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변→판→변' 구속·보석사건 ‘싹쓸이’
        2006년 10월 20일 10: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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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에서 태어난 변호사 A씨. 서울에서 검사로 일했던 그는 10년 전 검사복을 벗고 변호사 개업했다가 3년만에 창원지역에서 법관으로 등장했다. 법관생활 3년만에 다시 퇴직해 변호사로 개업한 그는 2003년 창원지역 구속사건 수임 1위(77건), 보석사건 수임 2위(44건)를 기록하고 지난 2005년에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경남 출신의 판사 B씨. 부산고법 관할지역에서 15년간 근무하다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1999년에 부산고법 관할지역에서 형사사건 177건, 2000년에 형사사건 73건을 싹쓸이하고 2001년에 다시 부산지역 판사로 복귀했다.

    울산에서 태어난 검사 C씨. 창원, 부산 등지에서 검사로 재직하다가 2001년 서울에서 퇴직해 변호사 개업한 후 2003년 서울지역 구속사건 55건을 수임해 톱10에 든 그는 다시 부산지역 검사로 복귀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D변호사는 부산고법 관할법원에서만 16년을 근무하다 울산에서 변호사 개업해 지난해 울산지역 구속사건 수임 2위(68건), 보석사건 수임 1위(51건)를 기록했다.

    이른바 ‘향판’(지역판사)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20일 부산고법과 부산·울산·창원지법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창원·부산·울산지역에서 ‘향판’의 다양한 형태가 발견되고 있다”며 이같은 실태를 공개했다.

    노 의원은 “검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판사로, 변호사로 이동하며 직전근무지에서 개업하여 구속·보석사건을 싹쓸이하는가 하면, 전관예우의 재미를 톡톡히 본 후 근무했던 법원으로 복귀하는 ‘향판’도 있고, ‘검사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다시 검사가 되는 향판도 있다”고 밝혔다.

    수사, 사법기관의 폐쇄주의적인 병폐를 없애는 취지로 변호사를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가 도입됐지만, 본 취지와는 달리 전관변호사가 최종근무법원에서 ‘부도덕한 예우’를 받다가 그 효력이 다하면 다시 판·검사로 돌아오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향판’의 폐해는 전관출신 변호사들의 수임건수, 구속적부심 승소율만 봐도 알 수 있다. 노 의원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부산·창원·울산 전관 변호사들의 구속적부심 사건 275건의 승소율을 분석한 결과, 부산 전관 변호사의 석방률은 59.6%, 창원 전관 변호사의 석방률 62.3%, 울산 전관 변호사의 석방률 61.9%로 세 지역 모두 일반 변호사의 석방률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창원지역 전관 변호사의 구속적부심 석방률(62.3%)은 창원지법의 평균 석방률(43.9%)보다 18.4%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창원지역 변호사 1인당 평균 보석사건 수임건수는 0.4건에 불과한데, 전관변호사는 1인당 19건씩 수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보다 47배나 많은 수치다. 부산지역 전관 변호사도 13배, 울산지역 전관 변호사도 9배 많은 보석사건을 수임해 싹쓸이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노 의원은 “2003부터 4년 동안 부산·창원·울산지법의 구속사건 수임 톱10 변호사를 분석한 결과, 법무법인을 제외한 개인변호사 중 전관변호사의 비율이 창원지법 83%, 울산지법 67%, 부산지법 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석사건도 창원지법 83%, 부산지법 65%, 울산지법 63%가 전관 출신 변호사였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부산고법 관할지역에서 수년간 근무했거나 퇴직한 판사·검사들이 같은 지역에서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2년간 부산고법 관할지역의 형사사건, 특히 구속사건 및 보석사건의 수임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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