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속세율 낮춰야?
    “상속재산, 불로소득의 전형···더 강화해야”
    이건희 사망 계기로 상속세율 논쟁
        2020년 10월 28일 03: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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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를 계기로 국민의힘 일각에서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정의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후안무치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낮추는 추세라며 이 흐름에 따라 한국도 상속세율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기술 전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높은 상속세는 큰 문제다. OECD 국가 35개 국가 중 40% 정도는 상속세가 없다”며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상속세 인하에) 좀 더 전향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는 (상속세) 5년 분납인데 일본은 20년 분납, 독일은 상속세가 30%밖에 안 되는데 10년 동안 (분납하고) 이자도 없다”며 “우리도 유연하게 세계를 따라가기 위해 (현행 최고세율 50%에서) 반 정도까지는 줄여야 한다. 1년에 1%씩 해서 25년을 잡고 분납도 10년까지로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전체 세금을 하면 (기업에) 걷을 수 있는 만큼 걷은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상속세를 제로로 하거나, 20%로 낮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현행보다 상속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모든 재산은 국가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다 내놔야 한다’는 사회주의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상속세 인하 주장에 대해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 출연해 “(상속 재산은) 불로소득의 전형”이라며 “상속세 인하를 논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가 없고,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 제목의 청원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제목이 틀렸다. 삼성은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상속세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서현, 이부진 개인이 내는 것”이라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자산이 자기에게 내려지는 사람들이 내는 돈인데 (이 상속세를) 기업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고들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자산 형성 과정에서 이미 각종 세금을 냈기 때문에 상속세를 또 물리는 것은 과잉과세라는 주장에 대해선 “예를 들어 제가 국회의원 월급 1000만원을 받아서 절반을 A씨에게 증여한다면 A씨가 증여세 40%를 내고도 갖는 남은 돈은 아무 노력 없이 받은 돈”이라며 “‘자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냈다’는 주장은 맞지만 그 돈을 증여받거나 상속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느닷없는 돈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것을 뺏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틀린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인의 유족이라는 이유로 느닷없이 엄청난 자산이 생기는 것으로 인해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는 것에 반대하는 우리 공화국의 이념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어놓은 것”이라며 “이는 보수, 진보 이념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는 사회적, 정치적 합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상속세 폐지 혹은 인하 주장이 “부의 대물림을 구조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한국의 상속세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각종 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은 상속세 최고세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상속세 완화 시도는 철회돼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낸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상속세를 볼 때는 명목세율과 실제 부담액과의 차이를 봐야 정확하다. 기초공제, 인적공제, 일괄공제 등 각종 공제로 인해 상속세 실효세율은 적다. 즉 세율이 50%라고 상속재산의 50%를 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2019년 상속세 과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상속인 9,555명의 1인당 평균 상속재산은 22억 5400만 원인데 비해 1인당 내야 할 세금은 475만 원 수준”이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오히려 상속세 납부는 불로소득에 대한 사회적 환원과 불평등을 완화 등 재분배 정책으로서 긍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강 원내대표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자산 불평등이 심각해 부가 부를 낳고, 가난이 가난을 낳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낮추는 것은 부의 영원한 세습을 구조화시키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높다는 주장이 있지만 많은 공제 제도 때문에 실효세율은 17%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상속세율 인하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국정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 모두 세금 제대로 내지 않고 경영권을 편법으로 승계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도 삼성의 승계 문제를 계기로 상속세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상속세율 인하가 아니라 공제제도를 축소해 상속세가 본연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의 대물림’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대다수의 평범한 청년을 지원할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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