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국민신문고 민원과
    'IUF가 다국적기업인가?'
    국제노조에 떼인 퇴직금 받기 2년 ④
        2020년 10월 16일 0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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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노조에 떼인 퇴직금 받기 2년차③ “체불퇴직금과 어떤 실수”

    결론부터 말하면, IUF(식품, 호텔, 요식, 캐터링서비스, 연초 및 유사산업 국제노동조합연맹)는 조직 명칭이 보여주는 해당 업종의 노동조합을 세계적으로 조직하고 대표하는 국제산별노조이지,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Enterprises; 약칭, MNEs)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의 목적은 영리활동(Commercial Activities)인데, IUF 규약에 그와 같은 내용이 있지도 않다. 그런데 왜! 2019년 12월 13일 『다국적기업에 관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IUF에 대한 진정이 가능한지, 대한민국 산업통상자원부에 물을 수밖에 없었을까?

    필자는 작년 5월과 6월 세 차례에 걸쳐 OECD 내 노동조합 자문기구인 OECD TUAC(노동조합자문위원회)에 ‘IUF의 체불퇴직금 지급 거부 등 국내법 위반 등의 사정을 설명하고 가이드라인 적용 여부를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TUAC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 [관련 링크: http://www.redian.org/archive/138442]

    심지어 그 이후, OECD 내 ‘시민사회단체’ 몫의 자문기구인 OECD WATCH를 통해서도 문의해봤지만, TUAC은 계속 모른 척 했다. 그들이 답변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모른다. 다만 ‘체불퇴직금 수령’이라는 내 목적 완수를 위해 어떤 ‘쓰임’이 있다면, 노동조합 자문기구로 활동하는 TUAC의 침묵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방법이 있느냐고? 찾는 중이다. (바람대로 찾아낸다면 내년 레디앙 기고 우선 예약!)

    OECD TUAC이 주지 않은(혹은 거부한) 답변을 4차 국민신문고 민원(처리기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구한 이유는 이렇다. OECD 국가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가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약칭 NCP)를 설치해야 한다. 한국 내 NCP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다. 한국NCP의 역할에는, 간략히 말해 국내 진출의 해외 다국적기업이나 해외 진출의 한국계 다국적기업에 대해 『가이드라인』 교육홍보 및 이행 관련 감시감독 등이 있다. 이에 더해 『가이드라인』 위반 관련 이의제기/진정 사건을 접수, 처리하는 기능도 있고. 진정 기능은 국내외 기업 등이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국내외 인권/노동권/환경권 등을 침해할 경우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NCP가 펴낸 안내서(왼쪽)와 안내서 목차

    민원 신청 후, (마침 전근 일주일 차였던) 한국NCP 담당 사무관은 (작년) 12월 16일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IUF가 다국적기업인가요?”를 물었다. “아니요. 국제산별노동조합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수화기 너머 ‘어이없는 듯’ 엷은 웃음이 전해졌다. 필자의 민원은, ‘한국NCP가 스위스NCP에 1) IUF의 퇴직금 지급 거부와 관련해 『가이드라인』 적용이 되는지와 2) IUF에 연락,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퇴직금 지급을 권고하거나, 혹은 당사자 간 대화 주선이 가능한지를 문의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답변 주체는 스위스NCP다.

    그런데 담당 사무관은 ‘IUF는 다국적기업이 아니니, (민원을) 취하하면 따로 알아봐주겠다’는 의견이었다. 갑론을박 끝에, (다행히도) 공동 민원인이 있으니 (취하를) 혼자 결정할 수도 없고, 이 건이 공식적으로 다뤄지길 원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덧붙여, 유럽의 연말 휴가를 감안해 ‘민원’의 답변이 규정 상 기일 내(에 할 수 없을 것 같아 걱정하는 듯 보여)에 받지 못해도 괜찮고, (그의 불안이 더 누그러지라고, 같은 해) 11월 초에 넣은 3차 신문고 민원처럼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건도 있음을 참고로 알려줬다. [관련 링크: http://www.redian.org/archive/146916]

    연말, 기다리면서 『가이드라인』 위반 관련 진정 사건을 모아둔 OECD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그 결과, 스위스NCP가 처리했던 두 건의 유의미한 사례 발견! (아무래도 직접적 영리활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국제하키연맹과 국제자연기금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고 피진정된 사건이었다. 대강 훑어보니 한 건은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고, 다른 건은 ‘예외적’ 사건으로 다뤄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IUF에 대한 진정도, 『가이드라인』 위반 관련 논리와 근거만 뒷받침된다면 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차 신문고 민원이 계류 중인 상황에서) 2020년 1월 23일 통상 4차 신문고 민원의 답변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답변에서, 스위스NCP는 우선 『가이드라인』 절차 지침에 따라 사건 발생 국가(한국)의 NCP에서 다뤄져야 하는 이유 등을 (필자가 보낸 배경설명을 인용해) 적시했다. 그러고 나서, 한국NCP가 진정인(필자)으로 하여금 『가이드라인』 절차 지침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체적 위반 조항’을 적어 ‘완성본’을 제출하게 하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스위스NCP는, (IUF에 대한) 진정이 제기되면 필요한 경우 스위스 소재 IUF 접촉 등 한국NCP를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해 볼만 하겠다’는 배짱에 더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NCP가 주문하는 『가이드라인』 절차 지침에 따라 ‘IUF의 체불퇴직금 지급 거부 사건’이 『가이드라인』 중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논리와 근거 마련이다.

    돌다리도 두들겨야 한다. 1월 29일 한국NCP 담당 사무관에 전화했다. 스위스NCP의 답변을 (같이) 봐서 그런가, (최초 국제노조에 가이드라인 적용 여부를 문의했던 필자를 어이없어 했던) 그의 태도는 사뭇 달라져, ‘(이제는) 진정은 가능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다만, ‘적용 여부 등은 중재위원회 차원의 판단’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나쁘지 않은 진전이다. 어쨌든 사건을 바라보는 각자의 경계가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하니까.

    OECD 한국연락사무소(NCP) 조직도 (출처: http://www.ncp.or.kr/servlet/kcab_ncp/info/2100)

    담당 사무관의 시각 변화는 의외의 수확이래도 이날 전화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인권 장(章)이 신설됐고, 직접적인 기업/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피진정될 수 있음이 명시됐었다. 그동안 『가이드라인』 위반 관련 진정 메커니즘을 초국적기업들(Transnational Companies; 약칭 TNCs)과의 교섭력 제고 차원에서 활용했던 당시 IUF에도, 다른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에도 엄청난 성과임이 분명했었다.

    그럼에도 한국NCP가 그동안 처리한 진정사건들은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취지를 적극 반영해 결론을 낸 경우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스위스NCP의 답변대로 ‘체불퇴직금 미지급’ 사건 발생 국가는 한국이니, 진정을 할 경우 한국NCP에 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스위스NCP처럼 한국NCP가 선례가 없는 사건에 대해 획기적인 판단을 해줄 것인가가 고민이었다.담당 사무관의 시각 변화는 의외의 수확이래도 이날 전화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2011년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는 인권 장(章)이 신설됐고, 직접적인 기업/사용자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피진정될 수 있음이 명시됐었다. 그동안 『가이드라인』 위반 관련 진정 메커니즘을 초국적기업들(Transnational Companies; 약칭 TNCs)과의 교섭력 제고 차원에서 활용했던 당시 IUF에도, 다른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에도 엄청난 성과임이 분명했었다.

    이런 현실을 (또) 직시하며 보완책을 찾아야 했다. 과거 경험을 복기하면, 피진정인은 하나여도 사건 발생이 복수의 지역에서 발생했거나, 혹은 한 지역에서 발생했어도 피진정인이 복수일 경우, 복수의 NCP에 진정하는 사례가 있었다. (목적한바) 담당 사무관에 스위스NCP의 (어느 정도는 유사성이 있는) 사건 처리 결과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IUF가 가진 복수의 사용자성을 추가로 언급하며 복수 NCP 진정 의사를 밝혔다. 담당 사무관은 ‘할 수 있다’고 답했고, ‘(언급했던) 유사사례를 첨부할 경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정 시기 결정’과 다른 예상 가능한 ‘난관’이 또 있지만, 4차 신문고 민원을 통해서 ‘체불퇴직금 수령’을 위해 던져 볼 또 다른 ‘돌멩이’ 하나를 손에 쥐게 됐다.

    필자소개
    전 IUF 아태지역 한국사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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