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성1호기 폐쇄’ 감사
    여야, 아전인수 해석으로
    감사원 “경제성 저평가...안전성·지역수용성 평가 등 감사 범위 아냐”
        2020년 10월 20일 05: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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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감사원은 안정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은 감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20일 공개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이번 감사의 범위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로 이뤄졌고,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따라서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우선 밝혔다.

    앞서 국회에선 한수원 등이 월성1호기 경제성을 과소평가해 조기폐쇄를 의결했다며 한수원 이사들에 대한 업무상 배임 문제를 제기하며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6천억원을 투입해 설비보강을 통해 수명을 연장, 2022년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를 개최해 조기폐쇄를 의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된 외부기관의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수용해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 경제성(전기판매수익)이 낮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용역보고서가 전기판매량을 산정할 때 월성1호기 이용률 85%를 낮춰 60%로 적용하면서,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전체 원전 이용률 85%를 낮추지 않고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한수원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되는 월성본부나 월성1발전소의 인건비 및 수선비 등 적정치보다 과다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제성이 낮게 평가된 배경과 관련해 제도 미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원전의 계속 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 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 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에 따른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등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산업부가 월성1호기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에 유리한 내용의 경제성 평가가 나오도록 관여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감사원은 “산업부 장관은 2018년 4월 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며 “이에 산업부 직원들은 위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 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다.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뒀다”고 밝혔다.

    이 외에 산업부 일부 직원들이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이렇게 (피감사자들의)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며 “산업부 공무원들이 관련 자료를 거의 모두 삭제했다. 포렌식으로 이걸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은 한수원 또한 경제성 평가용역 진행 과정에서 즉시 가동중단이나 계속가동 방안 외에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으로 이사 본인이나 제3자가 이득을 취했거나, 재산상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월성1호기 자료사진과 감사원

    민주 “월성1호기 폐쇄 결정 잘못이라는 내용 없어”
    정의 “안전성 도외시하고 경제성 집착 사고방식, 개발독재의 잔재”
    국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

    이날 감사 결과와 관련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는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하다”며 “월성 1호기 폐쇄결정이 잘못됐다거나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전혀 지적되지 않았다. ‘제도상의 미비점’으로 인한 ‘경제성 평가 결과의 신뢰성 저하’라는 의견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신 대변인은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이번 감사를 마치 에너지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을 키운 국민의힘과 감사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대해 “내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감사의 내용이 특정 보수언론을 통해 단독이란 제목으로 보도될 뿐만 아니라, 진술강요, 인권침해 등 강압적인 감사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이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 한다”며 “정쟁을 위해 탈원전 정책 폐기를 제1의 에너지 정책으로 내걸고 틈만 나면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월성 1호기는 연간 1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주변 지역 주민들의 몸속에서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가 끊임없이 검출되고 있는 것은 바뀌지 않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이번 감사원의 감사보고서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번복하는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노후원전의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노후 정도, 지역 주민 의견, 경제성 등 여러 평가 지점이 있다. 이번 감사는 그 중에서도 경제성에 국한된 감사였다”며 “감사원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월성 1호기 폐쇄를 번복하는 결정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조 대변인은 “정치권에서는 불필요한 논란과 공방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이전에 이미 법원(2017년 5월)에서 월성 1호기 폐쇄 판결이 난 상황이란 점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성을 도외시하고 경제성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야말로 개발독재의 잔재”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감사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쟁거리로 간주하여 무의미한 이전투구를 벌여서는 안 된다. 이는 스스로가 개발독재의 잔당이라는 것을 시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감사원의 결과가 탈원전 정책의 사망선고라며,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의 감사 방해 등에 대해 고발하겠고 밝혔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감사 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실천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군사 작전하듯이 월성1호 원전폐쇄에 나섰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문재인 정권이 국가의 기본 시스템을 파괴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감사원 감사과정에서 드러난 감사 방해와 증거 인멸에 나선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을 고발할 것”이라며 “권력의 무자비한 압력과 횡포로 국가정책 의사결정 시스템을 파괴한 문 정부의 책임 또한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동안 원칙을 무시하고 근거도 없이 추진됐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라고 규정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대한민국 원전산업 부활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아울러 감사원의 정당한 감사를 방해한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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