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옵티머스 사태, 국감 핵심 쟁점으로
    '권력형 게이트' vs '근거 없는 의혹제기'
    시민사회 "정관계 로비, 성역없는 수사 진행되어야"
        2020년 10월 15일 08:0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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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사기 사모펀드 사건인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태에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는 문건과 증언이 나오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기 행각을 벌인 이들이 청와대와 여당, 정부 관계자 등을 로비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이다. 특히 검찰이 이 사실을 일찍이 파악하고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특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수의 언론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지난 6월 옵티머스 사무실 등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실명이 적힌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 로비 대상자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이 거론된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받은 후 서류를 위조해 대부업체와 부실기업 등에 투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예상 피해액은 5천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전력, 농어촌공사 등 최소 5곳의 공공기관도 828억 원을 투자했다.

    검찰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구속 기소된 김재현 전 옵티머스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소송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과 회사가 직·간접으로 연결됐다”,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펀드)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 관여”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윤석호 옵티머스 사내이사가 구속 전 검찰에 제출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에도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이사가 민주당과의 과거 인연을 매개로 국회의원, 민주당 유력 인사 및 정부 관계자들에게 거짓으로 탄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및 정부 관계자들이 당사(옵티머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이라는 내용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조사를 대비해 옵티머스 측이 작성한 허위 문건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검찰 관계자는 실명 기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또한 해당 문건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추 장관과 친정권 성향의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추 장관은 펀드 비리를 전담하던 검찰 증권범죄합수단을 폐지하고, 4차례의 검찰 인사를 통해 정권 관련 수사팀을 와해시켰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 모 청와대 전 행정관이 옵티머스 회사의 지분 9.85%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음에도 이 사실을 숨기고 올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히 이 전 행정관의 남편인 윤석호 변호사는 옵티머스 이사이자 옵티머스 관련 업무를 전담한 한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였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 전 행정관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1조원 이상 투자자 손실을 낸 ‘라임 사태’의 중심에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관련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광주문화방송(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에게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기 위한 5천만원을 줬다고 증언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배후 ‘전주’로 지목되는 김 전 회장은 강 전 수석이 돈을 받은 직후 김상조 정책실장에게 전화를 해 ‘라임이 억울한 점이 많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것을 이 대표에게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강 전 수석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 전 회장의 법정 증언 내용이 허위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강세 대표에게 먼저 연락이 와 청와대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은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전 수석은 “이 대표를 2019년 7월 28일에 청와대에서 20여분 만났다”면서도 “(청와대) 출입 시 가방 검사도 하고 엑스레이 검색대도 통과해야 한다. 돈 5천만원을 갖고 들어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위증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검찰의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 출입 기록 요청을 청와대가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의 수사 요청이 있었는지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력형 게이트” “특검해야”

    국민의힘은 옵티머스·라임 사태 관련 의혹을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일찍이 관련자의 진술과 자료를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표단회의에서 “검찰은 여러 가지 자료와 증언이 나왔음에도 수사를 몇 달간 지연하고 묵살하고, 또 조서 기재도 누락한 상황들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맡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이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누락했을 정도로 의혹이 많은 사건”이라며 “지금 검찰에 수사를 맡겨서는 결코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조속히 특검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위’를 확대해 ‘라임 옵티머스 권력비리게이트 특위’로 이름을 바꾸고 라임 옵티머스 권력비리게이트를 철저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비대위회의에서 “라임, 옵티머스 금융사고는 권력형 비리게이트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피해액만 해도 2조 1천억에 추정된다. 전남 구례군 수해 복구 예산의 거의 6배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여권 인사들이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권력을 동원해 그렇게 치밀하게 팀플레이를 펼쳤는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검찰과 여권이 올 초에 비리게이트를 인지하고도 총선 전에 비리 전말이 드러나는 것을 은폐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현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해체한 것이나, 여권 핵심 연루 의혹 수사를 총지휘해 오던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낸 이유가 무엇인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야당의 고질병…근거 없는 의혹제기”

    반면 민주당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 제기라고 맞서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야당의 고질병은 계속되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건으로 근거 없는 의혹제기, 부풀리기 등을 통한 정치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며, 옵티머스·라임 사태가 “권력형 비리게이트”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는 “무엇이 나왔기에 권력형 게이트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뒤져봐도 아무런 근거도 없고,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아닌가 싶어 아주 실망스럽다”며 “대통령을 흔들고 정부를 흠집 내고 여당을 공격하면 야당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얕은 정치이고, 야당의 나쁜 정치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검찰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민주당은 야당의 허위 주장과 의혹 부풀리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로비 대상자로 거론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기 사건과 관련해 실체가 불분명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 대상이 누구든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면서도 “우리는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나 의혹 부풀리기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 “정관계 로비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민주당은 옵티머스·라임 사태 연루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지만,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실련은 논평을 내고 “사모펀드 로비 의혹에 거론된 인사가 여권 정관계 인사가 다수인 만큼 성역 없는 수사와 명백한 진상규명이 요구된다”며 “정부와 여당의 관련 인사들은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의혹이 제기되는 사건인 만큼 수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을 규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펀드 사기와 이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고자 여권과 금감원, 검찰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거나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내부 문건의 진위나 실행 여부를 엄정하게 조사하는 것은 물론, 정관계 로비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펀드 사기 범죄에 정관계 인사들이 로비 등으로 방패막이 되고, 뇌물을 수수하는 낡고 후진적인 행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실체 없는 의혹 공방이 지속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해 로비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주의21도 “라임 및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정치권의 연루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펀드 사기를 도모하는 세력이라면 여러 종류의 허위 문서를 작성해둘 수도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허위의 가능성에만 기대어 이런 의혹을 모두 외면할 수는 없다. 만에 하나 이런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 파장은 정권 전체의 도덕성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 단체는 “국회와 검찰은 이들 펀드와 정치권이 연계되었을 가능성에 대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그 진상을 규명하고,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금융위, 금감원 등은 진상 규명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언론에 이름이 거론된 공직자들은 제기된 의혹이 어디까지 사실이며, 자신의 행동은 어떠했는지를 투명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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