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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항의 갈대'를 생각한다
    [기고] 김진숙 복직 투쟁 121일차 아침의 '갈대'
        2020년 10월 21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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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의 간절함, 김진숙의 복직을 염원하는 사람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은 매일 새로운 사연들이 함께 합니다. 가을 하늘 구름이 아름다웠던 김진숙 지도위원 복직 투쟁 121일 차 아침에는 한 줄기의 ‘갈대’가 화제였습니다. 갈대를 보면 누군가는 ‘생각하는 갈대’를 연상하겠지만, 저는 ‘저항하는 갈대’를 생각합니다.

    김수영 시인은 그의 시 ‘풀’에서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라고 노래했지만, 저는 갈대야말로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저항’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숙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있습니다.(이하 사진은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은 10월 20일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있었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복직촉구 사회 각계각층 원로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던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요.”라는 편지를 전합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그저께는 세월호 유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습니다. 우린 언제까지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합니까.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라며 옛 동지에게 반문하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연애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하고 저의 20대는 갔고, 대공분실에서, 경찰서 강력계에서, 감옥의 징벌방에서, 짓이겨진 몸뚱아리를 붙잡고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청춘이 가고, 항소이유서와 최후진술서,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추모사를 쓰며 세월이 다 갔습니다.”라며 지난 세월을 애절하게 표현합니다.

    김진숙이 35년을 잘 견뎌온 것은 저항과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했던 수줍은 갈대들 때문입니다

    갈대가 김진숙이고, 김진숙이 갈대였습니다

    그러나 김진숙 지도위원은 외롭지 않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표현처럼 “매일 아침 한 획도 어긋남 없이 꾹꾹 눌러쓴” 편지를 가지고 오는 이도 있고, 고무공장에서 짤렸던 노동자들도 있고, 영도다리 입구에서 김진숙 복직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있고, 무엇보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들로 지나온 35년을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저항의 상징인 갈대 한 줄기를 가져와서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 서 있는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수줍은 마음으로 전했던 그이는 저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새벽길 총총 나서 교대역으로 가는 길.

    저는 이 시기 가을하늘을 참 좋아해요.

    별이 가장 반짝이는 철이예요.

    그리고 땅에서는 억새가 빛나고요.

    어둠 속. 빛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몇 데불고 왔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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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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