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종북이 아니라 당신들의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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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01월 23일 10: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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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민주노동당 당원 이호곤입니다.
    이런 일로 동지들에게 편지를 쓸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조금 거칠게 얘기하겠습니다.

    현재 동지들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전개하려는 것은 민주노동당은 낡은 정파운동과 그 유산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같은 생각과 다른 판단들

    민주노총 눈치 보기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 당의 낡은 관행과 실천에 대한 보수적 태도, 쥐꼬리만한 권력을 향한 패권적 경쟁 등등 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들은 과거 민족민주운동 또는 노동운동에서 형성된 운동세력들의 문제점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 세력을 넘어서지 않으면 당은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기하기 어렵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동지들의 생각에 여기까지는 백번 동의합니다. 그랬기에 저도 누구 못지않게 창당 초기부터 정파를 가리지 않고 낡은 사고와 실천에 대해 설전을 벌이고 싸웠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그들을 넘어서는가? 낡은 운동세력을 넘어설 새로운 주체들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에 대해 동지들과 저는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동지들은 낡은 정파운동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당 안에서 민족주의자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저는 새로운 주체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지들의 실력 부족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동지들이 제대로 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낡은 세력과 싸우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다수 당원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당원들에게조차 구체적인 차이를 검증해보일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그것을 해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참으로 주관적입니다.

    무슨 근거로 책임질 능력이 있다는지 알 수 없어

    무슨 근거로 동지들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그 실천을 책임질 능력을 가졌다고 믿는지 저는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민족주의자들을 제외하면 새로운 진보정당의 지도력과 실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지들의 능력에 대한 착각과 오만입니다.

    민주노동당은 현재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정당입니다. 저나 동지들의 주관적 의지나 생각과 무관하게 그렇습니다. 민족민주운동과 노동운동 내 최대 정파들이 왜 당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까? 그들의 낡은 이론과 사고방식으로 계속 무시하려해도 이미 민주노동당은 우리 사회에 친 민중적인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은 당이 비록 잘못된 선택을 여러 번 했지만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또는 대다수 당원들에게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남한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정당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저라면, 현재의 민주노동당 강령과 당헌당규보다 더 나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저는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동지들이 민주노동당 강령에 나오는 이념보다 더 나은 이념적 지향을 이론적으로 해결했다든지, 민주노동당 당헌당규보다 더 민주적인 운영원리와 체계를 알고 있다든지 한다고 해도 그것이 절대 따로 당을 시작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비대위가 당개혁에 실패하더라도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비대위의 당개혁 실패가 동지들의 명분을 더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민주노동당과 다른 당을 시작할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도 규합 못하고 어떻게

    무엇보다 동지들과 큰 줄기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규합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운동이 어떤 조직적 전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몹시 회의적입니다. 동지들의 성급한 분당 행보가 수많은 외국 사례처럼 ‘집권을 포기한 영원한 소수파 정당의 길’을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길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무작정 앞으로 나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자기 힘에 대한 과신에서 오는 오만한 태도의 결과는 죽음입니다. 길이 보일 때까지 힘을 아끼고 체력을 비축하며 기다려야 합니다. 제발 서두르지 마십시오. 느리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이 빠르게 가는 법입니다. 길을 잘못 접어들면 걸음이 빠를수록 바른 길에서 그만큼 멀어지니까요.

    물론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니 차라리 적극적으로 길을 찾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인 것도 길을 찾는 자신의 능력이 문제입니다. 길을 찾을 준비와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일단 가보자는 것은 무모함입니다. 동지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위해서, 동지들의 성급한 발걸음을 전력을 다해 막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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