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권해석에 노동자 1,700명 해고
By tathata
    2006년 10월 19일 07: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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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경비기기 세콤을 파는 삼성에스원의 영업전문직 원영기 씨는 지난 8월 8일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매출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다.

“영업전문직은 경비업법상 하도급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앞으로 계속 일을 하게 되면 불법행위가 된다. 그러니 앞으로 나오지 마라.”

그는 지난 2003년에 입사해 지난 3년간 가정집과 회사 등을 돌며 세콤 기기를 팔았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전화 한 통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원 씨는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는데, 갑자기 일을 하면 범법자 신세가 됐다”며 억울해했다.

사정은 이러하다. 경찰청은 지난 6월 경비업체의 한 관계자가 영업전문직과 경비업체가 특수고용직 형태로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것이 경비업법에 위배되는 것인지를 질의했다. 경찰청은 “딜러(영업전문직) 업무는 (경비업법의) 기계경비업무의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영업딜러에게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경비업법 상 불가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경찰청은 경비업체의 관리감독기관이다.

현행 경비업법은 ‘기계경비업무’를 경비기계 설치 후 기계가 사고발생을 감지하였음을 수신하고, 사고 처리 등을 하는 업무로 규정하며, 이 업무는 하도급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비업법의 적용을 받는 기계경비업무에 영업업무가 포함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경찰청은 ‘그렇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경찰청이 이같은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 무인경비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전문직이 계약해지 된 것이다. 삼성에스원 계약해지자들의 모임인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1,700여명이 계약해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19일 태평로 삼성본관 주변에서’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노동자 전원해고 만행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삼성에스원의 배홍건 홍보과장은 “계약해지를 당한 사람은 560여명”이라며 “특수고용직과 하도급 계약을 맺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정규직 사원에게 영업업무를 담당하게 하거나 인력충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에스원 영업전문직의 대규모 계약해지 사태의 배경에는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날라 온 경찰청의 질의회신서 한 장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노동자연대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용환 변호사는 “영업업무는 신규고객의 발굴, 계약체결, 대금 청구 등 경비업무 본연의 활동을 제외한 영업활동”에 해당되므로 하도급을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경찰청의 유권해석을 반박했다.

노동자연대는 “경찰이 수 년 동안 특수고용직으로 버젓이 일해 온 것을 사실상 방치해놓고는 이제 와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경찰청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경찰청에 보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하도급 계약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사정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삼성노동자연대 한 회원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주무 관리감독 기능을 하는 경찰청이 경비업체의 ‘불법’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청의 유권해석으로 수백명에 이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사실상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해놓고도, 경찰은 “몰랐다”라고만 발을 빼는 것은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노동자연대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삼성의 탄압 또한 드러나고 있다. 노동자연대는 "부인만 있는 집에 에스원 직원이 무단침입하여 몇 시간씩 머무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가정집으로 찾아가 계약해지서를 하지 않으면 ‘감방 간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는 부당해고 철회와 영업전문직 노동자의 명예회복, 미행감시 회유협박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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