안쓰러움을 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눈치챘는가! [국제형사사법공조법]의 절차와 유사하다.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이번 소송으로 비슷한 절차와 맥락을 경험하는 중이니 형사고소에서는 좀 더 준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진인사대천명

    국제소송으로 던진 첫 돌멩이가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기에 겸허히 기다릴 뿐이다. 기다리다가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때 또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추가 반응을 기다릴 것이다. 그렇게 ‘체불퇴직금 수령’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되 ‘과정’으로서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고 기록하며 갈 생각이다. 2년차 분투기의 연재를 허락해주신 레디앙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끝>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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