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진보정당’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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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19일 09: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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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가운데, 핵무기 보유를 찬성하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나. 북한 핵을 인정하고 어떻게 미국을 비판할 수 있나.”

    “미국의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은 가상의 현실이 아니다. 피해자로서의 북한 입장에서는 불가피하게 핵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개발, 보유를 바라보는 화해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시각이다. 역사적으로 형성돼 왔고, 정치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대립되는 두 시각은 민주노동당 탄생과 함께 내부에서 병존해왔다. 최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격돌을 벌였으며, 정책위원회 연구원 다수는 북핵 옹호 발언을 정책위 의장을 비판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민주노동당은 아직 북핵 문제에 대한 뚜렷한 당론이 없다. 그에 따른 진통이 이처럼 갈등하는 모습으로 외부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가 19일자 사설(‘민노당, 한반도 평화가 노선보다 앞선다’)을 통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다뤄서 눈길을 끌었다.

    사설은 먼저 “(민주노동당이)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특별 결의문을 채택하고자 했지만, 북한 핵실험에 대한 평가를 놓고 진통 끝에 공식견해를 채택하지 못했다”며 “진보세력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정당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정체성 문제까지 거론하며 본질 비판을 했다.

    한겨레의 이런 비판이, 핵과 관련돼 진보정당으로서 당연히 도출될 수밖에 없는 결론도 끄집어내지 못했다는, 진보적 가치에 입각한 비판인지, 핵 문제처럼 중요한 당면 과제에 대해 공당으로서 통일된 입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내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사설은 이어 “민주노동당의 이런 균열은 시민사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며 통일연대, 한총련 등 민족해방(NL, 자주파) 계열 단체들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평가는 없고, 미국 책임론만 강조했다는 점과 북한의 핵 실험을 ‘인류평화의 위협’으로 본 ‘진보적 명망가’들의 입장을 대비시켰다. “북한의 핵 실험은 오히려 남쪽의 진보진영에 먼저 깊은 균열과 상처를 가져왔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겨레>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겨레>는 “한반도에서 평화는 절대적 과제”라고 당연한 사실을 전제하고, 북한의 핵 실험과 그 이후 예상되는 전개 과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북한 핵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설은 “북한 핵은 지금까지의 위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위협을 초래한다”며 “핵보유국과 비핵국 사이에는 애초 군사적 균형이란 불가능하고 평화공존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핵 경쟁은 불가피하고, 이는 주변국으로 번진다”며 이른바 ‘핵도미노’를 우려했다.

    이어 북한 핵 실험과 핵무기 보유가 동북아 지역의 신냉전 구조를 조성하고, 내부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가져오며, 군비 증강에 따라 서민의 삶이 피폐해질 것을 걱정했다.

    사설의 논리 전개에 따르자면 <한겨레>는 북핵에 대한 비판을 일절 해서는 안 되며, 핵 보유를 인정해야 된다는 입장과 명백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다른 ‘노선’을 지지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사설은 결론 부분에 와서 갑자기 얼버무리고 만다. “노선 싸움보다 평화가 선행한다.”고 말하면서.

    <한겨레>가 이런 식의 결론에 이르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우리 언론 특유의 ‘훈장’ 역할을 즐기는데 그칠 것이었다면, 이 문제를 사설로 다룬 이유가 불분명하다. 불가피한 논쟁, 그리고 평화라는 목표를 둘러싼 노선 논쟁에 개입해서, 이를 비판적으로 비평하면서 “노선보다 평화”만 말하는 것은 성실하지 못한 것이며, 보기에 따라서는 부당하게 억압적인 요구로 비쳐질 수도 있다.

    물론 민주노동당이 공당으로서, 이념을 앞세운 진보정당으로서 탄탄한 당론을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고, 정당하다. 하지만 <한겨레>의 이날자 사설은 2%보다는 좀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 지난 15일 열린 민주노동당 제6차 중앙위원회 (사진 = 판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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