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김종인 첫 만남서
    노동·경제 등 즉석 정책대담
    스웨덴식 노동개혁, 기업별 노조, 연금통합, 낙태 비범죄화 등 폭넓게 대화
        2020년 10월 13일 05: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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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공식 만남에서 ‘정책 대담’이 이뤄졌다.

    지난 10일 당대표에 취임한 김종철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인사 차 예방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정의당의 방향성과 노동개혁을 비롯해 김 대표의 경선 과정에서 제기한 연금통합, 낙태 비범죄화 등에 대해 비교적 긴 대화를 나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3법과 동시 논의하자고 제안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는데, 자신이 주장한 노동개혁안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고 나면 경제·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작업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노동관계법이 실질적으로 일부 노동조합에 소속된 사람에게는 상당히 혜택이 가지만 전반적인 근로자에게 혜택이 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그것을 정의당에서 앞장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해고를 쉽게 하는 방향이라면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내가 얘기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해고 문제를 쉽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반적인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노사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노사관계는 업주와 노동조합만 해당되는데 그러면 노동조합과 업주와의 이해관계만 성립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관계가 없다. 모두가 다 같이 참여해서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직장노조라는 원칙이 만들어 놨기 때문에 그게 사실 우리나라 노사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별노조가 노사발전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 같은 노사관계법으론 해결될 길이 없다. 1800만 근로자인데 노조 가입자는 많아야 10~15%밖에 안 된다. 그 사람들만 위주로 하는 노사관계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이를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노동관계법 개정을 언급하니 쓸 데 없이 이야기 하는 게 ‘해고를 쉽게 하자는 거냐’고 한다. 그러면 논의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씀이 좋은 의미로 발전해서 보강이 된다면 덴마크 유연안정성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1930년대 스웨덴식 노동개혁 모델로 가면 된다”고 호응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덴마크 유연안정성 모델’이란,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하는 대신 실업급여로 종전 소득의 70%를 2년간 지급하고, 전직훈련 등 해고자의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뜻한다. 또 세계 대공황 당시 스웨덴 사회민주당과 노사가 대타협을 통해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사례를 김 위원장이 제기한 ‘1930년대 스웨덴식 노동개혁 모델’이라고 부른다.

    김 대표는 “실업보험 적용기간 확대나 국가의 (재취업) 재교육, 독일의 노동자 이사제도를 도입, 산업별 노조 가입,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한다면 변화된 시대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국민의힘에선)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이어 비정규직 직접고용, 동일노동-동일임금 등을 국민의힘에서 먼저 제기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위원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인건비는 정해져 있는데 (정규직 노조 중심의) 노사협의를 하면 직장노조 사람에게 유리하게 임금이 가고 그러면 비정규직의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 내부에서의 양극화 현상이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가 “김 위원장이 전향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수용해서 말씀해주면 더불어민주당도 자극을 받고 정의당도 앞장서서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진보정당이라는데 진보정당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일축하며 “정의당 같은 곳에서 앞장서서 얘기해주면 국민의힘도 그에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대표 공약인 연금통합도 언급했다. 공무원·사학 등 특수직역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정치가 아직까지는 후진성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그런 논의를 활발히 하지 못한다”며 “정치권이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 일반 국민의 호응도 커질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김종철 체제 이전의 정의당에 대해 “여당에 편승하는 정당 노릇을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의당은 정의당 나름대로의 특색 있는 정당으로 부각돼야 존재 가치가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정의당다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낙태 비범죄화에 동의해달라고도 당부했는데, 김 위원장은 출생률 저하를 언급했다. 이에 김 대표가 “(낮은 출생률은) 또 다른 방향의 복지 확충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도 하니까 전향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정당 대표들은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 국민 고용·소득 보험제 도입과 낙태 비범죄화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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