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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시민교육’ 과정
    필수의무교과 되어야 해
    [기고] 2022 교육과정 개정에 부쳐
        2020년 10월 22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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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이 주최하는 「2020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행사가 10/30 ~ 11/1 기간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시민의 정치교양 수준을 높이고 시민의 참여의식을 고양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지려는 정치교육행사이다. 에에 화답하듯 ‘학교 <민주시민> 과목 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 는 「2020 유권자 정치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하였다.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추진연대>는 10/16(금)에 「학교 <민주시민> 과목 개설의 필요성과 개설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사전 녹화하였다. <추진연대> 정책토론회는 선거연수원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는데 <추진연대> 공동대표인 정하용 교수(경희대)의 사회로 2시간 넘게 진행되었다.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본관. 2020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행사 걸개그림이 내걸려 있다.(사진=필자)

    유권자 정치페스티벌 : ‘학교 <민주시민> 과목 개설의 필요성과 개설 방안’ 정책토론회 장면

    이날 토론회는 홍승구 소장(흥사단 시민사회연구소)이 첫 발제자로 나와 ‘학교 <민주시민> 과목 개설의 필요성’에 대해 견해를 피력했다. 홍 소장은 학교라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민주시민> 교과를 전담하는 교사가 <민주시민> 교과서를 갖고 수업시수를 확보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의 실체를 학교현장에 뿌리내리는 지름길이라고 역설했다. 발제 마무리 발언으로 홍 소장은 “대한민국 국민은 두 개의 국적을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나는 한국인이라는 대한민국 국적이고 또 하나는 민주시민이라는 민주공화국의 국적”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온 하성환 교사(상암고)는 선진국 민주시민교육 사례로서 독일, 프랑스, 영국의 시민교육을 소개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옮기고자 한다.

    북서유럽 선진국에서 80년대 이후 겪었던 학교폭력과 청소년 범죄의 증가, 그리고 사회 갈등으로 대두된 인종혐오 문제와 청년층 낮은 투표율 등이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는 시대 배경으로 등장하였다. 맨 먼저 시민교육을 앞장서 실천했던 독일은 1970년대 초 사민당 출신 빌리 브란트 수상이 집권하면서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는 기치 아래 시민교육을 강화하였다.

    독일의 사례

    독일 민주시민교육은 곧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이다, 독일 연방 내 16개 주마다 <시민> 교과의 명칭은 정치교육(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정치(브레멘, 느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정치학(니더 작센), 공동사회(바덴 뷔템베르크) 등으로 제각각이다. 그러나 독일 <시민>교육은 공통적으로 학생들로 하여금 정치적 판단능력과 정치적 행동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교육의 주된 목적으로 강조한다.

    독일 중학생들은 3년 내내 노동법을 필수의무과정으로 공부한다. 중학교 <시민>교과 교과서엔 노조 간부와 사용자로 나뉘어 단체교섭을 하는 내용이 놀이형태로 제공된다. 중학교 교과서에 노조에서 항의문건 만드는 법과 언론 인터뷰하는 요령,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는 방법까지 학교교육을 통해 학습한다. 노조 차원에서 항의문건과 연설문 작성하는 방법도 배운다. 우리나라에선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독일은 고등학교도 아닌 중학교에서 그런 내용을 가르치고 배운다.

    독일 최대 노동조합인 독일노동조합연맹(DGB) 산하 17개 산별노조에서는 정치교육을 담당하는데 교육과정의 초점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비판능력과 함께 연대의식을 고취시키고 사회 참여 등 행동의 변화를 지향한다. 근본적으로 독일 시민교육, 즉 정치교육은 사회의 근본적 민주화를 통해 노동자의 해방을 지향한다. 이미 학교교육을 통해 독일 학생들은 ‘미래의 시민’이 아니라 ‘현재의 시민’으로 대접받고 시민으로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사례

    이웃나라 프랑스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1985년 미테랑 사회당 정권 시절부터 <시민> 교과를 개설해 초중학교에서 가르쳤다. 미테랑 정부는 ‘학생을 시민으로 만들자’는 기치 아래 초중학교에서 <시민>교과를 필수 의무과정으로 가르쳤다. 그러다가 1999년도부턴 고등학교에까지 필수 의무과정으로 확대시켰다. 2008년도엔 <시민> 교과와 <도덕> 교과를 결합시켰고 2015년부터 <시민도덕>교과를 초중고 모두 일원화하여 가르친다. 프랑스 민주시민교육은 자유와 평등, 인권과 정의, 연대와 협력, 다양성과 사회통합이라는 공화국의 가치를 특히 강조한다.

    프랑스 <시민도덕> 교육에서 강조하는 공화국의 가치는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콩도르세가 쓴 『인간정신 진보의 역사』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콩도르세는 “모든 인민이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인들을 감시하고 군림하지 못하게 하는 비판적 시민, 풍요나 구원을 핑계로 표현과 양심의 자유를 위협하는 그들의 유혹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콩도르세의 공교육 철학에서 우리는 프랑스 공교육이 추구하는 시민성(citizenship)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여느 국가보다 프랑스 <시민도덕> 교과 수업은 토론이 가장 활성화된 특징을 보이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와 주체적 시민으로 성숙해 가는 교육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학생들은 파업이 나쁜 것이라거나 시위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 왜곡된 인식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로서 공화국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연스러운 권리라고 공부한다. 파업과 시위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즉자적으로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한국 사회와 차원을 달리한다. 모두 학교 교육을 통해 민주시민교육을 가치 있는 교육으로 내면화한 결과이다.

    영국의 사례

    영국 또한 1990년대 청년 계층의 역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과 학교폭력, 그리고 청소년 범죄의 증가와 혐오 현상이 정치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었다. 그런 시대 배경 속에 1997년 노동당 토니 블레어 정부는 교육고용부 직속으로 <시민교육자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시민교육 자문위원회>는 4차례 권역별 토론회와 연구를 통해 위원회 만장일치로 1998년 ‘민주시민교육’을 권장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바로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과 학교에서 민주주의 가르치기’ 보고서, 일명 ‘크릭보고서(Crick’s Report)’를 채택했다.

    진보와 보수 좌우를 망라한 <시민교육자문위원회> 보고서, 즉 ‘크릭보고서’는 학교교육을 통해 능동적인 시민, 권리와 책임의식을 지닌 ‘적극적인 시민’(active citizen)을 길러내는 것을 교육의 주된 목표로 설정했다. 그리하여 영국은 2000년 국가교육과정에 민주시민교육을 적극 반영하였다. 토니 블레어 총리에 이어 2005년 노동당 고든 브라운이 재집권한 뒤부터 시민교육은 학교현장에 완전히 안착되었다. 그 결과 청소년 범죄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투표율이 오르는 등 일견 의미 있는 결실을 거두었다.

    2014년 7월 12일자 『이코노미스트』 「오! 이쁜 것들」 기사에는 민주시민교육이 영국 사회와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10년 정도 지났을 시점에 영국 사회 청소년 범죄가 확연히 줄어든 내용이 실려 있다. 민주시민 과목이 학교현장에 뿌리를 내린 2013년 청소년 범죄 비율은 2007년 대비 84% 감소한 것이다. 2007년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10세~17세 청소년 범죄가 111,000건이었는데 민주시민교육이 학교현장에 안착돼 교육적 효능감을 보이기 시작한 2013년에는 28,000건 정도로 급감한 것이다.(김원태(2020). 「학교시민교육이 입법화되어야 하는 이유」 . 56쪽에서 재인용) 오늘날 영국에선 7학년부터 11학년까지 민주시민교육을 필수 의무 교육과정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다만 불행하게도 2015년 영국 보수당 정부는 <시민> 교과를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으로 전환해버렸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영국 사회에서 <민주시민> 교과가 학교교육과정으로 개설되고 필수교과로 의무적으로 가르치게 된 데엔 공통적으로 사민당, 사회당, 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의 집권과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른 결과였다. 진보정당의 정치력이 빈곤한 한국 사회에서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집권 정당에서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과 학교민주시민교육 관련 법안들이 올해 8월과 9월 연이어 국회 행안위와 교육위 상임위에 안건으로 상정돼 법안소위에 회부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5대 국회(1996)에서 20대 국회(2016)까지 무려 20년 동안 최소 6차례 이상 민주시민교육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상임위에서 심의조차 못한 채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곤 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진일보한 역사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학교라는 공적 기구를 통해 자라나는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의식을 갖춘 능동적 시민으로 탄생되고 공동체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길 기원해 본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초대 대통령 프리드리히 에베르트(F. Ebert)의 표현대로 “민주주의자(민주시민) 없이 민주주의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상암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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