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레드 라인’을 넘나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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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0월 17일 04: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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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부가 14일 독자적인 대북추가제재를 단행한 데 이어, 더 강력한 추가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채택을 계기로 미군이 동해 등에서 북한 출입 선박 검사를 실시할 경우, ‘주변사태’로 인정해 대응할 방침을 굳혔다.

    또한 선박검사법에 근거해 해상 자위대가 스스로 선박검사에 참가하는 것 외에 미군 함선에 대해 ‘주변사태법’에 근거해 급유 등의 후방 지원을 실시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가 선박검사에 참가하는 경우, 현행법에서는 후방 지원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정부는 새로운 법 정비(특별조치법)도 시야에 넣고 있다.

    주일 미군기지 중 나가사키 사세보 기지, 쿄토의 기지, 아오모리현의 기지 등이 북한에 대한 임검을 실시하는 거점기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미군이 압수한 물품의 보관소를 일본으로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하고 있는 오야시오급 다까시오함
     

    선박 검사에 자위대 직접 참여, 경고사격도 가능하도록

    게다가,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해상자위대가 북한 선적 선박과 북한에 출입하는 선박을 직접 검사하는 것과 함께, 필요할 때는 ‘경고사격’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을 구상하고 있다(요미우리신문, 10월15일). 형식적으로는 정당방위에만 한정됐던 무기 사용의 규제를 완화해 뱃머리의 전방 해면을 향해 경고사격을 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선제공격’ 인정에 다름 아니다. 일본은 전쟁을 포기하고 있는 헌법 조항(헌법 9조 1항)과 그에 따른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선제공격 뿐만아니라 교전권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의 아베 내각이 자위대의 선제공격권과 교전권 부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북한 핵실험은 1999년 <주변사태법> 제정 이후 ‘주변사태’ 개념을 적용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되기도 한다.

    현행 <주변사태법>은 ‘주변사태’를 ‘일본 주변지역에 있어서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사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부분을 확대 해석해 추가제재의 내용에서 북한 핵실험을 ‘주변사태’로 규정하여 <주변사태법>을 적용하고 미군이 북한 선박을 임검(선박을 정선시키고 강제 검사를 실시하는 것)하는 경우 후방지원에 나서는 것도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국내외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실험을 주변사태로 규정하는 것은 1999년 주변사태법이 제정될 당시 ‘주변 유사(사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그 적용범위도 한반도와 대만까지 포함할 수 있어 논란이 되었던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변사태법 제정 당시, 주변사태라는 개념은 "지리적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 사태의 성질에 착목"하는 개념으로 규정되었다. 따라서 해석에 따라서는 주변사태가 한반도, 대만, 그리고 그 이상의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무력’이 한반도문제에 ‘개입하다’(?)

    한편, 해상자위대가 북한 선박에 대해 직접 임검(臨檢)을 강행하고, 경고사격도 용인한다는 것은 유엔안보리 결의가 나오기 전의 논의보다도 훨씬 강화된 내용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미군 함선에 대한 급유 등 후방 지원으로 한정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채택되는 대북 제재 결의가 제재를 7장 41조의 비군사적 조치까지 포함된 것, 미국의 협력 요청 등을 고려해 이와같은 방침을 결정한 것이다.

    자위대가 북한 선박에 대해 임검을 하는 미군을 후방 지원하고, 더 나아가 북한 선박에 대해 직접적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일본의 ‘무력’(武力)이 한반도문제에 개입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확대 참가- 우리 정부는 참관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우리 정부가 올해 초 이미 PSI참가를 선언했다고 본다-나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가 부를 수 있는 ‘재앙’을 감안하지 않은 채, 한국 정부 일각에서 그에 대한 확대 참여를 주장하고 있는 사이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북한과 일본이 국지적인 충돌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을 주변사태로 인정한 것도 해상 자위대가 직접 선박검사를 실시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 정부는 현재 상태로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주변사태’로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주변사태법>에 근거해 후방지원을 하는 경우에도 한계는 있다. 또한, 현행법 아래선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색 시 경고사격도 할 수 없고, 설득만 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해상자위대가 선제 무기사용을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예를 들면, 연료보급의 경우 미군만을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작전지역도 일본 영해 내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미국이외의 제3국에 대한 후방지원과 자위대에 선제사격권을 부여하는 특별조치법이 부상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9.11테러 직후,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인도양에서 미국과 영국 함선에 대해 연료 보급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주변사태법의 규정마저도 넘어선 ‘군사행동’이다.

    물론, 북한과의 충돌 등을 우려해 일본 국내에서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1999년 제정된 <주변사태법>을 우선 적용해 대응한 뒤 다음 단계로 특별조치법 제정을 강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다시, 한반도 문제의 주인공 행세를 하는 일본

    일본 정부는 지난 13일 내각 회의에서,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대한 일본 독자적인 추가 제재 조치를 정식으로 결정한 바 있다. 그리고, 또다시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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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단독                                                        제재 추가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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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선적 선박의 입항 전면금지                     이미 시행 중인 금융제재 확대
    북한으로부터의 수입 전면금지                       수출 규제 강화
    북한 국적 사람의 입국 금지(10월11일 시행)   * 주변사태 인정(미군 후방지원) 
                                                               * 자위대 경고사격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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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단행된 일본 단독제재의 실시 기간은 6개월로 예정되어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수입 금지는 북한의 핵개발 등에 연결되는 외화 획득을 끊는 목적이 있다. 농수산성에 따라면 05년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액은 145억 엔으로, 이 중에서 송이버섯이나 바지락 등의 농수산물이 4할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다.

    미국은 일본이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일본이 동해상에서의 선박 임검에 대해 후방지원과 직접 검사를 할 계획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지지의사를 표하고 있다.

    특히, "PSI는 이 결의와 무관하게 나아갈 것"(숀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 10월12일)이라고 단언했던 미국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8항’에 “핵이나 화생방무기의 밀거래와 이의 전달수단 및 전달물질을 막고 안보리 결의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든 회원국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북한으로부터의 화물 검색 등 필요한 협력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PSI확대 시행의 국제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보고 있다.

    참고로, 일본은 호주와 함께 PSI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미국과 공동훈련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이렇게 대북제재에 적극적인가?

    물론, 일본의 집권세력들이 집단적 자위권 인정과 자위대의 군대화를 중심으로 한 평화헌법 개악의 명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에도 똑같이 반복되었다. 지난 7월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에는 미일 MD 실전배치의 가속화 조치의 하나로서 올해 안에 오키나와의 가데나 주일 미공군기지에 패트리어트3(PAC3)를 앞당겨 배치하기로 한 바 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8년 8월31일 대포동 1호(광명성 1호) 발사를 계기로 해서 미일 양국이 MD공동협력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은 미국의 ‘행동대장’

    또한, 일본이 지난 7월의 북한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안보리 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일본이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점에 있다. 미국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일본을 통해 유엔안보리를 자신의 의지대로 운용해가고 있다. 교묘한 전략이다.

    그런데, 이와같은 역할 분담은 일본의 입장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반도 문제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이 한반도 문제와 6자회담 무대에서 주변인 취급을 받아왔던 것을 상기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말을 바꾸면, 역설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발언력을 높여 준 셈이다.

    게다가, 중국의 태도 변화도 미일 양국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북중 관계에 이상징후가 포착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이 미사일 실험 발사와 핵실험이 되었다는 것에 대해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특히,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와는 달리 일단 ‘제재’에 찬성을 해 놓고 협의를 시작했다. 미일 양국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적절히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제는 ‘블랙홀’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북한 문제는 블랙홀과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KTX여승무원들의 생존권 투쟁, 한미FTA,를 둘러싼 논쟁은 완전히 가려지고 있다. 한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한비동맹 재편은 북한의 핵실험과 완전히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미일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이지만,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기로 일본 국내 쟁점들에 대한 논란이 잠재워질 공산이 커졌다. 앞서 언급했던,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의 오키나와 카데나 미군기지 배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최신 개량형 패트리어트 미사일인 PAC3 배치는 미사일 방어(MD)의 일환이다. MD참여 반대와 오키나와 기지의 축소를 주장해왔던 일본의 시민사회가 무능했다고 평가하기 보다는 저항할 수 있는 근거자체를 상실해 버렸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우리 사회에서 조차도,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 직후 일부 신문들이 MD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강변하는 듯한 기사를 실은 것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아베 내각은 교육의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교육기본법 개악안’의 국회통과를 강행하고 있다.

    또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3일 자위대를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해외 파병하고, 정당방위를 벗어난 무기사용도 가능케 하는 자위대의 해외 파견 관련법을 적극 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자위대의 국제평화협력 활동에 필요한 파병요건을 규정한 ‘국제평화협력법안'(항구법)이다. 이 법안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에 한 때 추진되었다가 좌절된 바 있다.

    특히 국제평화협력법안에는 임무 내용에 인도적 부흥 지원 뿐만아니라, 치안유지, 경호 활동, 선박 검사 등이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과 해외에서의 무력사용의 길을 여는 근거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보수우경화의 종합선물세트이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명분’을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이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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