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승무원들이 현상수배자인가
    By tathata
        2006년 10월 20일 01: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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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역에서 경부선을 타 본적이 있는가. 시민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열차를 타기 위한 들어가는 개찰구 앞에는 지금 KTX여승무원 217명과 철도노조 조합원 10여명의 이름과 앞자리 주민번호, 그리고 주소가 빼곡하게 게시돼 있다.

       
    ▲ 영등포역 경부선 개찰구 입구 벽에는 KTX여승무원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법원 공시문이 붙여져 있다.
     

    승객들은 ‘이게 뭔가’하는 호기심으로 여승무원들의 인적사항을 들춰본다. 개찰업무를 담당하는 한 직원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공시문을 보는냐’는 질문에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이곳을 오가는데, 그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주의 깊게 보더라”고 말했다.

    이것은 서울남부지방법원이 KTX여승무원에게 내린 ‘퇴거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의 공시문이다.

    공시문에는 217명의 KTX여승무원들은 영등포역에서 철도공사와 이철 사장을 비방하는 농성, 시위를 하거나, 유인물 등을 배포해서도 안 되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적시돼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철 사장이 여승무원들의 역사 구역 접근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9월 8일부터 이를 공시했다. 서울역에는 지난 7월 초부터, 용산역에는 지난 8월 말월부터 이같은 공시문이 붙여져 있다. 

    법원의 공시문은 주로 가정집이나 사업장에 게시되지만, KTX여승무원의 경우처럼 공공장소에 2백여명에 이르는 명단이 한꺼번에 공시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개의 경우는 공시가 적시하는 대로 해당되는 사람들만 공시문을 보게 되지만, 이번 경우는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은 누구나 승무원들의 명단을 볼 수 있어 개인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집행을 한 것일 뿐”이라며 “(개인정보유출의) 우려는 있지만, 임의대로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처음에 게시할 당시에는 주민번호 뒷자리도 적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 지웠다”고 말했다. 법원도 정보 유출의 위험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이 주민번호 뒷자리를 지운 것도 KTX여승무원들의 거세게 항의에 의해 뒤늦게 이뤄졌다. 

    영등포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KTX여승무원들의 인적정보를 세세하게 들척이는 승객을 보는 내내 기자의 마음은 불편했다. 승무원들이 무슨 범법자도 아니고, 마치 ‘공개수배’처럼 명단이 공중에게 무차별적으로 열람되는 것은 ‘법대로’라고 하기에는 과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석연 변호사는 “가처분이 내려졌다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인적사항이 공개되어 사생활을 침해받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세원 KTX승무지부장은 “법원이 개인의 인생을 망가뜨리면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 명단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 이 나라에서는 살수가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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