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임박" vs "북핵이 평화 위협"
        2006년 10월 19일 05: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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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실험 발표는 즉각적으로 세계적 뉴스가 됐다. 유엔 안보리가 급박하게 움직였으며, 미국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무부 라인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와중에 국내에서는 ‘분열’이 드러나고 있다. 각 정당들도 내부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민주노동당이 경우 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북핵실험에 대한 당론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레디앙>은 부딪치는 두 견해를 대표하는 전문가와 북핵 현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해석해줄 전문가들과 함께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는 10월 18일 오후 <레디앙>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주>

    좌담 참석자

    김태영 한길리서치연구소 선임연구원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윤영상 연구공동체 평화공감 선임연구원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 사회

    이광호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반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적인 이슈가 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대응 방향에 대해 남한 내부는 통일적 대안을 내지 못한 채 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심각한 내부 갈등이 있다. 오늘 이 자리가 경청을 통한 상호 이해 증진 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이 모색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논자에 따라서는 ‘북핵 문제’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얘기한다. 아무튼 보통 사람들이 볼 때 북미 사이의 핵 갈등이 10여 년 동안 지속돼온 현실과 그것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현실의 이면에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핵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

    윤영상 최근 발생한 현안은 북미 간에 핵무기 보유를 둘러싼 논란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이 문제는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냉전적 대립구조의 산물이다. 남한과 북한, 미국이 이 기간 동안 서로 새 무기를 만들거나 도입하며 경쟁하는 ‘공포의 균형’ 논리가 지속되고 있고, 군비 경쟁 끝의 한 양상으로 재래식 무기경쟁에서 뒤떨어진 북한이 핵과 생화학무기를 선택함으로써 발생한 문제다.

    이러한 ‘공포의 균형’에 각국의 입장도 더해진다. 미국은 북한 뿐 아니라 대중국 압박과 동북아 질서 형성에개입을 원한다. 북한은 대결 종식과 자기 체제의 안정을 꾀한다. 남한 역시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자 하는데, 남한이 자신의 독자적 입지를 굳히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다.

    박경순 ‘북핵 문제’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핵문제’가 옳다. 역사적 고찰이 있어야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냉전질서 때문이라는 지적도 옳지만, 그런 시각만으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한반도 핵문제의 뿌리는 1958년 미국의 핵 배치에서 시작됐다. 이후 남한에는 세계 최고 밀도의 핵무기가 있었고, 이것에 북한이 노출돼 있던 것이다.

    과거에는 소련의 핵억지력이 있어 북한이 핵 보유 유혹을 느끼지 않았지만, 냉전체제 해체 후에 미국에 자체의 힘으로 맞서야 하면서 그런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1991년 조미회담부터 평화적 해결 노력이 있었으나, 부시 정권 등장 이후에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럼스펠드의 “북한 체제 붕괴” 메모, 비핵국가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NPT(핵확산방지조약) 규정을 미국 대통령 결정을 통해 어기겠다는 발언 등이 그런 것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이 북한이 핵을 가지게 한 것이다.

       
     ▲ 윤영상 연구공동체 평화공감 선임연구원 
     

    윤영상 공격하려는 미국과 핵으로 방어하려는 북한이라는 시각은 문제의 한 측면은 보여주긴 하지만,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오류에 빠진다. 500만 명이 희생된 한국전쟁 후 한반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극복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인 대안은 대치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푸는 것이다. 미국에 핵이 있으니 북한도 핵으로 푼다는 사고를 버리고, 평화적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박경순 평화적 해결에 동의하고,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도 옳다. 하지만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누가 더 큰 문제를 야기하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미국은 가해자이고 북한은 피해자다.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대화를 하라는 게 해법이 되는가? 한 쪽은 공격적이고 한 쪽은 방어적이다. 이것을 똑같이 봐서는 안 된다.

    이광호 본질을 규정하는 문제부터 날카롭게 부딪치고 있다. 그럼에도 평화적 방안과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핵 보유를 선택한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 따져보자.

    박경순 북한이 핵을 보유해야 하는가의 판단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협이 현실적이고 상존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미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핵전쟁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와 같이 북한이 무장해제되어 미국의 공격이 용이해지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북한의 인민들은 미국의 핵 공격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부정하면, 북한으로서는 생존의 문제가 정치게임 정치놀음이라는 시각밖에 안 남는다.

    북한이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미국과 우호협력 관계를 만들거나 자체적인 핵억지력을 갖는 것 뿐이다. 군사학적으로 핵에 대한 억지력은 핵뿐이기 때문에 핵 보유를 통해 우호협력의 계기와 억지력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한 것이다. 지금은 미국의 금융제제 등에 의해 전자를 포기하고 후자를 선택하도록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영상 작년의 9.19 공동성명 직후에 금융제재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책임이 큰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북한이 미국의 핵위협을 체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북한의 재래무기 위협에 의한 남한 국민들의 불안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상황이 미국과 남한의 북한에 대한 역위협으로 돌아간 측면도 있다.

    북한이 지향하는 전략, 미국을 친구로 만들기 전략을 위해 미국과만 대화해봤자 미국이 그대로 쫓아주지는 않는다. 미국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미국 내부 여론과 중국, 러시아, 남한 등의 동맹국을 움직여서 미국 행정부를 설득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북한의 대외 정책에는 그런 것이 없다.

    박경순 자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한 국가의 정책담당자 입장에서는 중국, 러시아, 남한에 기대는 것이 우선일 수 없다.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시민운동 입장에서는 미국 내부 여론에도 신경써야겠지만, 미국의 시민 여론 자체도 이라크전쟁에 찬성하고 무력행사를 지지하는 여론이지 않는가. 군축이 원칙적으로는 옳지만 상대방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고르바쵸프가 일방적 군축을 하면서 결국 소련 체제가 없어지지 않았는가.

    윤영상 북한의 내재적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서 있는 입지를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북핵에 위협을 당하는 입지에 서 있다. 남한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남한 국민은 미국 입장에 설 수도 없고 북한 정부 입장에 설 수도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북한의 선택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지지하는 것은 다르다.

    박경순 북한의 이익과 남한의 이익이 대립되는가? 남은 국외자가 아니다. 북에 핵무기가 투하되는 것은 남에 투하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방사능이 한반도 전체를 덮게 된다.

    군사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핵무기와 재래식무기의 비대칭성이라는 이론이 있다.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사용 유혹을 더 많이 느끼겠는가, 보유국에 더 느끼겠는가?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쓰기가 더 쉽다. 비핵화 주장이 과학적 주장인가를 되묻고 싶다.

    이광호 시작부터 뜨겁다. 이번에는 핵문제 또는 안보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조사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김태영 북한의 핵실험이 있은지 4~5일 후에 여론 조사를 했다. 이 정도 기간이 경과한 다음에 조사하는 것이 여론을 살피는데 도움이 된다. 북핵 관련 한반도 위기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북한 정권이라는 응답이 35.5%, 한국 정부 32.3%, 부시 행정부 28.5%로 나왔다.

    2005년 5월의 유사 질문에는 미국(31.5%), 북한(31.5%) 한국(23.7%) 순이었는데, 핵실험 후에는 북의 가시적 행동이 보이면서 북 책임론이 커졌고, 한국 정부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타의 여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하, [정치여론지표/현안조사보고서], 한길리서치, 10.14~15)

    이광호 냉전시대 용어인 ‘공포의 균형’ ‘무장 평화’라는 단어를 다시 듣게 되니 우울하다. 핵 실험 후 미국이 레드라인의 변경을 시사하고 있는 듯 하다. 예전에는 핵 보유를 막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확산 금지를 얘기하고 있다. 미국식 ‘관용의 폭’ 넓혀진 것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 핵의 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 무기 개발 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영상 미국의 북에 대한 위협이 실존하는 것처럼, 북의 핵이 남한과 일본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너희한테는 안 쏜다는 말과 무관하게 무기는 무기 그 자체로 발언을 한다. 무기를 가진 자들의 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대미 억지력을 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지역의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폐기돼야 한다.

    핵무기 같은 극단적 수단에 의존하다 보면 대외정책이든 무엇이든 극단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호랑이 꼬리를 잡으면 호랑이가 죽거나 잠들기 전에는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의 핵 대치 상황의 종착역이 어디일 것 같은가?

    미국은 북미 대결로 몰아가지 않고, 국제사회를 동원하여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를 추진하고 있다. PSI가 계속되면서 아무 해결도 안 되고 긴장만 고조될 수 있다. 이런 긴장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돌발적인 국지전이 발발할 수 있고,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박경순 한반도 상황을 정리하면 ‘임박해 있는 전쟁’이다. 북의 체제 붕괴가 미국의 전략이고, 이같은 맥락에서 전쟁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PSI 같은 것을 통해 전쟁 준비를 에스컬레이트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전쟁은 필히 미국의 선제 핵전쟁이다. 북한 국토는 대부분 산악지형이고 전국토가 요새화돼 있기 때문에 미국이 재래식전력을 이용하여 이기기 어렵다. 그래서 북한의 핵이 있어야 한다.

    이광호 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은 58년 이후 북한이 느꼈을 법한 핵 위기의식이나 구 소련의 핵우산 제거 이후에 나타난 위기의식, 클린턴 집권기의 위기의식과는 다른 차원의 임박한 위기가 있다고 본다는 뜻인가.. 따져보고 싶지도 않지만, 군사적 차원에서만 보면 북한의 핵무기가 보복수단, 억지력으로 기능하려면 미국 핵무장과의 비교가 필요하고, 선제공격(First Strike) 이후 반격(Second Strike)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하는 것 아닌가.

       
     ▲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박경순 미국은 소련의 붕괴 이후 반미국가 없애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부터 반미국가에 대한 군사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여건만 되면 서슴없이 군사행동에 나선다. 다만 클린턴 때는 극적인 타협 국면이 있었을 뿐이다. 임박한 전쟁에 대한 구체적인 방어전략이 북한의 핵무기다.

    미국의 선제공격에서 북의 시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관련해서 <워싱턴타임즈>(문선명 목사의 통일교 재단이 발행하는 우파 신문-편집자)는 지난 7월에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훈련이 지휘통제소 훈련이었고, 그것을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타임즈>는 미국의 선제 핵공격에도 북한 핵전력의 50% 가량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보복능력이다. 미국 핵무기 수만 개와 북한 핵무기 수십 개 사이의 균형도 검토돼야 하는데, 핵무기에서 양의 차이는 부차적인 것이다. 수십 개만 미국에 떨어져도 미국 체제가 붕괴할테고, 영토가 좁은 북에는 미국이 가진 수만 개 중 수십 개만 쓰면 된다.

    도미노 이론이 가설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베트남 공산화 도미노 이론도 허구임이 드러났다. 이론은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 일본은 핵보다 일미동맹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핵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한국도 한미동맹을 더 중요시해서 핵을 안 갖는다. 대만이 핵보유 가능성이 가장 큰 편인데, 그래서 중국이 북핵에 날카로운 것이다. 그럼에도 대만의 핵무장 가능성은 낮다.

    이광호 실제로는 북한 핵무기의 미국 타격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결국 남한과 일본을 볼모로 하는 것 아닌가?

    박경순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이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간다는 것은 북미 양자가 공히 인정하고 있다. 괌 미군기지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미사일 탑재를 위한 소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다. 미국이 지난 7월의 미사일 실험을 실패라고 하는 것은 데마고그(Demagogue, 악선전)다.

    미국은 인정 안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탄 능력을 러시아는 인정하고 있다. 북의 공식매체는 상당히 사실에 기초해 있고, 허언(虛言)을 안 하는 편이다. 운반수단은 분명히 있다.

    윤영상 지하 핵실험의 폭발력을 기준으로 보는 것과 탄두 무게를 기준으로 볼 때는 다른 평가를 해야 한다. 북한은 핵실험에서 800t 폭발력은 보여줬지만, 미사일 탑재 무기로서의 실효선인 4Kt에는 이르지 못했고, 소형화 능력은 알 수 없다.

    북한에서 뭐라고 하든 남한이나 일본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이 핵무기를 미국에는 못 쏘고 자신들에게 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입장에서 북을 지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박경순 북한은 한국을 볼모로 협박하는 것이 자신들의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 주둔군 몇 만 명의 피해를 감수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게 유일한 방법은 미 본토를 타격하는 것 뿐이다.

    미국과 북은 지금 무기를 통한 묵언의 대화를 하고 있다. 7월에 쏜 대포동 미사일이 수 초 후 떨어졌다는 것은 조작이고, 499km 날아간 것이 팩트다. 그 실험을 통해 북한은 하와이 근처까지 간 지난번 실험보다 두 배의 사정거리 능력을 가진 것을 미국에 과시했다.

    이광호 북한의 핵보유나 최근 남쪽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김태영 북한 핵실험 후에 미국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에 찬성이 52.3%로 조금 많고, 반대 의견은 40.4%였다. 북핵 위기 책임이 한국에 있다는 답변자들과 전시작전권 환수 반대층에서는 전술핵에 대한 찬성이, 북핵 위기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답변자들과 전시작전권 환수 찬성층에서는 전술핵에 대한 반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전술핵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답했다기보다는 남북 사이의 ‘균형’ 차원에서 답했다고 생각한다.

    윤영상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탈냉전 후 미국의 반미국가 침략 전략에 의한 것이 ‘임박한 전쟁론’인데, 그런 논리에서는 미국이 선제핵공격 이외에도 다른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다른 전략 전술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선제 핵공격 뿐 아니라 봉쇄-내부붕괴도 노리고 있다. 네오콘의 시나리오에도 봉쇄-붕괴 전략이 있지 않은가. 북한은 네오콘이 원하는 대로 가고 있다. 북의 대응은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있다.

    박경순 임박한 전쟁론이 전쟁 한 코스만을 예측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장 몇 달 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도 아니다. 봉쇄 가능성도 보고 있지만, 봉쇄-피폐화 전략도 최종국면은 미국의 군사공격으로 마무리 된다. 북으로서는 이런 다양한 것을 봤기 때문에 평화 제스쳐도 하고 했던 것이다.

    윤영상 북한은 핵무기 안 가진 나라에는 자신들의 핵무기를 안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기는, 무기 가진 사람 입이 아니라 무기 스스로 말한다.

    남한의 박정희도, 일본의 나까소네도, 대만의 장개석도 핵 무장을 시도했었다. 남한이나 일본에서 제2의 그런 사람들이 안 나타난다고 자신할 수 있나? 그런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은 이미 있다. 북의 자위적 핵은 인정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안 만들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낭만적 시각이다.

    박경순 핵 도미노는 우연적 개연성이 높을 뿐이지, 필연적 인과관계가 아니다. 일본의 핵보유 준비는 95% 끝난 상태고, 결심만 하면 6개월이면 만든다. 그러나 일본의 반핵 여론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의도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실용도도 높지 않은 핵무기는 안 만들 것이다.

    이광호 북핵의 ‘억지력’ 측면을 중심으로 논의해보자.

    윤영상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여러 가지 억지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남한에 사는 개인인 내가 북의 억지책에 동의하는냐 마느냐는 북한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문제다. 북한은 핵무기는 미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위기의 공범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평화운동 차원에서, 핵비확산을 주장하는 한편 핵무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강대국들도 비판해왔다. 마찬가지 측면에서 북의 핵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진보운동 입장에서는 ‘찬핵’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핵을 용인하면서 어떻게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박경순 정당방위다. ‘반핵 비핵화’에 찬성하지만, 구체적 상황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NPT의 문제점은 비핵국가에 있지 않고, 5대 핵보유국이 선제 핵공격 훈련을 하는 등 NPT 원칙을 위배하는 데 있다. 미국의 핵위협을 당하는 당사자로서 북한의 자위적 조처이고, 정당방위다. 이런 입장이 ‘찬핵’이라고 정의되는 것은 억울하다.

    남한에 핵무기가 없는 불균형성 상태가 계속된다면 남한이 핵무기를 가지려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핵이 남한의 핵이기 때문에 이미 핵무기가 있는 것이므로, 남한의 핵무장에 반대한다. 미의 핵위협과 북의 핵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 양비론적 입장은 미국의 핵은 기정사실화하면서 북의 핵개발만을 비판하는 것이다.

    이광호 북핵 대응책과 관련해 개성, 금강산을 통한 교류를 금지해야된다는 입장이 나오는 등 경제 제재에 대한 지지 여론이 일고 있으며 구체적 행동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

       
     ▲김태영 한길리서치연구소 선임연구원
     

    김태영 그 전에 이념 지형의 변화부터 이야기하겠다. 국민에게 ‘진보-중도-보수’를 선택하게 하는 조사를 하면 예전에는 대체로 중도에서 약간 보수로 기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지방선거 후 더 보수화되는 기류였다. 그런데 9월, 10월 핵위기 후 중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

    3을 중도로 놓고 그 이하 수치를 진보, 그 이상 수치를 보수로 볼 경우에 계속 3을 오가다, 8월에는 3.2까지 보수화됐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는 3.04로 중도층이 넓어지고 있다. 이는 북핵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중간적 선택으로 모이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어떤 정당을 지지했는가와 무관하게 이런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대북 제재 의견이 많았는데 핵위기를 실감하면서 대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대화’와 ‘재재’를 선택하게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화를 지지하는 층이 9월의 47.7%에서 10월 15일에는 67%까지 늘어났다.

    대북포용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은 유지하되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73%로 압도적이다. 제재하자는 사람들도 포용 정책을 완전히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일부 수정하자는 의견이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을 계속하자는 의견도 61.8%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다수 국민의 의견은, 일부 수정을 전제로 포용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광호 다시 미국 전술핵 문제로 돌아가 의견을 확인하겠다. 한국에 재배치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경순 남한이 이미 미국의 핵우산을 쓰고 있으므로 의미 없다. 현재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윤영상 불필요하고, 그 가능성도 높지 않다. 보수세력의 안보 장사다. 보수세력이 자신들의 정치 입지를 키우기 위해 그런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다.

       
    ▲ 이광호 <레디앙> 편집국장
     

    이광호 방금 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퍼주기’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경제지원을 비롯한 평화비용에 대한 대가가 북에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식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포용정책 지속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포용정책이 실패했다며 전쟁불사론을 펴고 있다. 포용정책은 과연 실패했는가? 그 실패가 북핵을 불러 온 것인가?

    박경순 북핵 실험이 포용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 포용정책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 화해협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고, 북의 핵 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에서 파생되었다. 포용정책과 북핵은 간접적 연관만 있을 뿐이다.

    포용정책은 성공으로 가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지지 얻고 있었고, 미국도 여기에 상당히 끌려오지 않았는가. 포용정책의 한계는 미국의 대북압살 정책을 막지 못한 정도다. 북핵은 부시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윤영상 오히려 포용정책이 잘 안 된 것이 문제다. 노무현 정부 들어 포용정책이 많이 흔들렸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포용정책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많이 폈다. YS처럼 오락가락했다. 또 위기 상황일수록 포용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포용정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아서 북핵 위기가 왔다. 노 대통령 취임 직후에 2차 정상회담을 했어야 하는데, 그걸 안 했다. 만약 2차 정상회담을 했다면 남북 주도로 한반도 상황을 끌고 갈 수 있었다. 결국 그런 기회를 놓쳤고, 미의 대북 압박이 더 강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광호 핵은 주로 북미간의 문제다. 포용정책 같이 남북 관계에 관련된 정책, 또는 남한의 독자적인 정책으로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박경순 김대중 정권은 전술적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한 데 비해, 노무현은 실제로도 한미동맹에 기초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한을 미국의 하위파트너라 이해하여서 남북 철도 연결 등이 잘 안됐다. 경제협력 단계에서 정치군사적 협력으로 나아갔다면 북한은 핵실험 등을 미뤘을 것이다. 7.5 미사일 발사는 철도 연결이 무산된 직후에 이루어졌다. 북한의 로드맵이 한계에 봉착했고, 어쩔 수 없이 미사일과 핵을 선택한 것이다.

    윤영상 북한에도 책임이 있다. 북한은 철도 연결 무산 이전인 작년 2월에 이미 핵무기 보유 선언을 했다. 이에 미국의 금융제재가 나온 것이다. 남한의 대북 송금 논란 문제, 미국과만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태도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북이든 남이든 미국을 한반도 정세의 상수로 보고, 중국 러시아 등과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지하는 단일한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미국만 쳐다보고 있는 남한은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광호 북핵은 국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김태영 이런 사태가 처음이고 전례가 없기 때문에 북의 2차 실험 후에 여론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1차 핵실험 직후 것만 말하겠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 한나라당이 조금 오른 40.0%, 열린우리당이 조금 떨어진 14.7%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특히 호남에서 더 떨어졌다. 포용정책을 둘러싸고 DJ와 마찰을 빚었기 때문인 듯 하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소폭에 그쳤다. 이것보다는 박근혜의 지지율이 27.9%로 떨어지고, 이명박의 지지율이 47.1%로 올라가는 게 더 의미 있는 변화다. 이는 국민들이 북핵 문제를 이념 문제보다는 위기관리 문제로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은 기조와 관련해서 혼선이 많고 이 문제를 너무 정략적으로 몰아 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당론이 불분명하다 보니 일부 강경론만이 드러나고 있다.

       
     

    이광호 미국은 금강산 관광은 이북 돈줄로 보고, 개성공단은 대화 고리로 보는 듯하다. 금강산과 개성공단 모두를 반대하던 한나라당은 이런 미국 입장이 나오자마자 금강산 관광만 비난하고 있다.

    윤영상 남한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남한이 가진 여러 선택지와 행동의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다. 미리 앞서서 대북 제재에 나서서는 안 된다.

    추가 핵실험을 하면 어쩔 수 없이 경제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긴장을 악화시키는 조치에 남이 동참해서는 안 된다.

    박경순 
    어떤 제재든 북한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한 스스로를 제재하는 것이다. 북의 경제적 곤궁도 뒤따르겠지만, 북이 붕괴되게 하는 것은 남한이 스스로 자해하는 꼴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고수하는 것이 화해협력의 뼈대다.

    이광호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 군사적 충돌로 가는 뇌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있지만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박경순 국제법상 공해에서 남의 나라 배를 멈추거나 뒤질 수 없다. 영해에서만 그렇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요즘 이야기되는 북 화물선 수색 등은 국제법 위반이다. 그리고 봉쇄를 금지한 정전협정 위배다. 선박 수색에 북이 상응하는 물리적 자위 행동을 할 수도 있는데, 이는 심각한 충돌 낳을 수 있다.

    윤영상 통항의 자유 침해는 정전협정 위반이다. PSI참관도 위험한데, 일부 남한 각료들 발언처럼 PSI에 참가하겠다는 것은 백령도 등 서해5도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남한은 당사자로서 PSI가 한반도 대치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광호 북핵 사태가 앞으로의 국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박경순 대치 상태에 있다가 내년 3~4월쯤 대화 국면이 생기거나, 더 장기화화하면서 대결이 격화되는 두 가지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만약 대화가 된다면 2차 정상회담으로 가면서 상당한 평화국면이 생기고 반북보수세력의 정치입지가 축소될 것이다. 그런데 유엔 제재 때문에 극적인 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착 또는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도 양면성이 있다. 2004년 촛불시위 때처럼 평화를 호소하는 국민 목소리가 더 커질 수도 있고, 한나라당이 득세할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상황으로 갈지는 각 세력이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윤영상 정치지형 전반이 상대적으로 보수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종국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된다면 대화를 통해 그 문제를 푼 세력에게 유리해질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이 어떤 세력으로 국민에게 비춰질지도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태 뿐 아니라 평소에도 미국에 책임을 묻는 유일한 정치세력이고, 국민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그런 평가가 흐려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기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노동당의 색깔을 어떻게 하면서 국민에 접근해 나갈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광호 조선사회민주당의 초청에 따라 민주노동당 간부들이 곧 방북할 예정이다. 지난 주말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방북을 둘러싸고, 그리고 북핵 자체에 대한 찬반을 놓고 격렬한 의견 충돌이 있었다. 방북과 관련돼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윤영상 지난 중앙위에서 ‘유감’이냐 ‘반대’냐 하는 표현을 중심으로 논란이 빚어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북한의 추가조치 반대’가 더 중요한데, 유감-반대 논쟁으로 그런 것을 다루지 못했다.

    정책위 의장이 강령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북핵 보유가 자신의 소신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다른 소신을 내세우고 당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북해 봐야 책임 있는 정치활동을 못한다. 미국에 책임 묻는 것 이외에 다른 당론이 안 정해진 상태에서 그것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박경순 ‘유감’을 표현할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방문하면서 유감 표명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서 벗어난다. 대화를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현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을 통할 수 있다. 방북은 핵실험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핵실험과는 무관하게 대화의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이광호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중심으로 마무리 발언을 해달라. 

    박경순 현재 상황을 볼 때 한반도 평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가치 논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실천적 행동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은 미국을 대화로 나오게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이 강력한 대미투쟁을 벌여야 한다. 또 대북교류를 지속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

    윤영상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시민행동과 같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결이 돼야 하는데, 시민단체든 민주노동당이든 두 개 의견으로 나뉘어 있다. 한 쪽은 미국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하고, 한 쪽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추가 핵실험 반대’라는 구호도 걸지 못하게 한다. 표현을 어떻게 하든지 비핵화 반핵 진보운동이 북한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대동단결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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